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닌의 서문
▪ 저자 서문
01_10월 혁명의 배경
02_다가오는 폭풍
03_혁명 전야
04_임시정부의 붕괴
05_돌진하는 볼셰비키
06_조국과 혁명 구제위원회
07_혁명전선
08_반혁명
09_승리
10_모스크바
11_권력 획득
12_농민대회
▪ 주와 해설
▪ 부록
▪ 후주
▪ 찾아보기
2007년 11월 7일 네이버 오늘의 책
미국의 진보적 언론인 존 리드가 쓴 이 책은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인 러시아 혁명을 직접 체험하고 쓴 르포 문학으로, ≪카탈로니아 찬가≫, ≪중국의 붉은 별≫과 함께 르포문학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유명한 역사학자 A J P 테일러가 말했듯이, 이 책은 “혁명을 기록한 모든 책들 중 단연 최고”다.
존 리드는 혁명 러시아의 수도인 페트로그라드와 그 주변 도시들, 혁명의 두 번째 격전지였던 모스크바까지 곳곳을 누비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에는 레닌․트로츠키 같은 볼셰비키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참호의 병사들, 공장 노동자들, 비참한 처지의 농민들까지 러시아 혁명의 수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존 리드는 미국인 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귀족, 반혁명 장군들의 노골적 속내에서부터 케렌스키․사회혁명당․멘셰비키 같은 ‘온건’ 사회주의자들의 은밀한 고백까지 담아낸다. 특히 이 책은 1980년대 군사 독재 정권의 검열 때문에 대폭 생략된 부분을 완전 복원함으로써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 레닌의 서문
▪ 저자 서문
01_10월 혁명의 배경
02_다가오는 폭풍
03_혁명 전야
04_임시정부의 붕괴
05_돌진하는 볼셰비키
06_조국과 혁명 구제위원회
07_혁명전선
08_반혁명
09_승리
10_모스크바
11_권력 획득
12_농민대회
▪ 주와 해설
▪ 부록
▪ 후주
▪ 찾아보기
이 책은 미국의 진보적 언론인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완역한 책이다. 러시아 혁명을 다룬 이 책은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 금서였다. 혁명 과정의 진실한 모습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혁명 과정에서 실제로 별로 한 게 없는 스탈린 자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레닌이 추천한 이 책을 스탈린은 출판을 금지했었다. 한국에서도 과거 두레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었으나, 군사 독재 정권의 검열 때문에 많은 부분들을 생략한 채 출간할 수밖에 없었다. 12장 ‘농민대회’ 전체와 각 장에서 몇 단락이나 몇 페이지씩이 생략됐었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한 이 책에는 본문을 완전히 복원했을 뿐만 아니라, 포고문이나 명령문 등 귀중한 자료들이 수록된 90페이지에 가까운 부록과 후주도 모두 되살렸다. 이로써 세계 3대 르포문학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고, 거장 영화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 영화화한 이 책의 완역판을 한국 독자들도 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러시아 혁명을 다룬 책들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러시아 혁명을 ‘피의 강물이 흘러넘친 소수의 쿠데타’라고 주장하거나, 볼셰비키라는 소수 지도자들에게만 주목함으로써 러시아 혁명의 진실을 올바르게 다루고 있지 못했다. 이 책은 기자인 저자가 러시아 혁명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직접 경험한 것을 생생하게 기록함으로써 당시의 상황을 사실대로 그려내고 있다. “인류가 시도한 가장 경이로운 모험”과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급진파 지도자였던 존 리드는 1887년에 오레곤 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1910년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다양한 출판물에 글을 썼고 1913년부터 급진적 잡지 <대중> (The Masses)의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1913년 뉴저지 주 패터슨에서 일어난 섬유 노동자 파업을 보도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뒤부터 혁명적 정치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쓴 판초 비야에 관한 기사들 덕분에 그는 급진 언론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제1차세계대전 때는 유럽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1917년 볼셰비키가 권력을 잡았을 때 페트로그라드에 있었다.
그의 책 ≪세계를 뒤흔든 열흘≫(1919년)은 혁명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쓴 최고의 책으로 알려져 있다. 1927년 거장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이 이 책을 영화화했으나, 스탈린의 요구로 많은 부분이 잘려 나갔다. 스탈린 시대 러시아에서 이 책은 아예 금서가 됐다.
본래 미국 사회당 당원이었던 존 리드는 1919년 전당대회 때 당에서 쫓겨나, 사회당 좌파가 공산주의 노동당을 창당하는 것을 도왔다. 소련으로 돌아간 그는 소비에트 선전국에서 일했고 뉴욕 주재 소련 영사로 임명됐다. 미국 정부가 이에 항의하자 리드는 영사직을 사임했다. 그는 1920년 모스크바에서 티푸스에 걸려 사망했고 크렘린에 묻혔다.
