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마르크스주의 저술가이자 혁명가: 존 몰리뉴를 기리며
책갈피 출판사의 주요 저자 중 한 명인 존 몰리뉴가 12월 10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향년 74세였습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체제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학생과 청년 노동자 세대에 속한 가장 중요한 마르크스주의 저술가·혁명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정치를 명쾌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책갈피 출판사는 그가 쓴 뛰어난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를 기리려 합니다.
《마르크스주의와 정당》은 몰리뉴의 첫 책이자 가장 뛰어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마르크스·레닌·룩셈부르크·트로츠키·그람시의 정당 개념을 살펴보며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어떤 정당을 건설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혁명가들이 다음과 같은 3가지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첫째, 기성 정당들을 불신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정당 자체를 기각하는 것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아나키즘의 함정), 혁명가들이 범좌파 정당으로 자신을 용해시켜선 안 된다는 점(개혁주의의 함정), 그럼에도 노동계급 대중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노동계급의 단결을 이루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종파주의의 함정).
몰리뉴의 가장 뛰어난 저작을 꼽으라면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도 빠질 수 없습니다. 역사상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심지어 서로 대립하기까지 하는 ‘마르크스주의들’이 속출”해 왔는데요. ‘마르크스주의’를 자처한다고 해서 모두 진정한 마르크스주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책의 1부에서는 진정한 마르크스주의가 무엇인지를 밝히는데요. 마르크스주의는 어느 계급에게나 인정될 수밖에 없는 만고불변의 진리(과학)인가? 아니면 특정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인가? 이런 질문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2부는 마르크스주의를 자처하는 잘못된 사상들(카우츠키주의, 스탈린주의, 제3세계 민족주의)을 다룹니다. 이는 다양한 사상 조류가 저마다 마르크스주의를 자처하며 경합하는 한국 상황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몰리뉴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데요.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전면 개정 증보판》은 영국과 한국의 주간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출판한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정치를 주제마다 2~3쪽 분량의 짧은 칼럼으로 설명하는 보기 드문 책입니다.
이 책 한 권이면 주변 동료나 선후배와의 토론에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사회주의를 가장 올곧게 서술하고 있는 책! 사회주의 검색하면 나오는 온갖 스탈린주의 잡서들과 비교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책!”이라는 소감을 남겨 주시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100년도 넘은 지금, 레닌은 여전히 엄청난 위상을 차지하는 세계적·역사적 인물이자 대단히 논쟁적인 인간입니다.
몰리뉴는 《레닌과 21세기》에서 레닌의 주요 사상과 실천이 오늘날에도 필수적이고 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전 세계 좌파가 제1차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자국 정부를 지지할 때 레닌이 어떤 일을 했는지 보여 주는 2장 “제국주의, 전쟁, 혁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지금 읽어 볼 만합니다.
레닌을 차별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선구자로 재조명한 5장 “억압에 반대하는 투쟁과 레닌”도 매우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