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지키려 투쟁한 삶: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
8월 21일은 러시아 혁명의 지도적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의 사망일입니다. 이날, 트로츠키는 멕시코 코요아칸에서 스탈린의 지령에 따라 암살당했습니다. 스탈린에 맞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지키려 끈질기게 투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트로츠키의 사망일을 맞아 트로츠키의 생애와 사상을 다루는 책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처음 만나는 혁명가들》(에스미 추나라 외 지음)에서는 역사 속 다른 혁명가들과 더불어 트로츠키의 삶과 사상을 다룹니다.
트로츠키가 반항적 청년에서 혁명의 지도자가 되는 과정, 러시아 혁명의 성공과 변질을 겪으며 그것에 어떻게 개입하고자 했는지, 말년에 스탈린에 맞서 어떻게 싸웠는지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생애와 그가 남긴 유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이 책은 트로츠키의 사상과 기여를 그것이 형성된 시대적 배경, 역사적 사건과 연결지어 설명한다는 점에서 유익한데요. 예컨대, 1905년 혁명과 그에 뒤따른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의 논쟁 속에서 트로츠키는 연속혁명론을 발전시켜 러시아에서 노동자들이 이끄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독창적 주장을 했습니다.
트로츠키를 ‘처음 만나는’ 분들, 그의 생애와 그 배경이 된 역사에 관해 알고 싶은 분들, 트로츠키의 독창적 기여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두 번째 추천 책은 파시즘에 관한 트로츠키의 분석을 한데 모은 《파시즘, 스탈린주의, 공동전선》(레온 트로츠키 지음)입니다. 트로츠키는 독일에서 파시즘이 권력을 향해 가던 1930~1933년에 파시즘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발전시켰습니다.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는 이 시기 트로츠키의 저작들이 “카를 마르크스의 가장 뛰어난 역사 저작, 즉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나 《프랑스의 계급투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파시즘에 관해서는 한국에서나 국제적으로나 오해가 많습니다. 흔히 파시즘은 권위주의 독재 정권을 비난하는 말 정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파시즘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럽게 되고, 파시즘에 맞서 제대로 싸울 수도 없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에서 트로츠키는 파시즘의 실체를 낱낱이, 역사유물론의 방법을 적용해 설명합니다. 당시 트로츠키는 터키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도 마치 “독일 현지에 살고 있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내며, 노동계급의 행동 방침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도 제시합니다.
게다가, 이 책에는 각각의 글이 쓰인 배경을 설명하는 크리스 하먼의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 한결 쉽고 깊이 있게 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책은 트로츠키의 말년을 다룬 전기 《트로츠키 1927~1940》(토니 클리프 지음)입니다. 이 시기는 트로츠키 개인에게 매우 어둡고 험난한 시기였습니다. 스탈린의 반혁명으로 트로츠키뿐 아니라 그의 가족과 지지자들에게 끔찍한 복수가 자행됐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역사적으로는 한편에서 파시즘과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고, 다른 한편으로 혁명적 계급투쟁이 벌어지기도 한 시기였습니다.
이 중대한 시기에 트로츠키는 망명 중이었음에도 사태에 영향을 미치려 갖은 애를 썼습니다. 독일에 관해서는 나치의 위협에 맞설 방안을, 혁명적 사건들이 벌어진 프랑스·스페인에 관해서는 운동의 잠재력을 꺼뜨리지 않고 최대로 발전시킬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클리프는 이런 트로츠키의 노력 덕분에 무엇보다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즉 노동자들의 자기 해방을 강조하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이 수호될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트로츠키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 그가 스탈린 체제의 관료 집단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그의 국제주의가 없었다면, 사회주의를 노동계급의 자주적 활동으로 이해하는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전통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사수하려 죽기 직전까지 투쟁한 혁명가의 삶, 사회주의 전략·전술에 관해 심도 깊게 탐구해 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