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해방을 향해
올해 23회를 맞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립니다. 이날만큼은 성소수자들이 춤추고 환호하며 서울 도심 곳곳을 누비고 자긍심과 해방감을 만끽하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더 나아가 성소수자들이 1년에 365일 언제나 자긍심에 충만해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해방의 길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만든 책 3종을 소개합니다.
책갈피 추천 책 01
“위대한 혁명이 일어나면 언제나 자유로운 사랑이 화두가 된다”
첫째로 소개할 책은 《무지개 속 적색: 성소수자 해방과 사회변혁》입니다. 급진적 성 해방 투쟁의 역사, 성 해방 투쟁과 사회주의 정치의 관계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사회주의자이자 성소수자 활동가인 저자 해나 디는 “위대한 혁명이 일어나면 언제나 자유로운 사랑이 화두가 된다”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말을 인용합니다. 그리고 20세기 초 독일과 러시아부터 1969년 스톤월 항쟁, 1984년 영국 광원 파업, 1990년대 초 남아공, 2000년대 초 레바논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급진적 성 해방 투쟁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성소수자 투쟁과 더 넓은 사회적 반란의 연결
몇 가지만 간단히 살펴볼까요?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으로 탄생한 볼셰비키 정부는 혁명 전에 남몰래 결혼한 두 여성의 결합을 법률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영국에서 시민동반자제도가 도입되기 88년 전의 일입니다.
1984년 영국 광원 파업 때 일부 성소수자는 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연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광원 노동자들은 보수적 성 관념에서 벗어났고, 성소수자 운동은 강력한 지지 세력을 확보했습니다. 이 과정은 2014년 개봉한 영화 <런던 프라이드>에도 잘 묘사돼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도 1997년 노동자 대중 파업의 여파 속에서 힘을 얻고 성장했으며, 역으로 여러 운동과 사회적 인식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노동자 집회에서 자랑스럽게 휘날린 무지개 깃발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001년 레바논에서는 중동 최초의 동성애자 조직인 헬렘(꿈이라는 뜻)이 결성됐습니다. 헬렘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2003년)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2006년)에 맞서 운동을 벌인 경험, 그 과정에서 심지어 흔히 동성애 혐오적이라고 여겨지는 이슬람주의 조직들의 존경을 받게 된 경험은 큰 울림을 줍니다.
“성소수자 투쟁과 더 넓은 사회적 반란을 연결하려는 이런 노력은 마치 무지개 속 적색처럼 성 해방 투쟁의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책갈피 추천 책 02
“사회주의가 성적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일까?”
둘째로 소개할 책은 《동성애 혐오의 원인과 해방의 전망: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입니다. 동성애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마르크스주의는 동성애 혐오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방 전략을 뭐라 주장하는지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노라 칼린이 쓴 “1부 동성애자 억압의 근원”은 원시사회에서 현대까지 동성 간 사랑과 관계를 보는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봅니다.
그런데 성에 대한 태도가 사회마다 달랐다는 사실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습니다. 더 깊숙이 들어가서, 왜 그랬는지까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적 관행은 모두 사회의 특정한 생산양식과 재생산 방식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다.”
20세기 동성애 해방 운동
콜린 윌슨이 쓴 “2부 마르크스주의와 동성애자 해방”은 20세기에 벌어진 동성애 해방 운동을 균형 있게 평가합니다. 즉, 그 운동들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었는지,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를 세심하게 돌아봅니다.
20세기 초에 벌어진 성 해방 운동의 일각에서 유력했던 개혁주의적 관점, 즉 자본주의 체제 내 개혁을 추구하는 관점과 1960년대 운동의 ‘개인적 정치’와 정체성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오늘날 성소수자 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책을 읽으면, 해나 디가 말한 “무지개 속 적색”의 의미가 더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책갈피 추천 책 03
“감동과 눈물로 읽었어요”
“트랜스젠더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흐름을 탄탄하게 잡아 주는 책”
셋째로 소개할 책 《트랜스젠더 차별과 해방》은 심지어 차별받는 집단 안에서도 배척받는 트랜스젠더를 다룬 책입니다.
영국 최초로 노동조합 전국집행위원으로 선출된 트랜스젠더인 로라 마일스 등이 쓴 이 책에 대해서는, 먼저 읽은 독자들이 남긴 소감이 가장 좋은 추천사일 듯합니다.
“감동과 눈물로 읽었어요. 로라 마일스의 그 진정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단숨에 읽었습니다. 깊이도 있지만 글도 잘 읽혔습니다!”
“얇지만 밀도 있는 책. 완전 알참. 트랜스젠더 권리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특히 트랜스 배제적 페미니스트들과) 논쟁할 때 매우 유용함. 반박이 속 시원함. 한편 트랜스젠더 차별의 기원에 대한 설명은 깊이 있고 훌륭함. 적극 추천~”
“가깝게는 1900년대, 멀게는 17~18세기의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에 대해 다루고,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정정해 준다. 트랜스젠더가 무엇인지,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정론으로 꿰뚫어 설명해 주는 책이라는 감상을 받았다. 논문이나 기사들의 주석이나 출처도 확실하게 들어가 있어 추가적인 공부를 하기에 아주 좋은 기본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또 무엇을 아는지 트랜스젠더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흐름을 탄탄하게 잡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