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머리말
머리말
1장 서론
2장 마르크스주의는 유럽 중심적 전통인가?
3장 인종차별은 어디서 생기는가?
4장 노예제도와 자본주의의 초기 발전
5장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인종차별
6장 흑인 노동자와 백인 노동자
7장 흑인 공동체와 계급
8장 1992년 로스앤젤레스: 인종 폭동이 아니라 계급 반란
9장 인종차별과 계급투쟁
10장 사회주의 혁명과 흑인 해방
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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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씨앗 – 좋은책고르기 2020년 10월 매체 주목도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운동이 세계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이 책은 인종차별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분석한 현대의 고전이다. 짐바브웨 출신의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 책에서 인종차별의 본질과 기원,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역사, 오늘날에도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해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는다.
특히, 마르크스가 남긴 문헌들을 연구해 인종차별에 대한 마르크스 자신의 유물론적 분석을 복원하고, 백인 노동자가 인종차별로 물질적 이득을 얻는지(흑인 민족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사이의 핵심 논쟁점)를 규명하기 위해 실증적 분석을 내놓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반란을 둘러싼 갖가지 오해(예컨대, 흑인과 한국인의 대립이었나?)를 바로잡는 부분도 우리나라 독자에게 각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옮긴이 머리말
머리말
1장 서론
2장 마르크스주의는 유럽 중심적 전통인가?
3장 인종차별은 어디서 생기는가?
4장 노예제도와 자본주의의 초기 발전
5장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인종차별
6장 흑인 노동자와 백인 노동자
7장 흑인 공동체와 계급
8장 1992년 로스앤젤레스: 인종 폭동이 아니라 계급 반란
9장 인종차별과 계급투쟁
10장 사회주의 혁명과 흑인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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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본질과 기원
인종차별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편견, 즉 단순한 의식의 문제일까? 인종차별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오래된 인간 본성일까? 노예제도와 식민지 시대의 유물이 살아남아 있는 것일까?
짐바브웨 출신의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1993년에 쓴 이 현대의 고전에서 인종차별이 단순히 의식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체계적 불평등을 낳는 차별이자 천대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인종차별이 오래된 인간 본성이 아니라 현대적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인종차별 탓에 노예제도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노예제도의 결과물로서 인종차별이 태어난 것이다.” 오늘날에도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에도 인종차별을 낳는 물질적 조건은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통찰: 인종차별을 낳는 물질적 조건
그러면 이 “물질적 조건”은 무엇일까? 캘리니코스는 카를 마르크스가 남긴 문헌들을 연구해 인종차별에 대한 마르크스 자신의 유물론적 분석을 복원한다. 마르크스가 파악한 인종차별의 존재 조건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자들 사이의 경제적 경쟁. 둘째, 인종차별 이데올로기가 백인 노동자에게 미치는 호소력. 셋째, 인종에 따른 노동자 분열을 조장하고 유지하려는 자본가계급의 노력. 인종차별은 “자본주의의 산물”이고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데 기여”하며 “자본가계급에게 유익한 일”이다.
백인 노동자가 인종차별로 물질적 이득을 얻는가?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주의와 흑인 민족주의 사이의 중요한 논쟁점도 다룬다. 즉, 백인 노동자가 인종차별로 물질적 이득을 얻느냐는 질문이다. 캘리니코스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노동귀족 이론, 부등가 교환 이론, 마르크스의 착취 이론을 살펴볼 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 적용한) 실증적 분석도 내놓는다. 그 결과를 보면 “인종차별이 백인 노동자의 이익에 어긋난다는 사실, 그 이익을 물질적 이익으로 아주 협소하게 보더라도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인종차별이 자본주의의 유지에 일조하고 그럼으로써 백인 노동자와 흑인 노동자 둘 다에 대한 착취가 계속될 수 있게 한다는 더 폭넓은 주장의 한 단면을 확인해 준다.”
인종차별과 계급투쟁
캘리니코스는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역사, 인종차별과 계급투쟁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며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는다. 그중에서 1992년 로스앤젤레스 반란을 다룬 부분은 우리나라 독자에게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당시 세계 언론이 ‘흑인의 약탈 vs 한국인 상인의 자위 활동’ 구도인 양 보도했기 때문이다. 캘리니코스는 이 반란의 배경과 다인종적 성격, 로스앤젤레스 사회구조에서 한인 상인들이 차지한 지위 등을 분석하고 설명한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잇따른 미국 경찰의 폭력을 먼 나라 얘기로만 여기지 않고 함께 분노하는 독자들, 격렬하게 벌어지는 규탄 운동에 동질감을 느끼며 응원하는 독자들, 온갖 차별에 맞서려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1950년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자본론의 논리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영국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다. 실천하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2000년대의 세계적 대안 세계화 운동과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으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1년 한국의 한 중앙 일간지가 선정한 세계 지식인 42인 가운데, 놈 촘스키에 이어 둘째 순서로 소개됐다. 또 <한겨레>가 보도했듯이 “캘리니코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르크스주의와 세계 반전/반자본주의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캘리니코스가 쓴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은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필독서로 꼽혔다. 그 밖에 《반자본주의 선언》,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자본론 행간 읽기》,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차별과 천대에 맞선 투쟁의 전략과 전술》(공저), 《브렉시트와 유럽연합》(공저),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공저), 《제3의 길은 없다》, 《평등》, 《사회이론의 역사》, 《현대철학의 두 가지 전통과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서사》 등 수십 권의 저서가 번역돼 있다.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번역가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오바마의 아프팍 전쟁》, 《이란의 여성, 노동자, 이슬람주의》(공역), 《세계화와 노동계급》(공역) 등이 있고, 엮은 책으로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그리스 외채 위기와 시리자의 부상: 좌파 정부는 긴축을 끝낼 수 있는가》 등이 있다.
