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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가 들려 주는 경제학의 역사 Economics in Perspective : a Critical History

J. K. 갤브레이스 지음 장상환 옮김 2002-04-25 399쪽 13,000원 신국판 9788989056072 03320 책벌레

이 책은 단순히 경제학자나 그 사상의 역사가 아니라 경제학의 역사에 관한 책으로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기 위한 책이다. 경제학에 관한 한, 역사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케인스주의는 1929년 대공황을 통해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지만 1970년대에 또 다른 경제위기를 막지 못했고 그 자리를 통화주의에게 내주게 된 것처럼, 우리는 경제 위기의 상황에서 과거 경제학의 역사를 들쳐보면서 해결책을 찾게 된다.

갤브레이스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자본주의까지 경제학이 그 시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은 중심 학설과 그 배경이 되는 상황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인 갤브레이스가 애덤 스미스 이래 200여 년에 이르는 경제학의 역사의 4분의 1 기간에 걸쳐 경제학자로서 현존하고 있고 그 경제학자들 대다수를 알고 있는 덕분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일반적인 경제학설사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경제학이나 경제 사상은 그것이 탄생한 시대와 사회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어떤 경제학설이든 그것을 둘러싼 세계 속에서 발전한 것이므로 나는 경제학을 그와 같이 세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자 한다. 예를 들면, 애덤 스미스의 학설은 산업혁명 초기의 충격 속에서, 데이비드 리카도의 학설은 산업혁명이 더 성숙해진 단계에서, 칼 마르크스의 학설은 자본가 권력에 의한 압박의 시대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학설은 대공황이라는 엄청난 재앙에 대한 반응으로서 각각 발전해 나온 것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융성하기 이전 시대라든가, 인간이 생존의 최저 선상에서 겨우 허덕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여러 나라의 경우 같이, 흥미로운 일이 거의 없고 경제 생활에도 이렇다 할 일이 없는 곳에서도 경제학이 세계를 반영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 9쪽

둘째는 위와 같은 관점에 서서 경제학의 대상인 경제 사회가 항상 변하고 있는 것에 부응해 경제학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전파 체계의 중요한 특징은 불황의 이론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는 놀랄 만한 것이 못 된다. 왜냐하면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고전파 이론의 성질로 보아 불황의 원인과 관련이 있는 것은 모두 제외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 만일 불황이 이론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불황에 대한 치유책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 할지라도 존재하지도 않은 병을 고칠 수는 없다. …… 이런 이유 때문에 고전파 전통에 따르던 경제학자들은 방관하고 있었다. ― 239~241쪽

셋째는 경제학의 역사를 철저히 현재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옛 사상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잔존해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반드시 언급하고 있다.

중상주의 국가가 순조롭게 무역수지 ― 수출액의 수입액 초과 ― 를 맞추기 위한 투쟁은 모든 나라가 성공할 수 있는 수월한 게임이 아니었다. 이것은 너무나 분명한 경제학적 진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으며,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에도 모든 나라는 어떻게 하면 국제수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다. ― 54쪽

중농주의자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부와 복지의 궁극적인 원천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는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마음을 위로해 주는 연설을 들으려고 농민이 집회를 열 때 그들이 듣는 것은, 과거 케네가 말한 것처럼, 경제의 진보도 국가의 힘․미덕․우월성도 모두 농민과 그들의 노동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 68쪽

넷째는 전문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의 경제적 주장과 논쟁, 예컨대 19세기 미국의 관세 논쟁과 화폐 논쟁 등도 다루고 있다.

19세기의 미국은 토지․생활․복지 면에서 향상 일로를 걸어온 나라였다. …… 이와 같이 사정이 일변한 곳에서는 더 희망에 넘치는 새로운 경제학이 존재했으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시대에는 미국적이라고 정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경제론은 어떤 종류라도 거의 존재하지 안았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특수한 미국적 체계를 발견하고자 상당히 영감 있는 학자들이 한정된 틀 내에서 노력을 했으나, 결국 포괄적인 미국적 체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경제학 연구는 눈에 보이는 불행이나 절망에는 잘 대응하지만, 성공․자기 승인․자기 만족이 경제학 연구를 촉진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실례다. …… 19세기를 통틀어서 보면 로버트 도프만 교수가 서술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모두 자기 나름대로 경제학자였다. 경제학은 정치학이나 철학, 신학 등과구별 없이 하나가 돼 있었다. ― 193~195쪽

다섯째는 이러한 방법론적 특성 외에 경제학자들의 성장 과정과 인물 평가도 다루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당시의 공립학교 교수들을 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들의 급여는 강의실에 출석하는 학생의 수나 학생의 열의와는 관계없이 결정되는데, 아무런 자극 요소가 없기 때문에 교수들은 거의 대부분 노력도 하지 않고 연구도 하지 않는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교수가 몇 명의 학생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스미스는 생각했는데, 그 자신이 후에 글래스고 대학에서 그런 방식으로 급여를 받았다. 스미스의 이러한 견해는 현대의 미국 대학에서는 틀림없이 나쁜 평판을 받을 것이다. ― 77쪽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갤브레이스는 재화가 풍부해 선택만이 문제가 되고 복지 제도가 발달돼 있는 오늘날에는 가격 이론과 분배 이론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실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것은 올바른 전망은 아니다. 실업 문제는 생계 문제와 연관되어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를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 하는 분배 이론과 통하고 있다. 즉, 이 문제는 20대 80의 사회라는 빈부 격차의 문제인 것이다.

이런 아쉬움 점이 있음에도 이 책은 과거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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