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세계경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산업 생산 둔화의 영향으로 하반기에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금의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 압력을 자극할까 봐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 합니다. 그러나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에 중독돼 있던 취약한 세계경제는 금리 인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만회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지지부진한 상태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독자 여러분에게 오늘날 자본주의가 왜 이토록 기나긴 경제 위기에 빠져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책갈피 추천 책 01
마르크스의 경제 위기 이론을 바탕으로 20세기와 21세기 자본주의 발전 과정 전체를 정리하는 책입니다.
사실 마르크스의 경제 위기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혼란이 있습니다. 이 책의 “1부 체제를 이해하기”는 마르크스의 기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2~4부)은 1930년대 대불황부터 2007~2008년 경제 위기까지 80년 동안의 자본주의 발전을 분석합니다. 이 책은 여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도서들과 달리, 이 과정을 단순히 자본주의 경제가 균형을 잃었다가 다시 회복하곤 하는 호황-불황의 경기순환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지은이 크리스 하먼은 마르크스 경제 위기 이론의 핵심인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분석해 독자들이 좀 더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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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팬데믹으로 세계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이 위기가 잦아들면 곧 경제가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측이 많았죠.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세계경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만회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1부에서 지은이 마이클 로버츠는 정확히 이런 상황을 예측했는데요.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그 밖에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많이 다룹니다. 2부에서는 독점이 경제 위기의 원인인지, 인공지능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지, 경제는 침체인데 왜 주가가 뛰는지, 국가의 경기 부양책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를 살펴봅니다.
3부는 아주 논쟁적입니다. 케인스주의, 현대화폐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비판적으로 살펴봅니다. 특히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을 놓고 데이비드 하비와 벌이는 논쟁은 흥미진진합니다.
책갈피 추천 책 03
1984년에 초판이 나온 크리스 하먼의 고전적 저작을 새롭게 번역한 책입니다. 전후 30년 가까이 지속된 장기 호황이 막을 내리고 1970년대 중반부터 불황이 찾아오자 어떤 학자와 평론가도 이를 설명하지 못하고 큰 혼란에 빠졌죠. 이 시기에 하먼은 마르크스의 경제 위기론으로 사태를 잘 설명할 수 있음을 밝히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이윤율 저하 경향이 왜 자본주의 경제 위기의 궁극적 원인인지 보여 주고, 그것으로 자본주의의 역사적 호황과 불황을 설명합니다. 이 책의 두드러진 강점은 이윤율 저하 경향뿐 아니라 그것을 상쇄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하먼은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이윤율 저하를 상쇄하는 요인들을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특정 단계를 넘어서면 그런 요인들이 더는 작동할 수 없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