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와 제국주의 Мировое хозяйство и империализм

니콜라이 부하린 지음 최미선 옮김 2018-07-30 260쪽 13,000원 신국판변형 9788979661385 책갈피

미-중 갈등의 격화로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치는 오늘날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나왔다. 100여 년 전 러시아 혁명가 니콜라이 부하린이 제1차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쓴 이 책 《세계경제와 제국주의》는 개별 기업 사이의 경제적 경쟁이 어떻게 국민국가 사이의 정치적∙군사적 경쟁으로 발전해 왔는지 보여 준다.

이 책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 이론의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손꼽히며 레닌의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신 단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레닌과 부하린 같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제국주의 이론에 대한 오해와 왜곡도 바로잡힐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 개별 기업 간 경제적 경쟁에서 국민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으로

기업의 개인소유 형태가 일반적일 때는 개별 자본가들이 경쟁하며 서로 대립했다. ‘국민경제’와 ‘세계경제’는 비교적 소규모 단위인 이들의 총합에 불과했다. 이 단위들은 교환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었고, 이들 사이의 경쟁은 대체로 ‘국민적’ 틀 안에서 벌어졌다. 집중의 과정은 대자본가의 소자본가 흡수, 개인소유 대기업의 성장이라는 형태로 이뤄졌다. 대기업과 초거대기업이 발전하면서 경쟁의 외연적 성격(일정한 지역적 경계[국경] 내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점차 감소했고, 집중 과정과 함께 경쟁자 수도 감소했다. 그러나 경쟁의 강도는 크게 증대했다. 비교적 소수의 거대 기업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어마어마한 양의 상품을 시장에 쏟아 냈기 때문이다. 자본의 집적과 집중은 마침내 트러스트를 형성했다. 경쟁은 더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 경쟁의 양상은 다수의 개인소유 기업 간 경쟁에서 소수의 거대한 자본주의적 연합들 — 복잡하고 상당히 계획된 정책을 추구하는 — 의 치열한 경쟁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한 생산 부문 전체에서 경쟁이 중단되는 시기가 도래한다. 그러나 여러 상이한 생산 부문의 신디케이트 사이에서 잉여가치의 분배를 둘러싸고 투쟁이 더 격렬해진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조직이 원료를 생산하는 신디케이트에 도전장을 내밀고, 반대의 경우도 일어난다. 집중 과정이 한 걸음씩 전진한다. 결합기업과 은행신디케이트가 전체 ‘국민’생산을 통합한다. 전체 국민생산은 연합들의 연합 형태를 취하며 국가자본주의 트러스트로 전화한다. 경쟁은 가장 높은 발전 단계, 상상할 수 있는 마지막 발전 단계에 도달한다. 이 경쟁은 이제 세계시장에서 벌이는 국가자본주의 트러스트의 경쟁이 된다. ‘국민’경제의 경계 안에서 경쟁은 최소한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국민경제’ 간] 경쟁은 과거 어느 역사적 시대에도 가능하지 않았을 만큼 강력하고 새롭게 타오를 것이다.

 

  • 군수산업의 이익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까?

군수산업이 전쟁을 일으킨다고 말하는 것은 저속한 주장이다. 군수산업은 결코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산업부문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들의 전쟁’을 불러일으키려고 인위적으로 불러낸 ‘악마’가 아니다. … 군비 증강은 국가권력의 필수불가결한 속성이며, 국가자본주의 트러스트 사이의 투쟁에서 매우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전쟁 없는 자본주의 사회를 상상할 수 없듯이, 군비 증강 없는 자본주의 사회 또한 생각할 수 없다. 낮은 가격이 경쟁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경쟁이 낮은 가격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군대의 존재가 전쟁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나 원동력은 아니다(물론 군대 없는 전쟁은 생각할 수 없다). 반대로 경제적 충돌의 불가피성이 군대가 존재하는 원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즉 경제적 충돌로 긴장 상태가 최고조에 이른 이 시대에 정신 나간 군비 확장의 난장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금융자본의 지배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모두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군국주의는 금융자본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역사적 현상이다.

 

  • 제국주의 = 식민지 정복 정책?

수평적인 제국주의적 합병 사례는 독일의 벨기에 점령이며, 수직적 합병 사례로는 영국의 이집트 점령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제국주의는 단순한 식민지 정복 정책으로만 다뤄진다. 이런 완전히 잘못된 개념이 한때는 어느 정도 정당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이것은 부르주아지가 가장 손쉬운 길을 택해 ‘저항’이 약한 자유로운 나라들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진정한 세계 재분할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한 나라의 틀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트러스트는, 처음에는 ‘제3자’ 즉 [트러스트에 속하지 않은] 외부자를 희생시켜 성장하며 이들 중간 집단[외부자]을 쓰러뜨린 뒤, 비로소 서로를 향한 격렬한 투쟁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국가자본주의적 트러스트들 사이의 경쟁도 다음과 같이 발전한다. 그들은 우선 자유로운 나라들에 대한 선점권을 놓고 서로 다툰다. 다음으로 식민지 재분할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투쟁이 더욱 격렬해지면 본국 영토까지도 재분할 과정에 끌어들인다. 여기서도 발전은 가장 손쉬운 길을 따라 진행되며, 먼저 가장 약한 국가자본주의 트러스트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이렇게 자본주의 생산의 일반 법칙이 작용한다. 이 법칙은 자본주의 생산 그 자체가 쇠퇴할 때만 쇠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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