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천대에 맞선 투쟁의 전략과 전술

레온 트로츠키, 토니 클리프,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최일붕 엮음 2018-01-26 288쪽 14,000원 신국판 9788979661330 책갈피

이 책은 차별과 천대, 착취에 맞서 싸워 온 혁명가들과 투사들이 발전시킨 전략과 전술, 즉 계급투쟁의 방법론을 소개한다. 여러 글 가운데 특히 레온 트로츠키가 쓴 “호황, 불황, 파업의 상호작용”은 국내 최초로 번역된 것으로, 경제 상황과 계급투쟁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분석한 탁월한 글이다. “공동전선에 관하여”는 트로츠키가 1922년 2월 말 열린 코민테른 집행위원회 확대 총회에 제출하려고 쓴 것으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중요한 강령적 문서 가운데 하나다. 그 밖에 토니 클리프, 알렉스 캘리니코스 등 후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쓴 글도 여럿 수록돼 있다. 군사 전략가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을 응용한 계급투쟁의 전략과 전술, 러시아 혁명가 레닌과 트로츠키의 기여, 노동자 단결을 지향하는 공동전선 등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을 향한 투쟁에서 많은 혁명가들이 내놓은 방법론은, 21세기 혁명과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또 초좌파주의, 인민전선 등 과거와 현재의 혁명가들이 저지른 오류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 전략과 전술의 개념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다룰 전략은 정치 전략이고, 더구나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

그냥 운동 자체의 전략, 그러니까 대중운동이 내놓는 전략, 대중의 전략, 계급의 전략 같은 것은 없다. 자발적 운동, 자생성, 자발성만 갖고는 전략이라는 개념을 내놓을 수가 없다. 자발성이라는 개념은 전략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

전략은 목적의식적인 것이다. 계획하는 것이고 설계하는 것이다.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이 아니다. 어떤 전투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전투에 힘을 쏟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 노동자들의 의식이 다양하고 불균등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주의적 전략의 출발점은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자기 인생을 통틀어 계속 반복되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노동자 다섯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우익적이고 보수적인 노동자고, 다른 한 명은 여성 차별과 유대인 혐오와 인종차별과 종교 차별 등에 반대하는 투쟁적 노동자고, 나머지 세 명은 그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상황에 따라서 우파적 노동자를 지지하기도 하고 투쟁적 노동자를 지지하기도 하는 노동자였다. 이것이 바로 노동계급 의식의 불균등을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런데 불균등한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 있게 되면, 보통 때는 잘나가다가도 아주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분열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늪처럼 질척질척한 수렁에 빠지게 된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같은 커다란 문제가 닥쳤을 때 누구는 전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우리가 분열하니까 전쟁 문제는 아예 얘기도 말자’고 한다. 이 때문에 트로츠키는 투쟁적 소수가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조직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물론 투쟁적 소수는 공동전선이나 노동조합 등을 통해 대중적 조직을 유지하고 거기서도 활동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것은 레닌 당 이론의 핵심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출발점이다. 이게 출발점이 되지 않으면 전략과 전술에 대한 얘기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 전략과 전술을 집행하려고 할 때 완전히 마비돼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 선동과 선전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가?

선동은 당면 쟁점에 초점을 맞춰 그 쟁점을 중심으로 행동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선전은 더 체계적으로 사상을 설명하는 것과 관련 있다. …

선전가는 예컨대 실업 문제를 다루면서 경제 위기의 자본주의적 본질, 현대사회에서 경제 위기가 불가피한 이유, 이 사회를 사회주의 사회로 변혁할 필요 등을 설명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많은 사상’, 정말로 수많은 사상을 전달해야 하므로, 이를 완결적 전체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비교적)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선동가는 [실업이라는] 같은 주제를 이야기할 때, 해고된 노동자의 가족이 굶어 죽은 사건,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 등을 예로 들 것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이용해 단 하나의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하려 노력할 것이다.

 

  • 불황은 자동적으로 투쟁을 낳는가? 호황은 반대로 투쟁을 가라앉히는가?

일반적으로 말해, 프롤레타리아 혁명운동은 경제 위기 때마다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변증법적 상호작용이 있을 뿐이다. 이를 이해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러시아에서 그 관계를 살펴보자. 1905년 혁명은 패배했다. 노동자들은 크나큰 희생을 치렀다. 1906년과 1907년에 혁명의 마지막 불꽃이 타올랐고, 1907년 가을쯤 거대한 세계경제 위기가 터졌다. 그 신호는 월가의 ‘검은 금요일’이었다. 1907년, 1908년, 1909년 내내 매우 혹독한 경제 위기가 러시아까지 강타했다. 이 경제 위기는 운동을 말살했다. 노동자들이 전에 투쟁하는 동안 너무나 큰 고통을 겪은 나머지 이 불황으로 낙담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혁명을 낳는 것은 무엇이냐, 즉 경제 위기냐 경기 호전이냐는 문제를 두고 우리는 숱하게 논쟁을 벌였다. …

1910년, 1911년, 1912년에 러시아 경제 상황이 호전되며 경기가 괜찮아지자, 사기가 저하돼 활력을 잃었던 노동자들이 용기를 내 다시 결집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다시 자각했고, 처음에는 경제 영역에서 나중에는 정치 영역에서도 공세를 퍼붓게 됐다. 호황기 덕분에 단단히 기운을 차린 러시아 노동계급은 제1차세계대전 직전에는 직접적 공격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 공동전선의 본질은 무엇인가?

공동전선 문제는 그 기원에서 보든 본질에서 보든 공산당 의원단과 사회당 의원단,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사회당 중앙위원회, 〈뤼마니테〉(인류, 공산당 기관지)와 〈르 포퓔레르〉(인민, 사회당 기관지) 사이의 상호 관계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 시대에는 노동계급에 기반을 둔 다양한 정치조직들의 분열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공동전선 문제는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노동계급이 공동전선을 펴야 할 긴급한 필요에서 비롯한다.

이런 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당은 선전 단체일 뿐, 대중행동을 도모하는 조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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