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입문서 ‘마혁사’ 출간 30주년
2023년 9월 10일은 책갈피 출판사가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을 출간한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책은 원서가 1983년에 나온 이래 전 세계에서 수많은 언어로 번역돼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자가 2011년 개정판 머리말에 “이 책은 어느 정도 나한테서 독립했다. 마치 다 큰 어른이 돼 독립하는 자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하고 쓸 정도로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한 책이죠.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입문서”
한국에서도 1993년에 나온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은 ‘마혁사’라고 불리며 대학가에서 널리 읽혔습니다. 한 학자가 자신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한마디로 표현했듯이, “사회주의 이론서의 바이엘 피아노 교습서”라 할 만큼 마르크스의 사상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책갈피 하면 이 책을 떠올릴 정도로 오랫동안 책갈피의 얼굴 구실을 해 왔습니다.
이 책은 국가보안법으로 탄압을 받기도 했습니다. 1998년과 1999년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비롯한 책갈피의 책 11종이 이적표현물로 낙인찍혀 당시 대표 홍교선 씨가 두 차례 옥고를 치렀습니다. 저자인 캘리니코스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개탄하며 말했듯이 “국제적 추문”이었죠.
이에 분노한 출판인, 서점인, 인권단체가 모여 ‘사상과 출판의 자유 쟁취와 책갈피 출판사 대표 홍교선 씨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결성해 석방 캠페인을 벌였고, 대학가에서는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제본해서 돌려 읽는 ‘국가보안법 불복종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정권 시절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당시 법무부 장관 박상천이 그 이유를 넌지시 밝혔는데요. 그는 국제사면위원회 사무총장 피에르 사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위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내부의 적(노동운동)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기도 함을 드러낸 것이죠. 김대중 정부는 1999년 한 해에만 286명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했으며 책갈피 출판사 탄압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마르크스의 혁명적 정신을 복원하다
이 사건은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의 또 다른 장점을 보여 줍니다. 이 책은 마르크스를 단순히 경제학자나 철학자로 다루지 않습니다. 엥겔스가 말했듯이 마르크스는 “무엇보다 혁명가”였고 마르크스에게 이론은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었기 때문이죠.
이 책에서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주의를 실천과 괴리된 학술적 마르크스주의의 늪에서 구해 내, 본래 자리인 실천적 마르크스주의로 되돌려 놓습니다.
책갈피는 2018년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이 책을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완전히 새로 번역해 내놓았습니다.
캘리니코스의 책을 여러 권 옮긴 전문 번역가가 새 세대 활동가들을 위해 더 이해하기 쉽고 명쾌하게 번역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