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은이 머리말
1부 섹슈얼리티와 자본주의
성폭력, 포르노, 자본주의
성매매 논쟁: 성, 소외, 자본주의
아동 성범죄의 근원
2부 여성 차별의 원인과 대안을 둘러싼 논쟁
남성이 여성 차별의 수혜자인가
마르크스와 《자본론》, 그리고 여성
후주
참고 문헌
최근 몇 년간 여성 차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이 책은 여성 차별이 자본주의 사회구조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에 기초해 설명한다. 특히 페미니즘 일각에서 관심 갖는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폭력, 성 상품화 같은 문제를 전체 사회관계와 연관 지어 살펴보며 진정한 성해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여성 차별을 없앨 수 있는 전략 문제도 다룬다. 누구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보여 준 통찰이 자본주의에서의 여성 차별을 분석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를 잘 보여 준다. 여성 차별에 관한 마르크스의 저작을 살펴보는 분석이 드물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매우 값지다.
엮은이 머리말
1부 섹슈얼리티와 자본주의
성폭력, 포르노, 자본주의
성매매 논쟁: 성, 소외, 자본주의
아동 성범죄의 근원
2부 여성 차별의 원인과 대안을 둘러싼 논쟁
남성이 여성 차별의 수혜자인가
마르크스와 《자본론》, 그리고 여성
후주
참고 문헌
한국의 여성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노동시장에 진출해 있고 사회적 지위도 예전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여성들은 임금 차별과 육아 부담, 직장 내 성희롱, 성 상품화 등 온갖 차별에 노출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 차별 현실에 분노하고 이런 현실을 바꾸려 한다.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을 없애려면 일단 그것의 원인과 작동 방식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여성 차별이 자본주의 사회구조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에 기초해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은 페미니즘 내에서 관심 갖는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성과 성적 관계를 고정적인 것으로 바라보지 않고, 역사적 과정 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성폭력, 성 상품화 같은 문제를 전체 사회관계와 연관 지어 살펴보며 진정한 성해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이 책은 페미니즘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장, 예컨대 ‘남성은 잠재적 강간범이다’ 등에 대한 비판적 논평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여성 차별을 없앨 수 있는 전략 문제도 다룬다. 누구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보여 준 통찰이 자본주의에서의 여성 차별을 분석하는 데도 얼마나 유용한지를 잘 보여 준다. 여성 차별에 관한 마르크스의 저작을 살펴보는 분석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매우 값진 것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1부에는 성·성폭력·성매매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심층 분석하는 세 편의 글을 실었다. “성폭력, 포르노, 자본주의”에서 실라 맥그리거는 남성 일반을 잠재적 강간범이라고 여기고 성폭력을 남성의 권력 행사 탓으로 설명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주장을 반박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와 여성의 삶의 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성폭력과 포르노 문제를 살펴본다. “성, 소외, 자본주의”는 인간의 성을 유물론적으로 분석하면서, 자본주의에서 왜 이토록 성이 왜곡돼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런 이해에 기초해 성매매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내놓는다. “아동 성범죄의 근원”에서는 아동 성범죄가 자본주의 사회와 가족제도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를 설명한다.
2부에는 여성 차별의 원인과 대안을 둘러싼 논쟁을 다루는 글을 실었다. “남성이 여성 차별의 수혜자인가”에서는 여성 차별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자본주의가 남녀 모두에게 성역할을 강요하는지, 가정 내 여성의 무급 가사 노동의 진정한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남성이 여성 차별로 득을 본다는 관점이 어떤 정치적 결과를 낳게 되는지도 살펴본다. “마르크스와 《자본론》, 그리고 여성”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인 헤더 브라운의 책에 대한 논쟁적 서평이다. 실라 맥그리거는 헤더 브라운의 마르크스주의 저작 연구를 반기면서도, “가부장제, 계급의 구실, 엥겔스에 관한 자신의 견해 때문에 마르크스의 주장을 일관되게 해석하지 못”하는 헤더 브라운의 약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러면서 마르크스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를 제시하고 오늘날 여성 차별을 분석하는 데 마르크스가 여러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음을 보여 준다.
여성 차별을 없애려면 올바른 분석을 내놓고 이에 기초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정확한 곳에 화살을 겨눠야 한다. 여성 차별을 없애고자 열망하며 그 원인과 해방의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새 세대에게 이 책은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실라 맥그리거 Sheila McGregor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오랜 당원이고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편집위원이다.
