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한 통 = 신문 한 부
가치란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앞 장에서 다룬 분석 방법으로 돌아가 보죠. 가치는 아이작 뉴턴이 설명한 중력이 우주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구실을 하는 추상적 개념입니다. 우리는 중력을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지 못합니다. 그러나 중력이라는 개념 덕분에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중력은 실제로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중력이 자연현상인 반면에 가치는 인간 사회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는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상을 형성하는 영원한 자연법칙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역사의 특수한 시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치라는 개념 덕분에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상품의 교환가치가 같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가치는 실제로 영향을 미칩니다. 자본주의는 가치가 서로 다른 상품들을 한데 모아 비교, 등치시켜 교환하는 체제입니다. 가치가 모든 상품에 공통으로 있는 하나의 속성, 즉 그것을 만드는 데 투입된 인간 노동이라는 속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합니다. 마르크스는 여기서 이미 급진적 논점을 제기한 것입니다. 자본가가 기업가의 재능이나 기계를 공장에 모아 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가 생산했기 때문에 상품이 가치를 갖게 됐다는 것이죠.
주식시장의 비밀
허구적 자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입니다. 상장 기업들은 주식을 발행해 돈을 끌어모읍니다. 이 주식은 사고 팔릴 수 있는 허구적 자본을 형성합니다. 주식의 가격은 가치 생산과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법칙에 따라 변동합니다. 주식의 가치는 처음에 담고 있던 가치를 훨씬 상회할 수도 있고,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미국의 ‘닷컴’ 거품 당시에는 첨단 기술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이윤 대비 주가의 비율은 그 전 평균치보다 적어도 갑절로 치솟았다가 2001년에 갑자기 거품이 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허구적 자본은 대체로, 다만 매우 약하게 생산자본과 연결돼 있습니다. 비록 생산자본과는 다른 자체의 법칙을 따르지만 말이죠. 예를 들어,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기업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얻게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주식은 잉여가치에 대한 청구권이고 따라서 앞에서 설명한 자본의 재분배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식은 실제 자본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하지 자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기업의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 이 주식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져서 휴지 조각이 됐다고 해 보죠. 그래도 그 기업은 여러분이 지불한 가치를 여전히 갖고 있고 그것을 투자해 실제 자본으로 사용합니다. 주식시장이 붕괴하더라도 실제 자본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