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국가 마르크스주의의 관점

크리스 하먼,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최일붕 편저 2015-12-07 312쪽 14,000원 신국판 9788979661163 책갈피

국가기관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노동 개혁’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모는 정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고 누구의 편인가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

한편으로 최근 그리스 시리자의 집권, 제러미 코빈의 영국 노동당 당 대표 선거 압승, 스페인 포데모스의 급성장 등 세계적으로 좌파적 개혁주의가 부상하면서 급진좌파가 자본주의 국가를 활용해 사회 개혁이나 변혁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논쟁이 전 세계 좌파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 국가의 작동 방식을 규명하고 효과적인 사회변혁 전략을 제안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글을 묶은 것이다. 1부는 자본주의 사회 국가와 자본의 관계를 역사적·변증법적으로 분석하며 자본주의 국가의 작동 방식과 그 형태를 심층 분석한다. 2부는 좌파적 개혁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 사이의 전략 논쟁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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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세월호 참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데다 진실을 은폐하려 갖은 애를 쓰는 박근혜 정부를 보면서 사람들은 국가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품었다.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실태가 드러나고, 통합진보당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정부가 노동자를 더 쥐어짜기 위해 ‘노동 개혁’을 밀어 부치는 것도 모자라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인 양 몰아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기관들의 부패와 억압, 비민주성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유신체제로 회귀했다고 탄식하고 심지어 파시즘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은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과 형태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의 견해를 살펴볼 계기를 제공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사실, ‘좌파’를 자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을 둘러싸고 오랜 논쟁이 있었다. 120년 전 독일 사회민주당 안에서 ‘수정주의자’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과 ‘급진파’ 로자 룩셈부르크가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논쟁을 벌인 이래 자본주의 국가가 사회 개혁이나 변혁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 논쟁돼 왔다.

그 뒤 베른슈타인의 길을 따른 각국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자본주의 국가를 활용해 사회 개혁을 이루려 한 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 국가가 중립적이지도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기구도 아니라고 역설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후자의 견해를 대변한다.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다양한 정치조직 중 단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치조직이다. …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공생 관계다. … 국가를 경영하는 지배계급 부분은 민간 부문을 경영하는 나머지 지배계급 부분과 체제 유지에 이해관계가 같다. … 개혁주의의 비극은 단순히 정권을 잡는 것과 권력 장악을 혼동해서 자본주의의 포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 시리자의 실험

오늘날에는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견해가 좌파들 사이에서 흔하다. 그러나 개혁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의 이분법을 넘어섰다던 그리스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가 최근 집권하자마자 봉착한 난관과 잇단 후퇴는 고전적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집권기에 보인 혼란과 동요, 배신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가혹한 긴축정책을 중단하라는 노동계급과 서민의 염원과 투쟁 속에 집권한 시리자가 대중적 긴축 거부 의사를 완전히 거슬러 긴축정책의 집행자가 되기까지 겨우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많은 좌파들의 기대를 모았던 시리자가 실패한 지금, 들뜬 기대는 가라앉았지만, 시리자의 실패를 낳은 이론적·정치적 뿌리가 무엇인지 규명하며 교훈을 이끌어 내려는 좌파의 글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시리자의 실패를 단지 그 지도자들 다수의 문제로만 여기는 시각이 있지만, 문제의 근원은 그보다 훨씬 깊다. 시리자의 집권으로 좌파가 자본주의 국가기구를 장악해 사회 개혁/변혁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고, 시리자의 심각한 후퇴는 이런 좌파적 개혁주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뜻한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리자에 대한 환상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많은 좌파들이 여전히 좌파적 개혁주의의 전략에 담긴 약점을 직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좌파 이론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며 자본주의 국가의 작동 방식을 규명하고 효과적인 근본적 사회변혁 전략을 제안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글을 묶은 것이다.

1부에는 자본주의 사회 국가와 자본의 관계를 역사적·변증법적으로 분석하며 자본주의 국가의 작동 방식과 그 형태를 심층 분석하는 글 세 편을 실었다.

크리스 하먼은 “오늘날 국가와 자본주의”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에서 흔한 국가관(국가를 단순한 상부구조로 이해하거나 자본과 동일시하는 견해)을 비판하며 자본주의 국가가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자본과 상호작용하는 구체적 방식을 분석한다. 하먼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국가의 힘이 약화되고 강대국 간 제국주의적 갈등이 사라졌다는 흔한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국가의 구실과 국가와 자본이 맺는 복합적 관계를 논한다.

‘토대와 상부구조’는 사회를 건물에 빗댄 마르크스의 은유로서 이론적 시사점이 매우 많지만, 오늘날 좌파의 대부분은 이 시사점들과 은유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크리스 하먼은 “토대와 상부구조”에서 역사유물론의 여러 쟁점을 논하면서 이 논의에 담긴 함의를 짚는다.

(크리스 하먼의 두 글은 1994~1995년 각각 《오늘의 세계경제: 위기와전망》과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의 일부로 번역·출판된 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완전히 새로 번역했다. 그 덕분에 이 중요한 두 글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자본주의 국가의 다양한 형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파시즘, 국가자본주의 등 자본주의 국가의 다양한 형태와 그 특성을 설명한다.

2부에는 좌파적 개혁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 사이의 전략 논쟁을 다루는 논문을 실었다.

최근 그리스 시리자의 집권, 급진좌파인 제러미 코빈의 영국 노동당 당 대표 선거 압승, 스페인 포데모스의 급성장 등 세계적으로 좌파적 개혁주의가 부상했다. 실로 40년 만이다. 폴 블랙레지는 “좌파적 개혁주의, 국가, 그리고 오늘날 사회주의 정치의 문제”에서 좌파적 개혁주의 운동의 재부상을 환영하면서도 좌파적 개혁주의의 약점과 한계를 상세히 짚는다.

‘좌파 정부’ 문제를 둘러싼 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중후반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좌파 정부 수립을 놓고 논쟁이 있었다. 크리스 하먼과 팀 포터가 1977년에 쓴 “노동자 정당이 집권하면 노동자 정부인가?”는 좌파 정부 집권을 통해 사회주의로 나아간다는 전략의 난점을 비판하며 혁명가들이 추구해야 할 전략과 전술을 제시한다.

오늘날 좌파적 개혁주의 운동에 영감을 주고 있는 이론 하나는 니코스 풀란차스의 중간주의적 이론이다. 콜린 바커가 쓴 “니코스 풀란차스의 정치 이론 비판”은 사회 변화에서 계급투쟁이 하는 핵심적 구실을 기각하는 풀란차스의 이론이 어떻게 개혁주의로 귀결될 수 있는지 분석한다. 바커는 의회 민주주의를 이용해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민주적 길’을 열 수 있다는 풀란차스의 주장을 상세히 논박한다.

자본주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세계적으로 지배계급의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노동계급 운동은 자본주의 국가기구를 이용해 변혁을 성취하려는 좌파적 개혁주의 전략에 담긴 이론적·정치적 문제를 숙고해야 한다. 이것은 당면한 투쟁과 미래의 새로운 사회 건설 모두에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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