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은 무엇이고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까요?
<판의 미로>(2006)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많이들 아실 텐데요. 얼마 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피노키오>(2022)가 개봉을 했습니다. <판의 미로>가 프란시스코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다면, <피노키오>는 베니토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합니다.
2022년은 파시스트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총리로 취임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였으니, 이에 맟춰 <피노키오>를 만든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100년 만에 그 이탈리아에서 파시스트인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에 올랐어요.
그 밖에도 세계 곳곳에서 극우와 파시즘이 성장하며 국제 정치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되고 있으니, 참 섬뜩합니다.
책갈피 추천 책
“Never again!”
국제 반파시즘 운동이 오랫동안 외친 구호 “Never again!”, 즉 “두 번 다시는 안 된다!”도 생각나네요.
그런데 파시즘은 무엇이고, 다른 정치세력과 구별되는 특징은 무엇이고,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까요?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쓴 《파시즘, 스탈린주의, 공동전선》이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트로츠키는 1930년대에 독일 나치를 분석하는 글을 많이 썼습니다. 스탈린의 박해를 받으며 외국으로 추방돼 망명 생활을 하던 와중이었는데도요. 그만큼 트로츠키는 당시 독일 정세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반혁명적 대중 운동으로서 파시즘
트로츠키는 파시즘을 단지 사상적 조류의 하나로서가 아니라 대중 운동으로 분석한 점에서 독특하고 탁월하다고 평가됩니다. 그래서 책갈피가 번역해서 출판한 것이지요.
사회가 극심한 위기에 빠진 시기, 엄청난 고통 속에서 대중의 절망과 울분이 커지는 시기에, 도탄에 빠진 중간계급 대중을 동원해서 노동계급의 조직들을 파괴하고 그럼으로써 의회제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운동, 이것이 파시즘의 본질이라고 트로츠키는 분석했습니다.
이 분석은 노동계급이 단결해서 대중적 저항을 건설하고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한 희망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파시즘의 성장을 저지할 수 있다는 실천적 결론으로 이어졌어요.
그러나 당시 독일 노동계급은 단결하지 못했고, 결국 저항다운 저항을 하지 못한 채 히틀러 치하에서 처절한 패배를 겪었습니다.
“Never again!”이라는 구호에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는 뜻도 담겨 있지 않을까요?
배경 설명과 함께 읽는 고전
이 점에서 트로츠키의 글들을 모은 《파시즘, 스탈린주의, 공동전선》은 꼭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잘 모르는 생소한 사건과 인물과 세력이 등장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은 이 책을 읽을 땐 조금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민중의 세계사》의 저자 크리스 하먼이 글마다 배경을 설명해 주니까요.
(TMI일 수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1970년대와 2010년대에 파시즘의 성장을 가로막은 경험이 있다는 점도 말하고 싶네요. 트로츠키의 분석이 후대에 와서 빛을 봤다고나 할까요?)
또, 히틀러가 성장해 집권하는 과정 전체를 훑어보는 서문도 여러분의 독서를 도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