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오랫동안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여겨져 온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책 2종을 소개하겠습니다.
두 책은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둘 다 글솜씨가 아주 뛰어난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라 누구나 술술 읽을 수 있습니다.
둘째, 사회주의가 어떤 사회일지 청사진을 그리는 책은 아닙니다. 마르크스는 “미래의 요리 책에 들어갈 요리법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썼죠. 이 책들은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셋째, 공교롭게도 두 책은 원서의 제목이 같습니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며》(The Case for Socialism)라는 제목인데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뒤에서 설명할게요.
책갈피 추천 책 01
미국의 좌파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였던 앨런 마스가 2010년에 쓴 책입니다. 2008년 말에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의 여파가 계속되던 시기였죠. 자본주의가 고장 났다는 것이 누가 보기에도 분명해지면서, 여론조사에서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나은 체제라고 답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 시기였습니다(이런 정서는 특히 젊은 층에서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몇 가지 핵심 주제를 각각 20쪽 내외로 간명하게 설명합니다. 빈부 격차, 여성·성소수자·인종 차별, 전쟁이 왜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한 것인지 설명하고 나서 진정한 사회주의란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지, 사회주의를 꿈꾸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저널리스트답게 자신이 인터뷰한 여러 평범한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줘서 어떤 부분은 마치 르포 기사를 읽는 듯합니다. 어처구니없는 불의를 재치 있게 폭로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훌륭한 대중 연설을 들을 때처럼 공감과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한 첫 책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체제의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기존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첫 책으로 권하고 싶네요.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혼자서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인권 수업 교재로도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급진 지식인으로 유명한 하워드 진의 후기 “유진 뎁스와 사회주의 사상”도 실려 있는데요. ‘자본주의의 중심’이라 불리는 미국에도 훌륭한 사회주의 운동의 전통이 있었음을 들려줍니다.
책갈피 추천 책 02
이 책의 지은이 폴 풋(1937~2004)은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과 <데일리 미러>에 정기 칼럼을 쓰는 저명한 탐사 보도 기자였습니다. 2005년 <가디언> 등의 언론은 그를 추모해 폴풋상을 제정했고 지금까지 매년 가장 훌륭한 탐사 보도를 한 기자에게 시상하고 있습니다.
앞서 앨런 마스의 책과 이 책의 원서 제목이 같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것은 앨런 마스가 자신이 본 “가장 뛰어난 기자”였던 폴 풋을 기리기 위해 그의 책 제목을 오마주했기 때문입니다.
폴 풋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경제를 국유화하면 사회주의일까? 좌파가 집권하면 사회주의일까?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사회주의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역사 여행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은이는 독자들과 역사 여행을 시작합니다. 1871년 파리코뮌의 현장으로, 1898년 독일사민당 지도자들이 논쟁한 회의장으로, 1917년 혁명 러시아가 고립 속에서 분투하다 패배하고 변질된 과정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또 소련·동유럽·중국 같은 이른바 ‘사회주의’ 사회들에서 관료의 지배에 맞서 투쟁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서구에서 의회를 통해 ‘사회주의’를 이루려던 노력이 참담하게 실패한 경험을 들려줍니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사회주의의 핵심이 국유화나 계획경제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과 그에 따른 노동자 민주주의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줍니다.
이 책은 부록으로 미국의 저명한 사회주의자 핼 드레이퍼(1914~1990)의 “사회주의의 두 가지 정신”을 싣고 있습니다. 드레이퍼는 최초로 각종 사회주의 운동을 “위로부터” 사회주의와 “아래로부터” 사회주의로 구분했죠. 이 글은 1966년에 쓰인 고전으로 자본주의 초기의 사회주의 사상과 운동을 많이 다루고 있어 독자들에게 생경할 수 있지만, 오늘날의 사상·운동 조류들과 연관성을 생각하며 읽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