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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김현아 지음 2002-02-01 303쪽 13,000원 신국판 9788979660234 03300 책갈피

베트남 전쟁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참전 용사들의 영웅담이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참담함을 품은 채 말이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음을 주장하고, 학살의 현장을 확인하고자 하는 한 시민단체의 발걸음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참전 군인들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전한다. 이들은 단순한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가 아니라, 전쟁의 배후세력에 의해 상처입고 고통 받은 자들이다.

3년 동안 직접 발로 뛰어 건진 현장의 이야기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그 결과물 속에서 진실을 만나고, 역사를 재발견하는 것은 읽는 이의 몫일 것이다.

추천사

저자는 참전군인들의 이야기에 결코 귀를 닫고 있는 게 아니다. 아니, 정확히 그 반대다. 사실 요즘과 같은 때, 누구라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빌려주기라도 하는가. 누가 고엽제 환자들의 참혹한 실정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누가 그들의 아픈 기억을 따지고보면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전장으로 내본 배후세력의 책임이라고 지적하는가. … 저자는 이 책의 거의 전부를 역사 속에서 명칭이 분명 ‘베트남 전쟁’으로 공식화된 그 전쟁에서 그 땅의 주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억을 하고 있는지 한번 들어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 김남일(소설가)

 

스물 안팎의 가난한 집 젊은이들은 부모님께 소 한 마리라도 장만해드릴 생각으로 베트남의 정글로 갔다. 물론 주월한국군사령부는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양민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휘방침으로 내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 귀중한 방침은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라오고 부비트랩이 터질지 모르는 베트남의 정글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병사들은 이런 방침이 있는지 들어보지도 못했다.

… 아직 삶의 방향이 잡히지 않은 어린 청년들을,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보내면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 무얼 하는 곳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보이는 것은 모두 적이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라라고 가르쳤을 뿐이다. 이 젊은이들을 베트남의 정글로 보낸 자가 18년, 그리고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군 내에서 승승장구한 자들이 정권을 이어받아 12년을 보낸 나라에서 정작 참전군인들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든 아무도 괘념하지 않았다. 피부에 반점이 돋고, 이유 없이 아프고, 그리고 자식들마저 픽픽 쓰러져도 그게 고엽제 때문이란 것을 안 것도 미국에서 고엽제가 문제가 되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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