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상도 계급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마르크스의 계급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는 양대 계급, 즉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세상이 바뀌어서 이런 계급 구분이 한물갔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으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계급 구분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이달의 큐레이션에서는 마르크스주의 계급론과 관련한 책 2종을 소개합니다. 이 두 책은 오늘날에도 마르크스주의 계급 구분이 유효하고 사회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계급을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이 올바른 실천과도 직결된다고 역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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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의 오랜 반전운동 활동가이자 계급·여성해방·개혁주의에 관해 많은 글과 책을 써 온 사회주의자인 린지 저먼이 쓴 계급에 관한 입문서입니다.
왜 이렇게 사회가 불평등할까?
이 책은 위와 같은 물음에 실마리를 주는 책입니다. 지금의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러나 왜 사회가 불평등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내놓는 답이 다를 것입니다. 이 책은 불평등이 계급으로 구분된 사회 시스템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생생한 사례와 폭로를 담아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계급이란 라이프스타일·소득·지위 따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생산수단과 맺는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고 말합니다.
노동계급은 누구이고 어떻게 변화했을까?
지은이는 영국에서 노동계급이 어떻게 생겨나 중요한 사회 세력으로 자리잡았는지, 또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 시간제 일자리 증가, 여성들의 사회 진출, 화이트칼라 노동자 비중의 증가 등 노동계급에게 벌어진 변화가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 그리고 이런 변화가 있었음에도 노동계급이 쇠퇴했다는 주장은 왜 틀렸는지를 다룹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하게 노동계급의 발전과 변화 과정을 겪었고, 마찬가지로 노동계급이 쇠퇴했다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익이 상충한다는 식의 주장들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을 생각할 때 이 부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자본가계급과 중간계급은 누구인가?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노동계급뿐 아니라 자본가계급과 중간계급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노동계급의 구성이나 변화에 관해서는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자본가계급이나 중간계급에 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본가계급이란 누구인지, 어떤 구실을 하며 어떻게 자신들의 지위와 특권을 체계적으로 유지하는지를 밝힙니다.
또, ‘중간계급’이라는 용어에 관해 많은 혼란이 있음을 지적하며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에 따른 중간계급이란 어떤 세력이고 이들이 양대 계급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노동계급의 혁명적 잠재력
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노동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입니다. 여기서 지은이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역사적 사례를 동원해 노동계급이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진 세력이며, 그 힘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휘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에서 계급 구분이란 학문적인 논의가 아니라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을 위한 나침반을 제공하는 틀이라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의 기초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의 기초를 쌓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계급이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으며 오늘날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계급을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이 왜 사회 변화를 위한 실천에서 중요한지, 오늘날 계급에 얽힌 여러 오해들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궁금한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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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 변천
《계급이란 무엇인가?》가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을 일반적으로 다룬 입문서라면,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을 적용해 한국의 노동계급을 분석한 책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노동운동에 몸담아 온 지은이는 한국 노동계급이 형성되고 변화한 과정을 추적하면서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으로 한국의 노동계급을 분석해 냅니다.
계급을 다루는 여러 이론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지은이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노동계급이 약화됐다는 주장의 밑바탕에 놓인 사회학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살핍니다.
사회학에서 가장 유력한 이론을 제공한 막스 베버와, 마르크스주의자 에릭 올린 라이트의 계급 이론을 비롯해 마르크스주의 안팎의 계급론을 살펴보고,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각 이론들이 가진 의의와 한계를 살펴봅니다. 계급에 관한 사회학 이론과 논의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로울 것입니다.
한국의 노동계급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이어 이 책의 뒷부분에서 지은이는 한국의 계급 구조 속에서 노동계급이 지난 수십 년간 형성되고 변화한 과정을 실증적으로 살펴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탈산업화, 세계화, 신자유주의 등 사회의 더 큰 변화로 인해 노동계급이 쇠퇴·약화했다는 주장들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제조업 육체 노동자들은 쇠퇴했는가? 세계화로 한국 기업들이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는가? 유연 노동과 불안정 노동이 보편화했는가(또는 보편화할 것인가)? 정규직의 호조건은 비정규직 희생의 대가인가? 등 한국의 노동계급을 이해하는 데서 아주 중요한 쟁점들을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다룹니다.
왜 지금, 한국에서도 노동계급이 사회 변혁의 주체인가?
이 책의 결론은 《계급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조금 다른 측면에서 그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자)론, ‘노동귀족’론, 노동조합 관료의 문제 등 한국 노동운동 내 민감한 쟁점들을 파고들면서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의 핵심, 즉 사회 변혁을 이룰 주체가 노동계급이라는 것을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에 관심 있다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책!
머리말에서 지은이는 노동계급이 약화했다는 여러 주장들을 반박하며 노동계급에 관해 무엇이 변하고 무엇은 변하지 않았는지 밝히고 노동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기여하려는 것이 책을 쓴 이유라고 밝힙니다. 한국의 노동계급에 관해 쟁점이 됐거나 되고 있는 것들을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다룬 이 책은 한국의 노동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 봐야 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