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 : 마이크 데이비스를 기리며
지난 10월 말, 미국에서 마이크 데이비스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각한 경제·정치·지정학·생태·보건 위기를 낳고 있는 오늘날, 그의 죽음은 전 세계 노동운동과 좌파에게,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에게 큰 슬픔이고 손실일 것입니다.
데이비스는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중요한 마르크스주의 저술가 중 한 명이었고,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복합적 위기를 경고하고 투쟁할 것을 주장한 선구자였습니다.
데이비스는 책갈피 출판사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초, 책갈피 출판사는 코로나19 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 체제임을 주장하는 책을 내려고 신속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일찍이 《조류독감: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돌베개, 2008)에서 신종 감염병의 출현을 경고한 적이 있는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때 여러 매체의 요청을 받아 관련 글을 쓰고 있었죠.
자신의 글을 번역해 실어도 되겠느냐는 저희의 요청을 받자마자 직접 개정·증보한 새 글을 보내 줬습니다. 그 글이 바로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에 첫째 글로 실린 “2020년, 전염병의 해”입니다.
2020년 9월, 책갈피 출판사는 미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일어나는 것에 발맞춰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인종차별과 자본주의》를 번역해 출판했는데, 이 책에는 마이크 데이비스의 공헌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8장 1992년 로스앤젤레스: 인종 폭동이 아니라 계급 반란”이 그것인데요. 1992년 로스앤젤레스 반란은 시위대의 한인 상점 약탈과 그에 맞선 한인 상인들의 자위 활동이 주로 보도됐기 때문에 그 진정한 의미가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캘리니코스는 마이크 데이비스가 쓴 글을 많이 참고해서 반란의 배경, 반란의 다인종적 성격, 로스앤젤레스 사회구조에서 한인 상인들이 차지한 지위, 반란의 강점과 약점 등을 분석하고 설명했습니다.
책갈피 출판사는 마이크 데이비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그가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