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 1927~1940 Trotsky: the darker the night the brighter the star. Volume 4, 1927-40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사수하다

토니 클리프 지음 이수현 옮김 2018-07-23 580쪽 25,000원 신국판 9788979661378 책갈피

레온 트로츠키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킨 장본인 중 한 명이며, 혁명이 고립돼 변질된 후에는 스탈린의 관료 집단에 맞서 사투를 벌인 위대한 혁명가다. 이 책은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 토니 클리프가 쓴 트로츠키 전기 4부작 중 하나로, 트로츠키가 1928년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로 유배된 뒤부터 1940년 멕시코에서 암살당할 때까지를 주로 다룬다. 이 시기는 파란만장한 트로츠키의 삶에서도 가장 비극적이었다. 스탈린의 반혁명으로 트로츠키뿐 아니라 그의 가족과 지지자들에게 끔찍한 복수가 자행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는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경제 불황기였고 나치가 진군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트로츠키의 말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가 천재성을 발휘해 열정적으로 쓴 저작들은 더없이 귀중한 유산이다. 무엇보다 그는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이라는 횃불이 꺼지지 않게끔 했다. 소련과 독일뿐 아니라 혁명의 물결이 인 프랑스·스페인 등지에 개입하며 트로츠키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를 지켜 내려고 고군분투했다.

이 책은 그동안 온갖 왜곡에 시달린 한 혁명가의 삶, 그중에서도 세계혁명을 꿈꾸며 스탈린과 파시즘에 맞서 싸운 말년을 돌아보고 그가 남긴 유산과 교훈을 되새길 기회를 줄 것이다. 트로츠키주의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저자의 유려하지만 간결한 문체, 풍부한 예시와 분석은 덤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 나치 독일에 맞서 뛰어난 전략·전술을 내놓은 트로츠키

트로츠키는 독일 상황을 다룬 가장 뛰어난 기사·논문·책을 썼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지은이가 사건 현장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나날의 우여곡절을 추적해서 글을 썼다는 점이다. 1930~1933년에 트로츠키가 쓴 저작들을 읽어 보면, 얼마나 구체적인지 마치 지은이가 독일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터키의 프린키포섬이 아니라 독일 현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이 저작들은 카를 마르크스의 가장 뛰어난 역사 저작 —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나 《프랑스의 계급투쟁》 — 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트로츠키는 상황을 분석할 뿐 아니라 프롤레타리아의 행동 방침을 분명히 제시하기도 한다. 전략과 전술의 측면에서 그 저작들은 극히 귀중한 혁명적 지침서로, 코민테른 첫 4년 동안 레닌과 트로츠키가 만들어 낸 최상의 작품들과 견줄 만하다.

 

  • 프랑스와 스페인의 혁명적 대사건에 관한 탁월한 저작들

그는 독일의 재앙에 이어서 1936년 5~6월 프랑스의 혁명적 대사건을 목격했다. 아마 여기서 트로츠키의 비극은 훨씬 심대했을 것이다. 프랑스에 관한 그의 저작들은 독일에 관한 저작과 마찬가지로 영감을 주는 탁월한 작품이었지만, 프랑스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사실상 들리지 않았다.

패배가 잇따랐다. 프랑스에서 혁명의 물결이 가라앉은 뒤에 스페인에서는 프랑코가 승리했다. 스페인 상황을 다룬 트로츠키의 저작들도 탁월했다. 그러나 1937년 5월에도 스페인 트로츠키주의 조직의 회원은 모두 합쳐 30명뿐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사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겠는가?

 

  • 스탈린주의와 자본주의에 모두 반대하기

같은 시기에 소련에서는 스탈린 체제의 참상이 점입가경이었다. 강제 집산화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볼셰비키 지도자들은 모두 여론 조작용 재판에서 “히틀러나 미카도[일본 왕]의 첩자”로 몰려 처형되거나 오랜 기간 투옥됐다.

이렇게 스탈린 체제의 광기 어린 공포정치가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트로츠키는 《배반당한 혁명》이라는 걸작을 썼다. 스탈린 체제를 분석한 이 책은 철저하게 마르크스주의적이고 철저하게 유물론적이다. 분석의 출발점은 러시아 혁명이 처한 객관적(일국적이고 국제적인) 상황이었다. 소련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하는 열쇠는 스탈린의 변덕도 사상이라는 상부구조도 아니었다. 서로 싸우는 양대 계급(일국적·국제적 수준의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지)이 소련의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였다. 《배반당한 혁명》에서 트로츠키는 사회주의의 진정한 개념을 다시 서술하고 탁월하게 발전시킨다. 그리고 스탈린 체제가 위조한 사회주의 개념에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그는 스탈린 체제를 매우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용인하게 만든 반反스탈린주의 히스테리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배반당한 혁명》은 트로츠키주의의 주요 특징 — 국제 혁명의 관점에서 스탈린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반대하는 것 — 을 재천명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했다.

 

  • 제4인터내셔널 건설 노력과 혁명적 정당의 결정적 구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제4인터내셔널을 건설하려는 그의 노력도 혁명적 전통의 보존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연결 고리였다. 그는 학술적 마르크스주의에, 그 무기력한 수동성에 양보할 수 없었다. 마르크스주의의 본질은 행동이다. 투쟁하는 노동계급에게 조직 말고 다른 무기는 없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의 성공과 패배를 통해 트로츠키가 거듭거듭 보여 주는 것은 혁명적 정당이 틀림없이 결정적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승리는 혁명적 정당 없이는 불가능하다. 트로츠키가 혁명적 인터내셔널을 건설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했을 것이다.

  • 트로츠키가 남긴 커다란 유산

혁명적 사회주의 전통을 보존하고 마르크스주의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계급투쟁에 적용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의 본질은 이론과 실천의 통일이다. 레닌·룩셈부르크·트로츠키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한 일을 계속했다. 계속한다는 것은 되풀이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전 세대들의 가르침을 이용해 새로운 삶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처리한다는 말이다. …

현재와 미래 세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레닌·룩셈부르크·트로츠키가 우리에게 남겨 준 혁명의 불꽃을 전달할 것이다. 현재와 미래 세대들은 차티스트운동, 파리코뮌, 1905년과 1917년의 러시아 혁명, 1925~1927년 중국 혁명, 스페인 혁명 등의 전통을 전달할 것이다. 지난 60년은 스탈린이 지배자였다. 앞으로 수십 년은 레닌·룩셈부르크·트로츠키가 득세할 것이다. 우리는 트로츠키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 그가 스탈린 체제의 관료 집단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그의 국제주의가 없었다면, 사회주의를 노동계급의 자주적 활동으로 이해하는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전통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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