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꿈꾸던 청소년 동성애자 고(故) 육우당 20주기를 맞아
고(故) 육우당 20주기를 맞아 저희 책갈피 출판사의 역사를 일부 돌아보려 합니다.
육우당은 시인을 꿈꾸는 청소년 동성애자였습니다. 2003년 청소년보호법의 동성애자 차별 조항 삭제를 위해 투쟁하다, 동성애자들이 “하나님의 진노로 유황불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역겨운 저주에 항의하며 4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분노와 슬픔에 빠진 성소수자 운동가들과 진보적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추모 예배를 열고 한기총에 항의했습니다. 저희 책갈피 출판사 대표도 추모 예배에 참가했다가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책갈피 출판사의 역사는 한국 성소수자 운동의 발전과 연관이 깊습니다. 한국 성소수자 운동이 태동하던 무렵인 1995년에 책갈피 출판사는 마르크스주의로 성소수자 혐오의 원인과 해방의 전망을 이야기하는 책을 2종 냈습니다.
《동성애자 해방 운동과 마르크스주의》와 《동성애자 억압의 사회사》가 그것입니다.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책은 몇몇 우익 기독교 서적밖에 없던 시절에 나온 이 책들은 한국에서 급진적 성소수자 운동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2010년대 들어 변화한 상황과 새로운 경험을 일반화하기 위해 다시 여러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지개 속 적색: 성소수자 해방과 사회변혁》(2014), 《동성애 혐오의 원인과 해방의 전망: 마르크스주의적 분석》(2016), 《계급, 소외, 차별: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소외, 여성·성소수자·인종 차별을 어떻게 설명하는가?》(2017), 《트랜스젠더 차별과 해방》(2018), 《국제주의 전통 자료집 VII: 여성과 성소수자의 차별과 해방》(2018)이 그것입니다.
책갈피 ‘추천 도서’의 ‘주제별 큐레이션’ 코너에 실린 글 “성소수자 해방을 향해”에서 더 자세한 소개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급진적 성 해방 운동이 다시 굳건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새로운 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만나 보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