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오늘날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은 상식처럼 통하는 듯합니다. 기업과 정부, 정치인들도 나서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설파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애씁니다.
이처럼 기후 위기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은 듯하지만,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라며 내놓는 방안은 가지각색입니다.
그런 방안들 중 어떤 것이 기후 위기의 진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기업과 정부와 시민들이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면 되는 것일까요?
이달의 큐레이션에서는 기후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다룬 책 2종을 소개합니다. 이 책들은 기후 위기가 실재하는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합니다. 또, 이 두 책은 기후 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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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를 바꿔야 기후변화를 멈춘다
《기후위기와 자본주의》는 영국 ‘기후변화 저지 운동’의 사무국장을 지냈고, 국제 연대 시위를 여러 차례 주도적으로 건설해 온 영국의 사회주의자 조너선 닐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2019년에 개정 출간되면서 “체제를 바꿔야 기후변화를 멈춘다”라는 부제가 달렸는데, 이것은 세계 기후 운동의 인기 구호인 “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부자와 권력자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이유
이 구호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은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체제 자체의 심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2부 ‘당장 실현 가능한 해결책’에서는 기후변화를 막는 실질적이고 가능한 조치들을 제시하면서 이런 조치들이 비현실적이고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불가능하다는 주장들을 반박합니다.
그렇지만 지은이는 이런 실질적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스스로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일은 유감스럽게도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옳게 지적합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정부가 단호하게 산업을 규제하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을 해야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려는 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런 일들에 착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은이의 이런 지적은 이 책의 원서 초판이 나온 2008년 이후로 수없이 많은 국제 회담들이 열렸음에도 실질적 해결책은 전혀 실행되지 않은 현실로 입증됐습니다.
날카롭고 신선한 폭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자본주의가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데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날카롭게 폭로합니다. 특히 일회용품 대중화 과정(341쪽~)이나 SUV 성공 신화(237쪽~)를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운데요.
흔히 개인들이 일회용품이나 SUV 같은 환경에 해로운 상품들을 소비하는 것이 문제라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이런 상품들을 만들어 내고 소비하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한 것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자신들이 만들어 낸 상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과 그들을 도와준 정부이며, 근본적으로 이런 일이 끊임없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 구절에서는 날카롭게 폭로합니다.
우리에게 변화를 이룰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은 결국 기후 위기 해결에 필요한 변화들을 요구하고 압박하는 사람들에게로 넘어갑니다. 지은이는 18장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에서 집단적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실상 그것만이 유일한 올바른 길이라고 말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힘이 없다든가 인간 본성 때문에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대목은 특히 감동적이고 힘을 줍니다.
쉽고 유익한 기후변화 입문서
이 책은 이처럼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책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단지 쉽기만 한 것은 아니고 아주 알차기도 합니다. 이 책은 2011년에 《기후변화와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처음 한국에 번역돼 소개된 이후 환경부 선정 환경부 직원을 위한 추천도서, 환경책큰잔치 ‘올해의 환경책’ 등으로 선정됐습니다.
또, 2019년 개정하면서 새로 쓴 옮긴이 후기에는 초판 발행 이후 변화된 상황이 담겨 있어 최근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기후 위기의 해결을 바라고 실천하고 싶은 분들, 갖가지 대안 중 어떤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분들, 기후 위기가 자본주의에 뿌리박고 있다는 점을 더 깊이 살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책갈피 추천 책 02
《기후 위기, 불평등, 재앙》은 기후 위기의 주요 쟁점들을 다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글을 한데 모은 책으로, 지난해 10월 출판됐습니다. 이 책의 굵직한 글들을 쓴 마틴 엠슨은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로 ‘기후변화 저지 운동’의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기후 운동과 노동계급의 만남에 주목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의 공통된 중요한 특징은 노동계급이 기후 위기를 멈추는 것에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고 결정적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입니다.
기후 위기 해결을 바라는 사람들도 흔히 노동계급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노동계급이 단지 더 큰 피해자이기만 하다고 봅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에서 기후 위기를 다룬 다른 책들과 구별됩니다.
이 책의 2부 6장 “노동자들이 환경을 위해 싸웠을 때”에서는 노동자들이 환경을 위해 싸운 사례들을 살펴보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일반적 교훈을 이끌어 냅니다.
한국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과 진보 진영의 해결책을 살펴본다
이 책은 한국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 분석들도 담고 있습니다. 2부 2장 “한국의 기후변화와 정부의 대응”에서는 탄소 중립 등 한국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책이라고 내놓은 계획들이 실제로는 전혀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눈속임인 데다 기업의 돈벌이를 도와 주고 노동자들에게 기후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려는 계획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또, 한국의 진보 진영이 제시한 해결책인 ‘정의로운 전환’과 그린뉴딜 등의 의의와 난점도 다룹니다.
채식주의, 탈성장, 과잉인구 … 기후 운동을 둘러싼 쟁점들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이 책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기후 운동을 둘러싼 최근의 여러 쟁점들을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날카롭게 다룬 글들이 실려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 운동 내에서는 탈성장, 채식, 과잉인구론 등의 쟁점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 책은 이런 쟁점들이 생겨난 배경과 그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살펴보며 기후 운동이 초점을 맞춰야 할 진정한 대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마르크스와 반자본주의 생태학
기후 운동에 몸담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르크스가 《자본론》 등의 핵심 저작들에서 발전시킨 인간 사회와 자연 세계의 변증법적 관계에 많은 영감을 받아 왔습니다.
이 책에서 마틴 엠슨은 환경 문제에 관한 마르크스와 엥겔스 관점을 재발견하고, 존 벨러미 포스터, 나오미 클라인 등 반자본주의 생태학자들의 기여도 살펴봅니다.
기후 운동이 맞닥뜨린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기후 위기의 해결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만, 특히 그중에서도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실천하면서 어려움과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함께 고민해 보자고 손 내미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