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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 좌절과 재시도

김하영 지음 김하영 엮음 2020-04-13 227쪽 12,000원 신국판 변형 9788979661811 책갈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사회적 대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떻게 좌절됐고 재시도를 거듭해 왔는가?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적 대화와 노··정 대타협을 추진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구성된 민관정협의회나, 총선 국면을 앞두고 제안된 목요대화가 그런 사례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노··정이 힘을 모으자며 경제주체 원탁회의와 비상경제회의를 열었다. 민주노총 안에서도 사회적 대화 추진 노력은 심각한 논란과 반발에 부딪히면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노력이 특정 상황과 맞물리면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급속히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사회적 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좌절됐고 재시도를 거듭했는지 살펴본다.

본문 중에서

왜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원하는가?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투자가 급감하고 고용 사정이 악화됐다. 경제 상황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 이런 시기에 정부와 사용자들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전에 줬던 것도 빼앗으면서 노동자들의 조건 후퇴를 강요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성장률과 고용 사정이 나빠지자 급격하게 친기업, 반노동 행보를 노골화했다. … 개혁 염원에 힘입어 집권한 정부가 그 염원을 충족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모순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일에서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사회적 대화와 다양한 수준의 교섭에 그들을 참여시켜 불만의 관리자, 중재자 구실을 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켜 고용 창출이나 사회 양극화 같은 현안을 다루고 그들에게 양보를 얻어 내어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사회적 대화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누구와 누구 사이의 양극화(격차)가 진정한 문제인가? 촛불 투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했듯이, 역대 정부들의 신자유주의 정책들로 기업인·권력자는 더 부유해지고 노동자·민중은 열심히 살아도 더 가난해진 것이 사회 양극화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경사노위는 사회 양극화를 노동계급 내부의 격차 문제로 치환한다. … 이것이 뜻하는 바는, 저임금 해소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 즉,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이른바과보호”)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공공부문·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고 해서 그것이 비정규직·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임금 삭감은 기업 수익성 회복을 위한 것일 뿐, 결코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공무원의 낮은 기본급 인상률(2.6퍼센트)을 근거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외면한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정규직 임금 삭감이 저임금층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 이것은 격차 해소가 아니라 하향 평균화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는 현장 노동자와 인력을 투입해 겨우겨우 이뤄 낸 방역 성과를 정부의 성과로 치장해 홍보하기 바쁘다. 정부의 방역 실패를 현장에서 만회하려고 공무원 노동자들이 과로로 죽고, 보건 노동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들이 이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 … 문재인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급해진 여당 일각의 보편적 소득 지원 요구조차 거절하고 있다. 이를 추경에서 배제하고, 앞으로도 그럴 방침이 없다고 밝힌 홍남기 경제 부총리를 두둔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그런데도 재계 대표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노동시간 제약을 풀고 법인세 감면을 촉구하는 등 더 노골적인 친기업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의 재난생계소득 지급에는 적극 반대한다. 소득 위기(생계 위협)에 처한 보통 사람들에게 돈 쥐어 주지 말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것이다. 법인세 감면은 기업 이윤을 늘려 달라는 청원이자 그래야 투자할 수 있다는 압박이다. 또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이미 고려 중이던 구조조정도 추진하려 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와 기업의 위기 해결 방안은 노동자들의 위기 해결 방향과 전혀 다르다. 노동계가 정부와 기업주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재난 대책을 대화로 설득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몽상이다.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길 바랄 순 없다. 현재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노동자·서민의 생계 위기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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