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100년도 더 전에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모순 위에 구축된 체제라는 것을 보여 줬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설명에서 핵심인 이윤율 저하 경향(21~23쪽)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가 성장함에 따라 이윤율, 즉 자본 투자에 대한 이윤의 비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가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방식, 즉 자본주의적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방식의 직접적 결과다. 마르크스는 자신보다 앞선 세대의 경제학자들이 이윤율 저하를 알아챘을 때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이윤율 저하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단지 역사적이고 일시적인 생산양식일 뿐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며,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특정 단계에서 더 이상의 발전과 충돌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율 저하는 “자본주의 생산의 진정한 장애물은 자본 자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이윤율 저하 ‘법칙’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설명에서 단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이 법칙은 자본주의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인 체제라는 마르크스 주장의 핵심이었다.
임금 인상이 경제 위기의 원인인가?(208~214쪽)
경제 위기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임금 인상이 이윤을 줄인 탓에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주장은 (거대한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서방세계의 두 경제만 봐도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다. 영국의 국민소득 가운데 모든 기업이 차지하는 몫(세금 공제 후)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서)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의 생산량과 국민소득 중 ‘이윤 몫’이 줄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문제가 왜 호황 초기에는 발생하지 않다가 이때 발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체제가 그 전에는 실질임금 상승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다는 것 말고 다른 설명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이끌어 낼 수 있는 결론은 실질임금 상승이 경제 위기를 낳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위기 때문에 실질임금 상승이 이윤을 감소시키게 됐다는 것이다. ‘이윤 몫 감소’는 경제 위기의 산물이지 원인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호황과 불황 모두를 설명한 마르크스주의자들(131~133쪽)
대호황이 시작됐을 때부터 줄곧 마르크스주의 내에는 그 호황을 설명하면서도 20~25년 후 호황을 끝장내게 하는 장기적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소수파 경향이 존재했다. 대호황의 절정기에 글을 쓴 오크스는 독일에서는 히틀러 집권 이후, 미국에서는 전쟁 개시 이후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시대’인 ‘상시 전쟁경제’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나는 상시 전쟁경제가 자본주의의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분석은 1957년 토니 클리프의 글, 1961년과 1968년 마이클 키드런의 글에서 더욱 심화됐다. 그들은 한 가지 결정적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즉, 호황은 국가자본주의와 군사적 경쟁의 시대에 일어난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에서 비롯했지만, 체제의 내적 모순들은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다가 나중 단계에서 새로운 경제 위기와 계급투쟁의 격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었다.
1930년대 대불황의 원인은 무엇이었나?(103~106쪽)
흔히 1930년대의 불황은 1929년 10월 29일 월스트리트의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됐다고들 생각하지만, 경제 위기는 사실 그 전에 산업에서 시작됐다. 9월과 10월까지 전체 산업 생산은 연평균 20퍼센트의 비율로 하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주식시장의 붕괴는 산업부문 경제 위기의 결과였을 뿐 아니라 산업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반작용을 하기도 했다. 산업 생산의 감소 때문에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은행이 압박을 받았는데, 이것이 이번에는 산업 생산을 더 감소시키고 은행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켰다. 전에는 항상, 자동적 시장 메커니즘이 결국은 경제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줬는데 이제 더는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체제의 노화가 체제 자체에 타격을 주고 있었다. 체제의 다양한 부분들은 너무 크고 너무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자본 하나가 다른 자본을 집어삼키면 자신의 생계 원천까지 파괴할 위험이 있었다.
질질 끄는 오늘날의 경제 위기(201~202쪽)
경제 위기의 현재 국면이 오래 질질 끄는 성격이 있다는 것과 1930년대보다는 덜 심각하다는 것 사이에는 연관이 있다. 각국 지배자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든 간에, 국가는 산업과 금융이 붕괴해서 가장 수익성 있는 기업들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지 않도록 경제에 개입했다. 또, 가만 놔둘 경우 모든 국가가 무너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들도 마찬가지로 경제에 개입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경제 위기 때 체제의 구성 단위 일부가 강제로라도 청산되지 않는다면, 위기를 부른 자본의 유기적 구성 상승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면 체제의 대규모 구성 단위 하나가 입은 손실이 다른 단위들로 확산된다. 그래서 세계의 이윤율은 더 떨어지고 경기 부진의 압력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