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머리말
01_ 러시아와 영국의 노동조합
02_ 마르크스주의, 노동조합, 노동조합 관료
03_ 노동조합 문제에 대한 레닌의 기여
04_ 코민테른과 노동조합 전략
05_ 영국의 사회주의자와 산업 투쟁
06_ 두 종류의 현장 조합원 운동
후주
부록_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조합운동_존 몰리뉴
후주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은 매우 중요하다. 노동조합운동을 경험하다 보면 수많은 물음이 생긴다. 노동조합 지도자만 되면 왜 그렇게 자주 실망스러운 타협을 하는 걸까? 노동조합운동과 근본적 사회 변화는 어떤 관계일까? 노동조합만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은 전통이 다른 러시아와 영국의 노동조합을 비교하고 노동조합운동을 다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저작을 분석해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구실이 무엇인지 밝힌다. 또 노동조합의 장점과 약점을 짚어 보며 ‘노동조합 관료주의’에 대한 유물론적이고 혁신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노동조합 지도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다.
책을 펴내며
머리말
01_ 러시아와 영국의 노동조합
02_ 마르크스주의, 노동조합, 노동조합 관료
03_ 노동조합 문제에 대한 레닌의 기여
04_ 코민테른과 노동조합 전략
05_ 영국의 사회주의자와 산업 투쟁
06_ 두 종류의 현장 조합원 운동
후주
부록_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조합운동_존 몰리뉴
후주
2012년을 전후로 한국 노동자 운동이 회복되고 있다.
2010년 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2011년 청소 노동자 투쟁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투쟁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더니 2012년 밤샘노동 폐지와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 학교 비정규직 파업, 2013년 진주의료원 폐원 반대 투쟁, 전교조 규약시정명령 거부 투쟁이 벌어졌다. 급기야 2013년 말에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이 무려 23일간 지속됐고 민주노총 차원의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회복은 순탄하거나 단선적이지 않았다. 노동조합 투사들은 낯익지만 단순하지 않은 여러 장애물에 계속 부딪혔다.
장애물
노동조합운동을 경험하다 보면 수많은 물음이 생긴다.
노동조합 지도자만 되면 왜 그렇게 자주 실망스러운 타협을 하는 걸까? 노동조합 지도자의 구실은 무엇일까? 노동조합을 개혁할 수 있을까? 노동조합운동과 근본적 사회 변화는 어떤 관계일까? 노동조합만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구실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책은 전통이 다른 러시아와 영국의 노동조합을 비교하고 노동조합운동을 다룬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의 저작을 분석해 노동조합의 장점과 약점을 짚어 본다. 나아가 ‘노동조합 관료주의’에 대한 유물론적이고 혁신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또 초기 코민테른 노동조합 정책의 성공과 실패, 역사 속 현장 조합원 운동의 경험을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노동조합 지도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노동자 운동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투사들에게 꼭 필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토니 클리프 Tony Cliff (1917~2000)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에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가 됐고 트로츠키 지지자가 됐다. 팔레스타인에서 소규모 혁명 조직을 건설하다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에 의해 투옥된 직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1950년대에 소련과 동유럽을 깊이 연구한 후 이 사회들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라고 주장하며 정설 트로츠키주의와 결별했다.
그가 창설한 사회주의평론그룹은 1960년대에 국제사회주의자들IS이 됐고 1970년대에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으로 발전해 영국에서 가장 큰 급진 정당이 됐다. 자서전 A World to Win이 출간되기 직전인 2000년 4월에 사망했다.
레닌 평전 4부작과 트로츠키 전기 4부작을 포함해 많은 책을 썼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책갈피),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책갈피, 공저), 《여성해방과 혁명》(책갈피),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책갈피), 《트로츠키 사후의 트로츠키주의》(책갈피), 《당과 계급》(책갈피, 공저) 등 10여 권이 있다.
도니 글룩스타인 Donny Gluckstein
토니 클리프의 아들이며 사회주의노동자당SWP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현재 에든버러의 스티븐슨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본 영국 노동당의 역사》(책갈피, 공저), 《서구의 소비에트: 1915~20년의 노동자평의회 대 의회》(풀무질)가 있다. 그 밖에 The Paris Commune: A Revolutionary Democracy(2006), A People’s History of the Second World War: Resistance Versus Empire(2012), The Nazis, Capitalism and the Working Class(2012) 등 역사 속 노동자 민주주의와 저항에 관한 책을 많이 썼다.
노동자연대다함께 활동가이고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다. 옮긴 책으로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책갈피)이 있다.
• 러시아와 영국의 노동조합
러시아의 노동조합운동은 1905년과 1917년 혁명과 함께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팽창하는 과정의 일부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신모델’ 노동조합은 산업이 팽창한 1850년대에 등장했는데 당시 자본주의 경제는 전례 없이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을 25년 동안 누렸다. 영국에서도 노동조합은 순탄하게 성장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경제가 호황과 불황을 겪듯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성공과 실패가 더 극명했다. 1872~73년, 1889~90년, 1910~18년은 노동조합의 상승기였지만 1875~79년과 1892~93년에는 사용자의 탄압으로 조합원이 대폭 줄었다.
