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강탈과 저항의 역사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의 폭력에 맞서는 기습 공격을 시작한 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맹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 인종 청소, 추방, 살인을 통해 ‘국가’를 수립한 이래 인종 분리 정책을 펴고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해 왔습니다. 지난 7월에도 지난 20년 동안 벌인 공격 중 가장 큰 규모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제닌 난민 캠프를 공습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천 명이 피난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번 팔레스타인 저항이 시작된 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에 항공모함을 급파했고 신속한 무기 지원과 파병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저항에 대한 연대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주변국인 이집트와 요르단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고무된 사람들이 연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한국인·팔레스타인인·아랍인이 참가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탈은 어떻게 시작됐고, 왜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미국∙영국 등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왜 이스라엘을 지원할까요?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번 팔레스타인의 저항 소식을 접하며 이런 고민을 하는 독자 여러분에게 2종의 책을 추천합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를 살펴보고 시온주의자들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알아보려는 독자라면 《강탈국가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 저항의 역사를 돌아보고 해방의 전략을 모색하려는 독자라면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먼저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책갈피 추천 책 01
요즘 한국의 우익 시위에서 성조기, 태극기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시온주의자들이 하는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며 이스라엘 국가를 옹호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팔레스타인은 원래 주인이 없거나 계속 바뀌어 온 땅이다.”
“유대인은 홀로코스트를 당했으니 팔레스타인으로 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정당하게 돈을 주고 땅을 사들인 것뿐이다.”
“유엔이 유대인 땅과 아랍인 땅을 공평하게 나눠 따로 살게 해 주려 했지만 아랍인들이 거부했다.”
“이스라엘 국가는 성경에 근거한 것이다.” …
주인 없는 땅?
유대인 사회주의자 존 로즈가 쓴 이 책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를 살펴보며 위와 같은 주장들이 거짓임을 하나하나 속 시원히 밝혀냅니다.
예컨대, 시온주의 지도자들이 제2차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피해 고향을 떠난 유대인 난민들이 팔레스타인으로 향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려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 정부들에게 유대인 난민을 받아 주지 말도록 설득한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한편,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미국 같은 강대국들이 이스라엘을 편들고 지원하는 것을 단순히 유대인 세력의 로비 때문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이런 시각이 상황을 거꾸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동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통제하려고 이스라엘 국가 건설을 도왔고 지금도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이 책의 원서 부제는 “미국의 중동 경비견”입니다). 한국의 친미 우익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가를 옹호하는 것도 (유대인의 로비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미국의 패권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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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은 단지 강탈과 억압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좌절해 무력하게 눈물만 흘리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과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강탈하기 시작한 이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들에 맞선 위대한 투쟁을 거듭 벌였습니다.
1936년에는 영국의 식민 지배와 시온주의 운동에 맞서 거대한 파업이 벌어졌습니다.
1987년에는 이스라엘의 식민 정착촌 확대에 맞서 1차 인티파다(봉기)가 벌어졌고, 이어 2000년에는 전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스라엘의 강탈을 정당화하기만 한 ‘평화 프로세스’에 분노해 2차 인티파다가 분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용기 있고 단호한 저항이 여러 차례 벌어졌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팔레스타인 해방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적당히 영역을 나눠 살면서 서로의 국가와 영토를 존중하고 평화를 지키기로 약속하면 되는 것일까요? 서방 정부들을 설득해 이스라엘에 양보하라고 압력을 넣을 수는 없을까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만으로 해방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다른 아랍 국가(특히 미국·이스라엘과 대립하는 이란 같은 나라)의 정부들과 손잡아야 할까요?
마르크스주의자의 팔레스타인 해방 전략
이 책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이런 질문들에 답합니다.
이른바 ‘아랍 세계’라는 것이 계급적 차이와 제국주의에 대한 태도 때문에 하나의 동일한 집단이 아니라는 뼈아픈 현실을 알려 주는 반면, 오히려 아랍 지배자들과의 연대는 혼란과 배신만 낳을 뿐 아랍 노동계급과 연대하는 것이 더 현실적 방안임을 2011년 아랍 혁명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주장합니다(2011년 아랍 혁명을 불러일으킨 요인 하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수수방관하고 협조하는 자국 지배자들에 대한 분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