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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마이크 데이비스, 알렉스 캘리니코스, 마이클 로버츠, 우석균, 장호종 외 지음 장호종 엮음 2020-03-31 208쪽 12,000원 신국판 9788979661804 책갈피

왜 자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까? 사스와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인데, 왜 여태껏 코로나 백신은 나오지 않았을까? 지금 밀어닥치는 세계경제 위기는 단지 코로나19 때문일까? ‘물리적 거리 두기하라면서 왜 공장과 사무실은 계속 돌리는 걸까? 문재인 정부는 왜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까?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데 왜 (스페인처럼) 대형 민간병원을 통제해 환자들을 수용하지 않고 위험한 자가 격리를 시킬까? 한국이 과연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일까?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 동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에 답하는 책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다룬 국내외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 학자, 의사, 보건의료 운동가의 글을 모았다.

본문 중에서

왜 자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까?

의도치 않은 다양성을 줄이기 위해 생산은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된다. 2009년 시카고에 기반을 둔 동물권 단체동물을 위한 자비’는 [다국적 농기업] 하이라인인터내셔널의 부화장에서 고기를 가는 기계에 수컷 병아리들을 넣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달걀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를 갈아 버리는 행위는 업계의 표준이다.

하이라인의 제인 폴튼은 이렇게 해명했다. “우리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 필요한 경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품종은 제거될 것이다.” 이러한 품종 제거의 결과로 단일 품종 육성이 세계 가금류 생산의 특징이 됐다. 이런 품종 개량 탓에 이제 닭들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지 못한다. 유전자 풀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의 다양성도 제한된다. 따라서 가금류와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교차 감염 가능성도 증가한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진정한 백화점같은 상태가 조성될 최적의 환경이다. 취약한 숙주가 새로 공급되는 것은 바이러스의 독성이 진화되는 핵심 요인이다. 감염시킬 숙주가 충분히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공업화된 [축산업에서 길러지는] 가축은 치명적인 병원체가 자라나는 데에 이상적 개체군이다.

 

왜 여태껏 코로나 백신은 나오지 않았을까?

얼마 전 한국화학연구원이 사스와 메르스 항체가 코로나19에도 작용할 것 같다고 발표했다. 사스와 메르스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형제가 일으킨 병이었으므로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러나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뒤에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스 백신을 개발하던 기업은 사스 확산이 멈추자 개발을 중단해 버렸다.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이었다. 메르스 백신을 개발하던 연구자들은 5년째 연구 중이다. 임상시험 등에 필요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을 위해 (자본주의 국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 등이 주도해 만든 국제기관세피CEPI’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가 위험군으로 분류한 11개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하는 데 하나당 평균 28억 달러( 3조 원)가 든다. 그 돈이 부족해 여태 백신이 없는 것이다. 세피가 지금까지 기부받은 돈은 8억 달러(9480억 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 피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새로 편성한 추경예산만 약 12조 원이다. 이런 낭비가 또 있을까?

 

신천지 마녀사냥

감염자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자 불신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정부·여당과 친정부 언론들은 집단감염이 일어난 신천지 교회에 책임을 떠넘기려 해 왔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일부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마녀사냥까지 자행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만희 살인죄 고발은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물론 지금까지 발표된 확진자 통계를 보면 신천지 교회가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매개 고리가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천지 교회 측이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지 않은 점이 많은 이들에게 반감을 불렀다. 방역의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 회피성 신천지 교회 비난은 합리적 비판을 넘어 이 교회 신자들에 대한 온갖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신천지 교회를이단으로 배척하던 이들도 이 틈에 비난 대열에 동참해, 정말이지 이 교회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다.

신천지 교회 신자들은 이번 감염병 확산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 치명률은 낮지만 전염력이 높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특징과 한중 교류 수준, 초기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중간 매개 고리는 신천지 교회가 아니라 어디라도 될 수 있었다(우연은 필연이 현실화되는 것을 매개하는 변수일 뿐이다). … 무엇보다 처음부터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 신천지 비난은 안 그래도이단비난에 시달려 온 신자들이 정부의 방역 조사를 기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다

지배자들의 냉혹한 조처에 맞서 저항도 벌어지고 있다. 3 10일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의 노동자들이 유급휴가 보장, 공장 가동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 피아트 사측은 공장을 폐쇄해야 했다.

뒤이어 3 15일에 프랑스 자동차 기업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노조가 프랑스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유행 중인 모든 나라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규직뿐 아니라 임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모두 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 엘즈미어포트와 루턴에 있는 PSA 노동자들도 사측이 유럽 전체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전염을 막기 위해 카페·음식점·극장·공공시설은 폐쇄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부대끼며 자동차 만드는 것은 괜찮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사측은 3 17일부터 2주 동안 유럽 전역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 곳곳에서 노동자·좌파들은 모든 노동자 유급 휴직 보장, 검사·치료 국가 보장, 자가 격리자 지원 강화, 집세·가계대출 지원, 인종차별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권력층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런 투쟁이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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