첫 문장
“숨을 쉴 수 없어요.” 2020년 5월 25일 미국에서 한 흑인 남성이 땅바닥에 엎드려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채로 27번이나 한 말이다.
p 38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백인이 우월하다는 이론이 없었다. 고대사회에 피부색을 이유로 한 인종차별이 없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서기 193~211년에 로마 황제를 지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다. 세베루스는 흑인이었음이 거의 확실하다. 로마 사회 통치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 하나는 지방의 유력가들을 제국 지배계급의 문화(그리스 전통과 로마 전통을 융합한 문화)로 통합하려 애썼다는 점이다.
p 46~47
아프리카인 노예를 착취하는 일이 생기기 전에 인종차별이 존재했고 이것이 노예 착취를 낳았다는 주장이 흔하다. 그런 주장에 [트리니다드섬 출신의 역사학자] 에릭 윌리엄스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저서[《자본주의와 노예제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인종차별 탓에 노예제도가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노예제도의 결과물로서 인종차별이 태어난 것이다.”
p 77
인종차별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그 결과로 약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의 유지에 일조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이간질해서 각개격파한다”는 격언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지배계급의 지혜로, 서기 1세기에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가 한 말이다. 자본가의 지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조직된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것이다.
p 85~86
[미국의 사회학자] 앨 시맨스키는 미국 50개 주(州)의 백인 노동자와 흑인 노동자의 처지를 비교했다. 시맨스키가 알아낸 사실은, 첫째 “백인 소득 대비 흑인 소득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백인 소득이 미국의 다른 지역 백인 소득보다 높다”는 것이다. … 둘째 사실은 “제3세계 출신자의 인구 비중이 높은 주일수록 백인들 사이 불평등도 심하다”는 것이다. … 셋째 사실은 다음과 같다. “인종에 따른 차별이 심할수록 백인의 소득이 줄어든다. 노동계급 연대라는 매개변수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해서, 인종차별은 백인 노동자에게 경제적으로 불리하다. 인종차별이 흑인 노동자와 백인 노동자의 단결을 해쳐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p 103~107
로스앤젤레스 반란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하나같이 약탈자들과 한국인 상인들의 대결에 주목했다. … 한인 상인들의 곤경을 다룬 언론 보도 일부는 심각하게 왜곡된 것이었다. 첫째, 한인 상인들과 갈등을 겪은 것은 흑인들이라기보다는 로스앤젤레스의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 한인 상인들은 가난한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 주민의 주된 착취자는 아니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 중남부 북쪽의 라틴아메리카계 밀집 구역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받아 막대한 이윤을 얻는 악덕 집주인은 대부분 백인이다. 그러나 아시아계 상인들은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 대중이 겪는 빈곤과 천대에 책임이 있는 체제의 대변자들로서 유일하게 눈앞에 있고 직접 대거리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 한인 상인과 가난한 흑인/라틴아메리카계의 갈등은 근본적 계급 적대가 문제의 원흉이 아닌 엉뚱한 대상으로 비껴가 일어난 일이었다.
p 116~119
일반으로 말해, 계급투쟁의 수위가 높을수록, 노동자의 투쟁성/자신감/조직이 강할수록, 특정 운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층이 다양할수록 인종차별이 노동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약해진다. … 계급투쟁의 수위와 인종차별의 영향력은 반비례 관계다. 이 관계의 근저에 놓인 사활적으로 중요한 요인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이다. 노동계급이 사용자에 맞선 전투를 잘 치르고 있을 때는, 백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방어하는 자주적 조직을 신뢰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이 흑인 형제자매와 같은 계급의 일원이라고 여길 가능성도 커진다. 이와 반대로, 노동자 운동이 수세에 몰리고 사용자들이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데 대체로 성공할 때는 노동자들이 계급을 기반으로 한 집단적 조직과 행동을 문제 해결책으로 볼 가능성이 확 낮아진다. 이런 조건에서는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주의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흔히 인종차별이 자본주의 이전부터 존재했다고들 한다. 나는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 퍼져 있던 이방인에 대한 편견이 현대의 인종차별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캘리니코스의 견해에 동의한다. …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의 통찰을 빌려 어떻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박이’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 사이의 인종적 분열이 노동계급을 약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미국의 정치인과 자본가계급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능수능란하게 이용한다. … 인종차별을 폐지하려면 세계 자본주의를 폐지해야 한다. 캘리니코스는 이 점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 피터 맥라렌, 미국 UCLA 도시교육학 명예교수
인종차별과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기원과 역사를 쉽게 설명하는 훌륭한 책이다.
─ 하산 마함달리, 영국 무슬림연구소 전 소장
노예와 인종차별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을 잘 설명하는 책이다.
─ 애비 바칸,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인문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