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弔詞) _ 이승민(1976~2019)
독자 여러분께 슬픈 소식을 전합니다.
저희 책갈피 출판사의 번역자이자 편집자인 이승민 님이 10개월간의 암 투병 끝에 7월 5일 새벽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승민 님은 2012년에 입사해 6년 동안 여러 분야의 중요한 책들을 번역하고 편집했습니다.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적 비판》(2013),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조합 투쟁》(2014), 《동성애 혐오의 원인과 해방의 전망》(공역, 2016), 《노동조합 속의 사회주의자들》(2018)이 모두 그녀가 번역한 책입니다. 그 밖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2015), 《계급, 소외, 차별: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소외, 여성·성소수자·인종 차별을 어떻게 설명하는가?》(2017) 등 여러 책에 그녀가 번역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이승민 님은 《사회변혁적 노동조합운동》(2015), 《자본주의 국가》(2015), 《계급, 소외, 차별》(2017), 《붉게 타오른 1917》(2017),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과 성차별, 성폭력》(2017), 《러시아 혁명: 희망과 좌절》(2017), 《트랜스젠더 차별과 해방》(2018) 등 여러 책을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원문을 정확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부드러운 문장으로 옮기거나 다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그녀 덕분에 중요한 마르크스주의 문헌들을 독자들이 쉽고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것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은 단순히 타고난 재능에서 비롯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입사 초기부터 선임 번역자·편집자의 경험을 배우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정확하고 부드러운 번역·윤문을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 10여 권의 책과 논문을 읽는 철저함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직전까지 그녀는 독일 혁명을 분석한 크리스 하먼의 명저 The Lost Revolution: Germany 1918 to 1923 를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번역을 시작하기 전 그녀가 조사한) 각종 용어를 정리한 표가 주인 잃은 책상 앞에 덩그러니 붙어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녀는 투병 중에도 자신의 도움 없이 나머지 출판사 성원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걱정 말고 투병에만 전념하라고 했지만, 사실 그녀의 빈자리는 너무나 큽니다. 그녀는 책갈피 출판사에서 소중한 ‘동지’였습니다. 주도면밀한 추진력을 갖춘 그녀를 우리 모두 든든하게 여겼다고 꼭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녀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미완성 유작 The Lost Revolution 의 번역을 이어받아 조만간 출간할 것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 드립니다.
이승민 동지를 기리며
책갈피 출판사 일동
빈소: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3호
발인: 7월 7일 오전 7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