1982년 존 리드의 생애를 그린 영화 <레즈>(Reds)가 아카데미상 3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역사)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존 콜트레인 – 재즈, 인종차별, 그리고 저항≫(책갈피, 2004) 등이 있다.
우리는 거리에서 가죽코트를 입은 키 작은 장교와 마주쳤다. 그는 내 귀에 속삭였다. “페트로그라드 수비대가 방향을 바꿨습니다! 볼셰비키는 이제 끝장입니다. 전세가 역전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장교는 미하일로프스키 거리를 따라 빠르게 걸어갔고, 우리는 그를 뒤따랐다.
“그것은 어느 연대입니까?”
“브루노비키 연대입니다.……” 이는 정말 중대한 문제였다. 장갑차 부대인 브루노비키는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브루노비키를 지배하는 자가 페트로그라드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구제위원회와 두마 위원들이 브루노비키와 대화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브루노비키는 오늘 집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린다고 했답니다.”
“결정을? 어느 편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정인가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볼셰비키에 맞서 싸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중립을 결정할 것입니다. 그 후에는 융커와 코사크가……”
거대한 규모의 미하일로프스키 승마학교 입구는 음산하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보초 두 명이 우리를 세우려 했지만, 우리는 듣지 못한 척하면서 입구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승마학교의 강당 안에는 아크등 하나만 회의장 지붕 가까이에서 침침하게 빛나고 있었고, 우뚝 솟은 벽기둥과 여러 줄의 창문은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장갑차들은 강당 안에 괴물 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었다. 강당 중앙에는 한 사람이 아크등 아래 서 있었고, 그 주위에는 병사 2천여 명이 카키색 군복을 입고 모여 있었다. 건물이 너무 거대해서 이들의 수는 오히려 적어 보였다.……
이번에는 볼셰비키를 지지하는 병사가 증오로 가득 차 격렬하게 연설했다. 이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연설은 병사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 순간 병사들은 평범한 일상의 사고에서 벗어나, 마치 혁명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처럼, 러시아의 관점, 사회주의의 관점, 세계 전체의 관점에서 사고했다.……
“동지들!” 병사는 외쳤다. “이곳에 와 있는 크릴렌코 동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답니다.”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뒤섞였다. “나와라! 나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고 하는 외침이 교차했다. 군사 문제를 맡고 있는 인민위원 크릴렌코가 앞뒤에서 병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위로 밀리고 아래로 당겨지면서 장갑차 측면에 올라섰다. 그는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장갑차 냉각기 위로 걸어갔다. 뒷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그는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짧은 다리에 땅딸막한 모습이었고, 대머리였으며, 제복에는 휘장도 달려 있지 않았다.
내 옆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던 사람들은 “한쥬노프! 한쥬노프를 원한다! 크릴렌코는 물러가라! 입을 다물라! 배신자는 물러가라!” 하고 외쳤다. 회의장은 또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갑자기 눈사태가 몰려오듯, 짙은 눈썹에 덩치가 큰 사람들이 청중 사이를 뚫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회의를 방해하는 것은 누구냐?” 그들이 소리쳤다, “누가 휘파람을 부는 거지?” 패거리는 곧 흩어졌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다시 모이지 않았다.
“전우 여러분!” 크릴렌코가 피로에 지쳐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좋지 않은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4일간 한숨도 못 잤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저는 일개 병사에 불과합니다. 평화를 원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볼셰비키 당은 노동자들과 병사들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 피에 굶주린 부르주아지의 권력을 타도한 것은 바로 여러분과 같은 모든 용감한 동지들의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화를 제안하겠다는 볼셰비키의 약속은 이미 오늘 실현됐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러분은 중립을 유지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중립적이지 않은 융커와 결사대대는 거리에서 우리에게 발포하고 케렌스키나 다른 악당들을 페트로그라드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칼레딘은 돈 지방에서, 케렌스키는 전선에서 페트로그라드로 진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코르닐로프는 야만사단을 동원해 8월의 기도를 반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은 현재 여러분에게 내전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들 자신이 권력을 유지해 온 것도 내전을 통해서였지 않습니까? 사실 내전은 7월부터 끊임없이 계속돼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지금까지 계속 부르주아 계급 편에 서 있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이 이미 결심을 굳혔다면, 내가 어떻게 여러분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한편에는 케렌스키, 칼레딘, 코르닐로프, 멘셰비키, 사회혁명당, 카데츠, 두마, 장교 들이 서 있고,……다른 편에는 노동자, 병사, 수병, 빈농 들이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위대한 러시아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것을 그들에게 다시 넘겨주겠습니까?”
