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이 문제없다’는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출판계 성명에 동참했습니다
2008년 국방부가 23개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군부대 내에서 ‘금서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2008년 10월 해당 출판사와 저자 들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 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해당 도서 등을 저술하고 출판한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시정을 요구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2012년 5월 31일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도서출판 책갈피는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의 일원으로 기각 결정을 비판하는 출판계 성명에 동참했습니다.
성명서는 아래에 첨부합니다.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이 문제없다’는 법원 판결에 대한 출판계의 입장
2008년 국방부가 23개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군부대 내에서 ‘금서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2008년 10월 실천문학, 후마니타스, 보리, 한겨레출판, 이후, 철수와영희, 615출판사, 돌베개 등 11개 출판사와 김진숙, 홍세화, 정태인, 하종강, 안건모, 박준성 등 11명의 저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헌법상 보장하는 언론, 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해당 도서 등을 저술하고 출판한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2012년 5월 31일 이와 관련해 “이유 없다”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군사독재 정권 아래 정부가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책들의 출판과 유통을 금지시킨 바 있지만,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다시금 이와 유사한 행위가 국방부를 통해 이루어졌고, 법원이 이와 관련해 면죄부를 줬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은 기본적으로 학문 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글을 집필한 저자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공권력이 자의적 잣대로 도서의 불온여부를 판단하고 양서의 유통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선택의 자유까지 훼손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불온서적 목록’에 포함된 책의 저자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를 넘어서, 출판에 종사하거나 관련되어 활동하는 이들을 비롯하여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그동안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낙인찍은 책들을 추천하면서 출판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위해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동시에 이러한 문제를 불러일으킨 국방부에 다시금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불온서적 목록’이 작성된 자세한 경위와 그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학문 사상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온서적 목록’ 작성을 즉각 중단․철회하라.
하나, ‘불온서적 목록’에 선정된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 공식 사과하라.
하나, ‘불온서적 목록’을 작성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서명 출판 단체: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청소년출판협의회,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
서명 출판사: 실천문학, 보리, 후마니타스, 한겨레출판, 615출판사, 철수와영희, 이후, 돌베개, 당대, 두리미디어
서명 저자: 김진숙, 한홍구, 최한욱, 곽동기, 하종강, 박준성, 안건모, 정태인, 홍세화
2012년 6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