이렇듯 노동조합은 시시각각 변한다. 러시아에서는 노동조합이 노동자 대중을 단결시키고 혁명적 권력투쟁에 동참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영국에서는 노동조합이 기능, 산업, 성별로 노동자를 분열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고 그 결과 계급투쟁을 협소한 임금 인상 투쟁으로 제한했다. 러시아의 노동조합은 관료주의의 위험을 차단했고 현장 조합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 활동하는 지도자를 배출했다. 영국의 노동조합은 노동자 투쟁에 걸림돌 구실을 하는 관료층을 양산했다.
• 노동조합 상근 간부층의 사회적 구실
노동조합 관료의 구실은 노동조합의 협소한 경제주의적, 부문주의적 특성에서 나온다. 사용자와 협상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관료와 노동 대중 사이에 분업이 나타난다. 노동조합 관료는 노동자와 사용자를 중재한다. 바로 이런 구실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관료의 권위가 강화된다. 관료는 노동자의 불만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
기본적으로 노동조합 관료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립하는 양대 계급인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한다. 관료는 사용자도 노동자도 아니다. 노동조합 관료가 상근자를 여러 명 채용할 수 있더라도 그 자체로 자본가처럼 사회·경제적 지위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관료는 저임금과 사용자의 횡포, 고용 불안 등 다수 노동자가 경험하는 고통을 겪지 않는다.
노동조합 관료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다른 사회집단과 구별되는 사회계층이다. 야누스 신처럼 두 얼굴을 가졌다. 즉,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관료는 투쟁을 억누르고 통제하지만 동시에 정부와 사용자에 대한 협력 수준도 조절해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의심받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노동조합 관료는 독립적 중재자가 아니다. 관료가 조합원의 요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면 조합 내부에서 지도력에 대한 도전이 나타날 수 있고 실망한 조합원들이 경쟁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조직이 분열할 수도 있다. 노동조합 관료가 부르주아 진영으로 너무 가까이 가면 자신의 기반을 잃을 것이다. 관료에게는 자신의 수입과 사회적 지위의 원천인 노동조합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
노동조합 관료가 받는 두 종류의 압력, 즉 사용자와 정부가 가하는 압력과 현장 조합원이 가하는 압력이 늘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에 가해지는 두 압력의 강도는 엎치락뒤치락한다. 아래에서 조합원이 가하는 압력이 더 클 때도 있고, 위에서 자본가와 국가가 가하는 압력이 우세할 때도 있다. 양쪽에서 가하는 압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노동조합 관료의 자율성이 커질 때도 있다. 반대로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두 계급이 가하는 압력이 모두 강해서 노동조합 관료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관료는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 애쓰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조합원들을 온전히 대변한다고 믿을 수 없다.
• 적색노동조합 인터내셔널의 경험
적색노동조합 인터내셔널은 불가능한 것을 시도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혁명적 위기 상황에서야 가능한 일, 즉 공산주의 정치에 헌신하는 대중적 노동조합의 공식 기구를 혁명 전에 건설하려 한 것이다. 일단 설립된 이상 적색노동조합 인터내셔널이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당시 정세를 인정하고 적색노동조합 인터내셔널을 전투적 현장 조합원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선진적 사상을 수용하거나 투쟁에 참여하는 소수를 조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기존의 노동조합 기구처럼 활동하는 것이었다. 적색노동조합 인터내셔널은 첫째 대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둘째 대안이 성공하려면 조직 기반을 매우 광범위하게 넓히고 적색노동조합 인터내셔널의 정치 가운데 많은 부분을 버려야 했다. 혁명적이지 않은 다수 조합원에게 지지받아 당선해야 하니 말이다.
코민테른이 이런 혼란스러운 태도를 취한 것은 노동조합의 구실이 무엇이고 노동조합과 혁명적 정당이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를 오해했다는 증거였다. …
적색노동조합 인터내셔널의 전략은 단기간에 노동조합을 통째로 획득하거나 노동조합을 분열시켜 다수를 획득할 수 있다는 낙관에 기댄 것이었다. 이런 전략은 관료 기구에 일관되게 도전할 수 있는 현장 조합원 운동을 건설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 영국 직장위원회 운동의 경험
직장위원들이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그저 노동조합 기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노동자위원회는 아래로부터 노동조합 관료를 통제하려는 시도도 아니었고 기존 노동조합에 반대해 순수한 혁명적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시도도 아니었다. 노동조합 관료에 대한 직장위원회 운동의 태도는 놀라울 만큼 간단했고 클라이드노동자위원회가 발행한 첫 유인물에 잘 정리돼 있다.
“우리는 지도부가 노동자들을 올바로 대변하는 한 지도부를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으면 곧바로 독자적 행동에 나설 것이다. … ”
“곧바로 독자적 행동”을 하겠다는 주장은 허세가 아니었다. 클라이드사이드에서 매주 일요일에 모이는 직장위원이 200~300명이었는데, 이들은 금속 노동자 수천 명의 집단적 힘을 단결시켰다. 클라이드노동자위원회는 1915년 2월 파업에서 그 영향력을 보여 준 바 있고 그 후 부당한 처우에 맞서 벌어진 여러 투쟁에서도 그 힘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