1970년대에는 국제사회주의자들(사회주의노동자당의 전신)이 발행한 격월간지 《위민스 보이스》의 편집자였다. 오랫동안 여성 차별과 노동운동에 관해 글을 쓰며 마르크스주의적 여성해방론을 발전시켰고 클라라 체트킨, 실비아 팽크허스트 등 여성해방과 노동계급 투쟁을 긴밀하게 결합시킨 여성 사회주의자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썼다. 영국 교원노조NUT 분회장으로서 노동운동 안에서 전쟁에 반대하고 여성·성소수자·인종 차별에 맞선 활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국내에 번역된 책은 《계급, 소외, 차별》(공저, 책갈피, 2017)이 있다.
<노동자 연대> 여성 문제 담당 기자로 여성 차별 관련 글을 많이 썼다. 마르크스주의 계간지《마르크스21》 편집팀에서 활동했다.
• 여성은 언제나 차별받았는가?
초기 인간 사회는 사냥을 하거나 과일이나 풀뿌리를 채취하며 살아가는 소규모 공동체였다. 처음부터 인간은 사회조직에 의존해, 즉 다른 인간과 힘을 합쳐 식량과 주거 공간 등을 확보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급자족하다가 어느 순간 우연한 계기로 사회를 만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사회적 존재였다. … 수렵·채집 사회는 성별 분업에 기초했고 남성과 여성은 생존을 위해 협력했다. 성별 분업에 따른 차별은 없었고 분업은 공동체의 필요와 주변 자연환경에 따라 조정됐다. 성별 분업은 남성이 힘으로 강요한 게 아니었다. 남성과 여성의 노동은 모두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는 데 중요했다. … 생존을 위해 구성원 전체의 집단적 노동에 의존했으므로 공동체와 관련한 일도 집단적으로 결정했다.
• 불공평한 가사 분담이 여성 차별의 뿌리인가?
여성 차별이 남편과 아이에게 하는 개인적 봉사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은 (매우 강력한 사회적 통념이지만) 신화일 뿐이고, 이런 생각은 노동계급 여성과 자본의 진정한 관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 여성 차별의 뿌리는 불공평한 가사 분담이 아니라 생산과 재생산의 분리에 있다. … 마르크스주의자는 이 두 견해의 차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남성과 여성이 집안일을 똑같이 나눠서 한다 해도 여성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평한 가사 분담이라는 대안은 그저 남녀 노동계급이 똑같이 차별받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사회가 져야 할 재생산의 부담이 여전히 개인과 가정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강간범인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강간 사건이 많다는 현실을 보며 많은 페미니스트는 모든 남성이 잠재적 강간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많은 페미니스트는 남성이 여성과 맺는 관계의 구조가 강간을 낳는다는 올바른 통찰에서 남성의 모든 행위가 강간과 다를 바 없다는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냈다. … 강간이 특정한 방식의 사회화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과 남성의 성적 행위는 모두 강간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후자의 주장은 위험한데, 이런 주장은 강간의 특수성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또 강간이 범죄 통계에 드러나는 것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라 해도 소수 여성이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구가 분명하게 보여 주듯이 압도 다수의 남성은 강간을 하지 않는다.
• 성 산업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모든 필요를 상품으로 만들어” 겉보기에는 인간의 필요를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사듯이 쉽게 충족할 수 있을 듯하다. … 그러나 인간의 성적 욕구는 이런 식으로 충족될 수 없다. 매우 친밀한 관계는 상대방을 동등하고 욕구도 있는 인간으로 인정할 때 가능하다. 인간의 성애는 인간적 끌림뿐 아니라 인간적 환경·관계, 시간,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자체가 만족스러운 성적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충족되지 못하는 욕구가 있다 보니 성 산업이 그 틈을 포르노[로] … 메우려 노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 산업은 여성과 남성을 각각 성적 대상과 성 구매자로 묘사해 성적 편견을 강화한다. … 성 산업은 노동계급의 단결에 해를 끼친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는 성 산업이 성적 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거나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심지어 여성의 역량을 키워 준다는 식의 주장에 도전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자는 도덕적 비난을 하지 않으면서도 성 산업이 남녀 모두의 성욕을 왜곡하고 파괴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설명해야 한다.
• 포르노의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가?
포르노의 진정한 문제는 그것이 폭력적(대부분 그렇지 않다)이라거나 남성 이용자를 위해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한다(이 점은 포르노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게 아니라 성행위를 실제 인간관계와 떼어내 맥락 없이 그린다는 점이다. 상호작용하는게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반응하는 건 성행위가 아니라 익명의 이용자를 위해 육체적 행위를 묘사하는 것이다. 포르노는 성행위를 완전히 고립시키고 대상화해 보여 준다. 포르노는 성이 상품처럼 팔리고 여성 차별이 생활 곳곳에 매우 확고하게 스며들어 있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포르노라는 거울은 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현실의 인간은 역동적인 삶을 산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서로 대화하고 논쟁하고 싸우고 자신과 타인을 바꾸고자 노력한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포르노는 바로 인간관계의 이런 역동성을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