머리말
1. 트럼프 등장과 동아시아 불안정
2. 문재인 정부의 외교·국방 정책 비판
3. 오늘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의 불안정
4. 사드와 제국주의간 미사일 경쟁
5. 사반세기의 북핵 문제
6. 동아시아의 또 다른 발화점들
7. 한·일 군사협력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8.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
개정판 《제국주의론으로 본 동아시아와 한반도》 로 재출간했습니다.
오늘날 동아시아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갈등과 경쟁으로 매우 불안정한 지역이 돼 가고 있다. 한반도에서 남중국해까지 동아시아 곳곳에 발화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우선”을 표방한 트럼프의 집권은 동아시아 상황을 한층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한편, 불안정성을 더 악화시키고 주요 자본주의 강대국들 간의 갈등을 키울 공산이 크다.
최근 사드 문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는 이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한반도 주변 열강의 공공연한 갈등과 경쟁을 보며, 많은 한국인들이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에 따른 분석과 대안을 제공할 것이다.
머리말
1. 트럼프 등장과 동아시아 불안정
2. 문재인 정부의 외교·국방 정책 비판
3. 오늘의 제국주의와 동아시아의 불안정
4. 사드와 제국주의간 미사일 경쟁
5. 사반세기의 북핵 문제
6. 동아시아의 또 다른 발화점들
7. 한·일 군사협력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8.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
최근 언론 보도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소식이 넘쳐 난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처음 발사한 때가 1998년이었으니, 19년 만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는 분명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결국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북한 ‘악마화’가 낳은 산물이었다. 미국은 중국 등 제국주의 경쟁국들을 상대로 자국의 패권을 지킬 수단으로 북한을 ‘악마화’했고, 그 반작용으로 북한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따라서 오늘날 한반도의 불안정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제국주의 세계 체제라는 맥락 속에서 봐야 그 성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오늘날 동아시아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갈등과 경쟁으로 매우 불안정한 지역이 돼 가고 있다. 한반도에서 남중국해까지 동아시아 곳곳에 발화점이 있다. 동아시아가 세계화 과정 속에 역동적으로 성장한 결과가 핵군비 경쟁을 포함한 제국주의 간 갈등의 재발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우선”을 표방한 트럼프의 집권은 동아시아 상황을 한층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한편, 그가 추구하는 노선이 불안정성을 더 악화시키고 주요 자본주의 강대국들 간의 갈등을 키울 공산이 크다.
최근 사드 문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는 이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한반도 주변 열강의 공공연한 갈등과 경쟁을 보며, 많은 한국인들이 경각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한반도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에 따른 분석과 대안을 제공하려고 기획됐다.
1장에는 트럼프 집권의 배경과 이것이 향후 세계 자본주의와 동아시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를 분석한 세 글을 실었다.
2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국방 정책을 분석하며, 문재인이 집권하자마자 사드 배치 등 여러 문제에서 촛불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음을 폭로한다.
3장에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동아시아 불안정의 근본 원인을 다룬 두 편의 글을 실었다. 비록 수년 전에 나온 글이지만, 모두 현재의 동아시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4~7장은 사드 배치, 북핵 문제, 동아시아 영토 분쟁, ‘위안부’ 문제, 일본 군사대국화 등 앞으로 언제든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할 만한 문제들을 다룬다.
8장은 레닌·부하린·트로츠키 등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제국주의론을 소개한다. 왜 오늘날 전쟁이 자본주의의 경쟁 논리와 관련 있는지를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평화주의의 의의와 한계도 짚어 본다.
대학에 입학해 주한미군 여중생 압사 사건 항의 운동,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등에 참가하며 제국주의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왔다. 현재 <노동자 연대> 기자로, 동아시아 제국주의와 북한 쟁점에 관해 기사를 쓰고 있다. 사드 반대 운동의 연대체인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에서도 활동해 왔다.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이다. 저서로는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책벌레, 2002), 《한국 NGO의 사상과 실천》(책갈피, 2009),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본 오늘의 동아시아 불안정과 한반도》(공저, 노동자연대, 2013), 《북한 국가자본주의의 형성과 위기: 마르크스주의적 분석》(노동자연대, 2014) 등이 있다.
• 트럼프 등장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증대
2017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내세웠던 “미국 우선America first” 노선을 미국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강력하게 천명했다. 이 연설로 그는 “미국 우선” 노선이 단지 선거용이 아님을 대내외에 보여 줬다. … 트럼프는 ‘이제 미국이 세계 질서 관장에 따른 부담을 혼자서 짊어질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나토, 유럽연합 등 지금까지 미국 패권 유지에 중요하게 여겨지던 기구들을 흔들고 있다. … 트럼프의 행보는 국제 정세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낳을 것이다. ‘위기는 네 탓이다’라는 트럼프의 공격은 국가 간 갈등을 부추길 요인이다. 중국과 ‘무역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일본·독일 등 미국에 큰 무역 적자를 안겨 주는 서방 선진국들에게도 환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지배자들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커질 것이다. 많은 지배자들이 트럼프가 70년 동안 미국 패권의 근간이 돼 온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국제 질서를 흔드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내각 안에서도 주요 대외정책을 놓고 견해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대외정책상의 이견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 내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트럼프의 등장은 지배자들이 장기화된 경제 위기의 해결책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안’도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세계경제를 더한층 불안정에 빠뜨릴 수 있다. 이 또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다.
