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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김일성 회고록 출판사 압수 수색을 규탄한다

6월 30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옛 보안수사대)가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출판한 민족사랑방 출판사를 압수 수색했다. 이 책의 출판이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라는 것이다(이적표현물 출판).

그런데 지난해 이 책이 출판됐을 때 우파 단체들이 낸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족사랑방 출판사가 최근 재출간을 준비하자 안보수사대는 출판사 사무실·창고·서점 등을 수색해 새로 찍은 책을 모조리 압수했다. 사실상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앞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2심 재판부는 “일반인들이 책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내용을 읽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시중 서점에는 홀로코스트 학살자인 히틀러의 자서전, 광주항쟁 살인마인 전두환·노태우의 회고록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경찰이 김일성 회고록 출판을 막으려 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독자적 판단 능력에 대한 경멸, 국가가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을 제멋대로 제한하고 그것을 벗어나면 처벌하겠다는 독단에서 나온 것이다(구매자 명단도 압수 수색 대상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기존 체제를 수호하려고 사람들의 머릿속까지 단속하려는 희대의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북한 관련 표현과 토론이나 남북 자유 왕래만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체제를 급진적으로 비판하는 사람과 사상도 중요한 단속 대상이다. 우리 책갈피 출판사의 경험이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책갈피는 1998년과 1999년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비롯해 11종의 책이 이적표현물로 낙인찍혀 당시 대표가 두 차례 옥고를 치러야 했다.

김일성과 그의 회고록을 어떻게 평가할지와 무관하게,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이런 사상·출판·학문·표현의 자유 침해 시도에 한목소리로 반대해야 한다. 이런 시도가 용인된다면, 이번 압수 수색은 “윤석열 정부의 공안 통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책갈피 출판사는 주장한다. 김일성 회고록 출판사 압수 수색 규탄한다! 표현의 자유 공격 중단하라! 책 읽는 것도 안 된다는 야만적 탄압 중단하라!

2022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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