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현상
책 자체
인간성과 정치
공산주의 문제
국제주의와 노동자 민주주의
실제의 트로츠키
정치적 선택과 연속혁명
최근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가 국내에서 출판됐다. 해외의 각종 언론은 이 책이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쓴 가장 균형 잡힌 트로츠키 전기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트로츠키주의자로 활동하고 있는 폴 르블랑은 서비스의 《트로츠키》가 객관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부당한 평가로 가득하다고 비판한다. 또 트로츠키가 스탈린주의 체제의 초석을 놓았다는 서비스의 주장을 반박한다.
문화적 현상
책 자체
인간성과 정치
공산주의 문제
국제주의와 노동자 민주주의
실제의 트로츠키
정치적 선택과 연속혁명
최근 로버트 서비스가 쓴 전기 《트로츠키》가 국내에서 출판됐다. 해외의 각종 언론은 이 책이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쓴 가장 균형 잡힌 트로츠키 전기라고 찬사를 보냈다.
국내 언론들도 이 책을 비(非)트로츠키주의자가 쓴 최초의 평전답게 트로츠키의 한계와 오류를 냉철히 비판한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트로츠키주의자로 활동하고 있는 폴 르블랑은 서비스의 《트로츠키》를 다르게 평가한다.
르블랑은 간단한 사실관계들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서비스는 “이 책은 트로츠키주의자도 아니고 러시아인도 아닌 사람이 쓴 최초의 트로츠키 전기다” 하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1975년에 조얼 카마이클이 《트로츠키 평전》을 내놨고 1977년에는 로버트 페인이 쓴 《트로츠키의 삶과 죽음》이 출간됐다. 1979년에는 로널드 시걸의 《레온 트로츠키》가 출간됐다. 세 책의 저자 모두 트로츠키주의자도 러시아인도 아니었다. 2000년대에도 이언 대처의 《트로츠키》, 제프 스페인의 《트로츠키》 등 트로츠키의 생애를 비판적으로 다룬 책이 계속 출간됐다.
또 균형 잡힌 트로츠키 전기라는 언론의 찬사와 달리 이 책이 트로츠키에 대한 부당한 평가로 가득함을 지적하고 비판한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왜곡은 스탈린주의 체제의 초석을 놓았다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가족이 거의 다 스탈린에게 살해당하는 온갖 고초 속에서도 반스탈린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트로츠키가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스탈린주의와 다른 진정한, 마르크스적 사회주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짧은 소책자는 트로츠키가 이끈 좌익반대파 활동,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를 비판한 트로츠키의 주장 등을 소개하고 로버트 서비스가 이를 어떻게 왜곡하고 무시했는지 잘 보여 준다.
1960년대 말 이후 오랫동안 트로츠키주의자로서 활동해 왔고, 현재 미국 피츠버그의 라로슈대학교 역사학과 조교수다. Lenin and the Revolutionary Party, A Short History of the US Working Class 등 좋은 책과 글을 여럿 썼다.
• 서비스는 트로츠키의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래서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 완전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트로츠키의 것으로 돌린다. 사실, 스탈린은 경제적으로 후진적인 러시아에서 (야만적이고 잔인한 “위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그런 “사회주의” 건설을 향해 나아갔지만, 트로츠키는 그런 노력은 기껏해야 진정한 사회주의의 목표와는 별로 관계 없는 “자급자족적 사회주의라는 구두쇠의 반동적 유토피아”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언적으로 주장했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상대적 풍요를 바탕으로, 그리고 세계 자본주의에서 세계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의 일부로서만 건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는 1928년 스탈린-부하린이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6차 대회에 제출한 강령 초안을 비판한 트로츠키의 이 글을 다루지 않는다(심지어 서비스는 6차 대회와 5차 대회를 혼동하기까지 한다).
• 서비스는 놀랍게도 자신이 쓴 전기의 주인공이 1930년대 내내 열정적으로 비판하고 주장한 바를 무시한다. 트로츠키는 “관료 집단은 경제적·문화적 진보의 토대를 허물지 않고서는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트로츠키의 제안은 정치 혁명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광범한 소비에트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정당 간 경쟁을 합법화할 것, 모든 공무원을 선출해서 고정불변의 관료 신분을 해체할 것,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계획을 수립할 것, 심각하고 모욕적인 불평등을 해소할 것, 신종 소비에트 귀족의 등급과 훈장과 그 밖의 특전을 모두 폐지할 것, 원칙 있는 국제주의 정신에 맞게 대외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것.”
이 모든 사실을 서비스는 그냥 무시한다. “트로츠키가 비록 스탈린과 달리 인도주의적 사회주의 건설을 주장하고 자신은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스탈린보다 더 잘 해냈을 것 같지는 않다.” … 이것은 도이처의 해석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 “1920~21년에 모든 이해관계와 염원은 ‘철의 독재’에 완전히 종속돼야 한다고 트로츠키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 독재가 꿈을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볼셰비키의 최고위 지도자들 가운데 트로츠키가 가장 먼저 그 독재의 권력 기구에 등을 돌렸다.”
• 서비스가 책을 쓴 동기와 내심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우리가 너무 자주 발견하게 되는 사실은 그가 개인의 고약한 특성들을 헤아리는 이상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진지한 전기 작가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 1915년의 트로츠키와 카를 라데크에 대한 언급은 뜬금없다. “두 사람은 거의 친구 사이였다. 두 사람에게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말이다.” 그러나 서비스 자신이 트로츠키와 친한 사람들을 여럿 거론했다. 아돌프 이오페, 크리스티안 라코스프키, 그리고 트로츠키주의 운동 외부의 인사들로는 알프레드 로스메르와 마르게리트 로스메르, 오토 륄레와 앨리스 륄레-게르슈텔을 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