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최근 뉴스 보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했다는 등의 소식이 연일 들려 옵니다. 1930년대 대불황 이후 최악의 위기라 일컬어지던 코로나19발 위기의 여파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에 미친 파장까지 감안하면 전망은 더욱 어두워 보입니다.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장기화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또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150여 년 전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말미암아 위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달의 큐레이션에서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등장하고 성장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경제학 입문서 2권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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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리오 휴버먼은 미국의 노동운동가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보 잡지 《먼슬리 리뷰》를 폴 스위지와 함께 공동으로 창간한 언론인이었습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자신의 딸에게 자본주의의 역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정치∙경제∙문학 등을 넘나드는 방대한 문헌에서 골라낸 다채로운 인용문, 지은이의 재치 있는 문체 등이 어우러져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미국에서 높은 평점을 받으며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또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하고 한국에서 거대한 촛불 운동이 벌어졌을 때, 이 책은 “경제를 모르는 일반인도 쉽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경제학 입문서라고 정평이 나며 한국에서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본주의의 등장과 성장의 역사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은 봉건사회부터 시작해 1930년대 자본주의까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등장하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방대한 역사를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며 출현한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10장 “일손 구함 — 두 살짜리도 괜찮음”에서는 1934년 8월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실제 있었던 고용 노동에 관한 실태 보고서를 인용하며 끔찍한 아동노동을 고발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저항의 역사이기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지배층은 이미 14세기에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결사 행동을 불법으로 선포했고, 당시 프랑스 판사는 “[노동자들의] 동맹은 감옥과 빈곤만을 가져다줄 뿐이라는 점을 … 교훈으로 삼으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 “교훈”을 따르지 않고 몇백 년 동안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은이는 이 책을 쓴 목적이 “경제 이론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것과 역사로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경제 이론은 역사적 배경에서 분리되면 …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리카도의 지대 법칙은 그 자체로는 어렵고 지루하”지만, “지주와 산업 자본가 사이에 벌어진 투쟁과 연관시켜” 이해하면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해진다”는 것입니다.
즉, 이 책은 역사적 사건 뒤에서 항상 그 사건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과 피해를 보는 사람들 간 이해관계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했는지를 따집니다. 이는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물질적 조건에 대한 분석을 출발점으로 삼는 역사유물론적 관점입니다.
예컨대, 봉건사회에서 “교회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 죄라고” 했지만 “화폐가 경제생활에서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그런 교리는 현실적인 장애가 됐”고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 됐습니다. 역사유물론 관점에서 역사를 살펴보면, 상업이 자본주의의 토대를 놓는 과정에서 어떻게 종교의 교리가 변화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할까?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대불황, 독일에서 히틀러의 집권, 2차세계대전 발발 조짐 등 1930년대의 만연한 위기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파시스트와 극우가 성장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 등으로 다중의 위기를 겪는 상황과 근본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따라 가다 보면, 그런 사건들이 난데없이 등장한 일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 발전 논리에서 비롯한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출발입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쉽고 명쾌하게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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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입문서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가 자본주의의 등장과 발전의 역사를 서술하는 책이라면,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해설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피에르 잘레는 프랑스 경제학자로, 미국의 진보 잡지 《먼슬리 리뷰》의 필자로도 활동했습니다. 지은이는 “우리가 몸담고 실천하고 있는 이 세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 … 이 분야에 예비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을 쓰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여러 질문, 부는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나는지, 생산∙소비∙교환 등 경제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호황과 불황은 왜 발생하는지, 자본의 규모는 점차 커지는데 왜 노동자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지, 국가가 나서면 자본주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을 구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친절하면서도 체계적인 해설
심화하는 경제 위기로 자본주의 자체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꾸준히 관심받고 있고 《자본론》 해설서를 표방하는 책도 여럿 출판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자본론》이 다루는 내용 중에서도 생산, 가치, 노동력, 이윤, 화폐, 경제 위기 등 자본주의를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이를 풍부한 예시와 함께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생산력∙생산관계∙생산양식은 무엇이고 어떤 관계인지, 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은 왜 저하하는 경향을 보이고 그 함의는 무엇인지 등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공부하다가 생겨나는 여러 물음에 대해 해설합니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정수를 잃지 않으면서도 쉽고 체계적으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한 좋은 입문서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 모순을 간파하기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학술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전혀 아닙니다.
이 책을 찬찬히 읽어 가면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 모순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자체에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 사이의 모순이 내재해 있다고 역설합니다. 즉, “자본주의 생산관계는 오직 자본가계급의 이윤 창출만을 위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 자기들의 계급 이익에 이바지하는 구래의 생산관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지배계급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생산관계의 변혁을 강요하는 피억압·피착취 계급들 간의 충돌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체제에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제 사회 변혁에 필요한 지식을 더 잘 갖추게 됐다고 느끼면서 책장을 덮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쓴 유일한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낳는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더 나아가 그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