• 문재인 정부 외교·국방 정책의 한계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집권기에 견줘 훨씬 더 어려운 대외환경에 처해 있다. 먼저 이 점을 살펴봐야 한다. 2008년 세계 공황 이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경쟁은 계속 점증해 왔다. 트럼프 정부의 등장은 동아시아에서 불확실성을 더 키운 요인이 됐다. 취임 직후 트럼프는 국방비 10퍼센트 증액안을 내놓으며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했다. 증액분만 해도 한국 국방예산보다, 북한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이 집권했다. ‘안보 위기’ 때문에 한국 지배계급이 받는 압력이 매우 크고, 내부 견해차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은 중국을 되도록 자극하고 싶지 않아 고심하겠지만, 결국 미국과의 협력을 선택할 것이다. 그 자신이 ‘한미동맹은 외교·안보의 근간’이라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뤘던 강경화가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돼 기대감이 일 수 있겠지만, 이미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서 조금씩 후퇴해 왔다. … 문재인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특정한 상황”이 될 때에야 남북 대화를 하라는 트럼프를 상대해야 한다. … 게다가 문재인은 미국 특사단을 만나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고 합의했다. “모든 수단”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때 즐겨 쓰는 특수 용어다. … 이런 기조 위에서는 문재인 정부 자체가 남북 관계 속의 모순에 봉착해 좌충우돌할 것이다.
• 오늘날의 제국주의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 발전의 특정한 단계를 가리킵니다. … 즉, 자본주의 하에서 제국주의는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서로 만나는, 결합되는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 먼저, 경쟁 때문에 자본가들은 서로 앞다투어 축적을 해야 합니다. 달리 말해, 생산을 더 효율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윤의 일부를 투자해야 합니다. 이처럼 경제적 경쟁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요소입니다. … 지정학적 경쟁은 국가들 사이의 경쟁을 뜻합니다. 국가들은 자원과 영향력과 영토를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 하며, 외교적으로도 서로 대결을 벌이고 더 극단적으로는 군사적 대결을 벌입니다. … 자본주의 하에서 제국주의는 국가들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이 자본주의의 [경제적] 경쟁 논리에 통합되고 종속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 자본가들 사이의 경제적 경쟁이 점점 더 국제화됩니다. 자본들은 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자국에 기대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개별 국가들은 다른 국가와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이기려 하며 자국 자본에게 점점 더 기대게 됩니다. … 즉, 자본은 갈수록 국가가 더 필요해지고, 국가도 마찬가지로 자본이 더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그 결과, 19세기 말에 이르면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융합됩니다. …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제국주의는 어떤 강대국이 나머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국주의는 경쟁과 대결을 특징으로 하는 체제입니다. 제국주의는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입니다.
• 사드 배치는 동아시아 불안정을 격화시킬 뿐이다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경쟁 제국주의 국가들을 견제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 사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되면, 미국과 일본이 중국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게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중국의 미사일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국은 자신의 주요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동·남중국해 일대를 미국이 주름 잡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유사시 미국 군사력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군사력, 특히 미사일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 사드 배치는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한·미·일 동맹을 더한층 강화할 수 있다. …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갈등은 사드 한국 배치로 더욱 심화되고 핵무기 경쟁을 포함한 군비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이다. 역내 국가들도 이에 자극받아 덩달아 군비를 늘릴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의 제국주의 간 경쟁의 한복판에 휘말려 있다. … [그리고] 동아시아 불안정 고조는 오롯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감내할 몫이 될 수밖에 없다.
• 고조되는 미·중 갈등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철강, 반도체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본격적인 무역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조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 미국 국무부는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의 하나로 지정했다. 탈북민 강제 송환, 위구르인 강제 노역 등을 주된 이유로 설명하며, 중국에 인권 공세를 펼쳤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과 금융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중국 단둥은행이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지정했다. …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주요 쟁점에 대만 문제도 있다. 6월 29일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 13억 달러어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 “하나의 중국” 원칙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미국 해군 함정의 기항지로 대만 항구를 허용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상원 전체 회의로 보냈다. … [그러자] 중국은 항공모함을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 해상으로 진입케 하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남중국해도 문제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 엄폐 시설 4곳을 추가 건설했다는 사실이 인공위성 사진 분석으로 알려지자, 미국 해군은 구축함을 보내어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주변 수역에 진입케 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 미국과 중국은 단지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를 놓고도 공공연하게 충돌하고 있다. 두 영역의 갈등이 중첩되면서 갈마드는 조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