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출신의 혁명가이자 국제사회주의경향의 창시자: 토니 클리프를 기리며
4월 9일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혁명가 토니 클리프(본명은 이가엘 글룩스타인)가 사망한 지 22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1917년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클리프는 젊은 시절 영국 식민 당국에 탄압당하는 반제국주의자였고, 공산주의 운동에서 ‘왕따’당하던 트로츠키주의자였으며, 시오니즘을 배신한 유대인이었습니다.
클리프는 2000년 사망할 때까지 여러 세대의 사회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그의 놀라운 활력, 모든 억압에 대한 증오, 이론적 명료함이 그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그의 이런 면모를 잘 보여 주는 3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은 미국과 소련이 광기 어린 핵무기 경쟁을 벌이던 1947년에 처음 나온 책입니다. 냉전이 가하는 압력 속에서 당시 서구 좌파들은 두 방향으로 갈라졌습니다. 일부 좌파(주로 공산당)는 서방 제국주의에 반대해 소련을 옹호했고, 일부 좌파(주로 사민당)는 소련에 반대해 서방 진영과 자국 지배계급을 지지했습니다.
클리프는 이런 시류를 거슬러 소련이 서방 자본주의와 형태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사회(관료적 국가자본주의)라고 규정하고 미국과 소련 양 진영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달의 신간인 톰 오링컨의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은 어찌 보면 클리프의 이론을 요약하고 해설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리프는 선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남긴 자구(字句)에 교조적으로 집착하지 않고 그들의 진정한 정신(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을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는 ‘국가자본주의’ 이론에 이어 두 가지 이론적 혁신을 더 이뤄 냈습니다. 하나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장기 호황의 원인과 그 한계를 분석한 ‘상시 군비 경제’ 이론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쿠바 혁명의 진정한 성격과 한계를 규명한 ‘빗나간 연속혁명’ 이론입니다.
《트로츠키 사후의 트로츠키주의: 국제사회주의경향의 기원》은 클리프의 이 3가지 이론적 혁신을 설명하는 책으로, 마르크스주의가 현실의 변화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임을 보여 줍니다.
클리프는 마르크스주의 정치를 아주 쉽게 설명하는 저술가이자 연설가로도 유명했습니다. 그의 이런 재능을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입니다.
클리프는 생애 말년에 터키와 독일의 신생 사회주의 단체 회원들에게 마르크스주의 정치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15편의 에세이를 썼는데요. ‘세계화의 신화와 현실’, ‘차별과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주의와 민주주의’ 같은 다양한 주제를 각각 5~10쪽의 분량으로 쉽게 설명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에 이미 익숙한 독자라도 이 책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