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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증보판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 창당부터 코빈의 부상과 좌절까지 The Labour Party: A Marxist History

토니 클리프, 도니 글럭스틴, 찰리 킴버 지음 이수현 옮김 2020-11-30 872쪽 35,000원 신국판 9788979661996 책갈피

2015년에 영국 노동당 좌파인 제러미 코빈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급진적 변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이 희망에 부풀었고 한국의 많은 진보∙좌파도 코빈을 응원했다. 그러나 대다수 노동당 국회의원과 당내 우파는 코빈을 한사코 반대했다. 이들은 2019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패배하자 코빈을 대표직에서 사임시키더니 급기야 코빈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자로 몰아 당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안타깝게도 코빈을 포함한 노동당 좌파는 대중을 동원해 이 세력에 맞서기보다 거듭 타협하고 후퇴했다.

노동자 정당을 통한 사회 변화를 꿈꾸던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으로 사기 저하하지 않으려면,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배우고 개혁주의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노동당의 탄생부터 코빈의 부상과 좌절까지 12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날 노동계급이 자본주의와 우파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본문 중에서

p 61~62

1895년에는 노동자 정당에 대한 희망이 모두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5년 뒤 노총은 노동자 정당을 건설했다. 이런 극적인 변화의 계기는 무엇인가? 그 답은 지배계급의 공격이었다. 1889년에는 능동적으로 움직였던 현장 조합원들이 이제 관료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 노동당은 노총 관료들의 책략의 산물이었고 계급투쟁이 후퇴한 결과였다.

p 45

어떤 정당은 태어날 때부터 썩어 있었고, 어떤 정당은 점차 썩어 갔고, 어떤 정당은 외부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썩었다. 각각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있다. 러시아 공산당은 독일 혁명의 패배, 국제적 고립, 16개 나라 군대의 침략과 내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썩었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오랜 시기 동안, 그리고 카우츠키와 베른슈타인 같은 사람들이 들인 많은 노력 때문에 점차 기회주의에 물들었다. 그러나 노동당은 처음부터 순전한 개혁주의 정당이었다.

p 275~276

[1931년 노동당 정부 붕괴] 당시 노동당이 실업급여 삭감에 맞서 싸웠다는 신화가 1931년 이후 꾸준히 유포됐다. 노동당이 실업급여를 삭감하느니 차라리 정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진실은 노동당이 램지 맥도널드를 축출한 것이 아니라, 내각의 다수가 실업급여 삭감을 받아들였는데도 맥도널드가 내각에서 노동당 인사들을 축출한 것이었다.

p 362~363

국유화에 대한 노동당의 태도는 1945년 선거 정책·공약 자료집 《미래를 직시합시다》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자료집은 국가가 영국은행, 탄광, 전력과 가스, 철도, 철강 등 특정 산업들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유화가 노동과 자본의 세력균형을 바꾸는 수단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 때문에 옳다는 것이었다. … 그래서 보수당의 주요 인사들도 광산 국유화에 반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배계급의 비타협적 전사(戰士)였던 처칠조차 반발하지 않았다. 처칠은 영국은행 국유화에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 케인스주의 계획경제 시대에 필연적인 조처였기 때문이다.

p 675

노동당의 이런 선거 승리(와 배신행위)는 ‘신노동당’이 스스로 주장했듯이 과거의 전통과 완전히 단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흔한 견해다. 마거릿 대처는 자신의 최대 업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토니 블레어와 신노동당”이라고 대답했다. … 이와 다른 대안적 견해는 … [구노동당과 신노동당 사이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신노동당이 구노동당의 근본적 관점과 전망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어떤 견해가 옳은가?

p 771~772

개혁주의 의식은 실제로 개혁을 획득할 가능성이나 실제로 노동당에 투표하거나 노동당원이 될 가능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혁주의 신념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노동당이 노동자들의 개혁 염원을 점차 반영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조직들이 쉽사리 노동당을 대체해 개혁주의의 정치적 표현체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동당과 노조 관료들의 독특한 관계는 비록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이 덕분에 노동당 고유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개혁주의 의식과 노동당 득표 사이의 간접적이지만 실질적인 관계 때문에 노동당의 대중적 영향력이 유지된다. 노동당은 일시적으로 우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노동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노동계급이고, 노동계급의 가장 선진 부문은 압도적으로 노동당 정치를 지지한다.

p 774

노동당은 여전히 ‘자본주의적 노동자 정당’이고, 그런 정당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좋은 측면은 노동자들이 투표할 수 있는 독자적 정당이 있다는 것이고, 나쁜 측면은 그 정당이 자본주의의 경기 규칙을 받아들여서 자기 지지자들을 실망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느 날에는 노동당 지방의원들이 강요하는 복지 삭감에 대항하는 운동을 벌이다가도 다음 날에는 바로 그 지방의원들과 단결해서 파시스트들의 도심 행진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p 782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을 우선시하고 선거보다 거리와 작업장을 중시하는 정당이다. 노동당 좌파는 의회 밖 투쟁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조차 투쟁을 선거 정치에 종속시킨다. 2020년 한 해 동안 일어난 가장 고무적인 투쟁들은 대부분 의회 영역 바깥에서 벌어졌다. … 이런 저항이 더 많이 벌어져야 한다. 그리고 투쟁과 혁명적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체제 전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치를 건설해야 한다. 미래는 노동당 바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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