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한국전쟁
6월 25일은 한국전쟁이 시작된 날입니다. 끔찍한 전쟁을 경험했고 그 뒤로도 수차례 전쟁 위협에 시달린 평범한 한국인들이 지금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왜 벌어졌고 그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두고 지금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듯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놓고도 상이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국제적으로 서방 진보 진영의 다수는 이 전쟁을 강대국(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약소국(우크라이나)의 항전이라고 봅니다. 이를테면, 베트남전쟁과 비슷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강대국들(미국·서방과 러시아)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벌이는 각축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놓고 싸운 한국전쟁과 비슷하다는 것이죠(당시에는 소련이 북한·중국 군대를 내세워 미국을 상대로 대리전을 벌였고, 지금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해서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그러니 어느 편도 들어서는 안 되고, 러시아군의 철군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개입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그럼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의 성격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두 전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작은 나라들의 민족적·지역적 갈등에 강대국들이 개입해서 자기 목적에 이용하려 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 두 전쟁에도 여러 강대국이 다양한 수준에서 개입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어떤 전쟁이 민족해방전쟁인지 제국주의 간 전쟁(대리전)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유익할 것입니다.
○ 누가 전쟁을 주도했는가? 누가 전쟁을 결심하고 시작하고 끝맺었는가? 이 과정에서 민족 해방 투사들과 제국주의 강대국 지배자들 가운데 누가 더 능동적인 구실을 하고 누가 더 수동적인 구실을 했는가?
○ 전쟁의 주된 양상은 어땠는가? 게릴라전(대중의 지지를 받는 게릴라 vs 침략군)이었나? 아니면 정규군 사이의 정규전이었나?
○ 대중은 그저 수동적 피해자였나? 아니면 어느 한쪽을 지지하고 능동적으로 전쟁에 참여했는가?
○ 전쟁의 승패가 제국주의 세계 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땠는가?
○ 민족해방전쟁과 제국주의 간 전쟁이라는 두 측면이 모두 존재한 경우, 어느 측면이 더 주되고 어느 측면이 더 부차적이었나?
다음의 책들이 위의 질문 속에서 각 전쟁을 살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떨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혈 낭자한 소모전이 돼 가는 지금, 전쟁의 여파로 심각한 물가 상승과 식량 부족이 세계를 휩쓸고 (최근 한국의 화물연대 파업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저항에 나서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편들어 우크라이나군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금, 이 전쟁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에 나서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