연설하는 동안 크릴렌코는 오직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는 피로에 지쳐 있었지만, 깊고 정직한 감정이 배어 나왔다. 연설을 마친 크릴렌코는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사람들이 손을 뻗어 그가 내려오는 것을 도와줬다. 박수 소리가 넓은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한쥬노프가 또다시 연설하려 했지만, 청중은 “투표! 투표! 투표!” 하고 외쳤다. 한쥬노프는 청중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의안을 낭독한 후에 투표를 시작했다. “브루노비키는 군사혁명위원회에서 대표를 철수시키고, 현재의 내전에 중립을 지킨다”고 하는 결의안이었다. 결의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오른편, 반대하는 사람은 왼편에 서라고 했다. 사람들은 잠시 망설이며 서로를 응시했다. 사람들은 서로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빠른 속도로 왼편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 병사 수백 명이 먼지 쌓인 강당 바닥을 가로질러 왼편으로 이동했다.……우리 옆에 있던 찬성파 50여 명은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오도 가도 못하다가, 결의안 반대파들이 승리의 함성을 지르자 급히 회의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들 중 몇몇은 혁명 자체에서 나가 버렸을 것이다.……
마을, 지방, 전선, 그리고 러시아의 모든 병영에서 이와 같은 투쟁이 반복됐음을 상상해 보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수많은 크릴렌코가 각 연대의 동향을 살피고, 전국으로 급파돼 토론하고 위협하고 애원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모든 노동조합 지부들과 공장들과 농촌에서, 심지어 러시아를 떠난 군함 속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상상해 보라. 넓디넓은 러시아 각지에서 수많은 노동자․농민․병사․수병 들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명하게 결정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마침내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결의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바로 그것이 러시아 혁명이었다.……
네프스키 86번가에서 우리는 한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는 거대한 아파트들에 둘러싸인 안뜰과 통했다. 229 아파트 문 앞에서 친구는 독특한 방식으로 노크를 했다. 허둥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쪽 문이 쾅 닫히고, 정문이 살짝 열리면서 틈 사이로 한 여성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우리를 잠깐 주의 깊게 관찰한 후에야 들어가게 해 줬다. 차분한 모습의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키릴, 괜찮아요!” 하고 외쳤다. 탁자 위에 주전자가 끓고 접시에 빵과 생선회가 가득 놓여 있었다. 제복을 입은 남자가 창문 커튼 뒤에서 걸어 나왔다. 노동자 차림의 또 한 사람은 벽장에서 나왔다. 그들은 미국 기자를 만난 사실에 기뻐하는 듯했다. 둘 모두 볼셰비키에 잡혔다면 총에 맞았을 것이라고 열을 내며 말했다. 그들은 본명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사회혁명당원인 것은 분명했다.……
“왜 당신들의 신문은 그 같은 거짓들을 담아내는 거죠?” 나는 물었다.
장교는 불쾌해하지 않고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들의 마음에 특정한 사고의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것을 당신은 인정해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말을 막으며 끼어들었다. “볼셰비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모험일 뿐이죠. 그들 속에는 지식인들이 없습니다.……행정부는 일하지 않고 있고요.……러시아는 일개 도시가 아니라 국가 전체입니다.…… 그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고작 며칠밖에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볼셰비키에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인 케렌스키를 도와서 질서를 복구하려는 것입니다.”
“다 좋습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카데츠와는 왜 결탁하고 있는 것입니까?”
노동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대중이 따르고 있는 것은 볼셰비키죠. 우리에게는 추종자가 없습니다, 지금은요. 우리에게는 동원할 만한 병사들이 없어요.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없고요.……어떤 점에서는 볼셰비키의 말이 맞습니다. 지금 이 순간 러시아에서 힘을 가진 정당은 둘뿐입니다. 볼셰비키, 그리고 카데츠의 뒷자락 아래 숨어 있는 반동주의자들. 카데츠는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용당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입니다. 우리는 볼셰비키를 박살내고 나서 카데츠에 맞설 것입니다.……”
트로츠키는 10월 17일 밤 스몰니에서 열린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의 한 회의에서 부르주아 언론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소비에트가 무장 봉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이 ‘소비에트 대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대회를 파괴하려는 반동주의자들의 기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는 아직 어떠한 ‘실력행사’도 지시한 적이 없다. 물론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지시할 것이고, 페트로그라드 수비대는 우리를 지원할 것이다.……그들(정부)은 반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단호하고 무자비한 반격으로 이에 맞설 것이다.”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가 무장 봉기를 명령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봉기를 심각하게 고려한 것은 볼셰비키당 중앙위원회였다. 10일 밤에는 밤샘회의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당의 많은 지식인들과 지도자들, 그리고 페트로그라드 노동자와 수비대 대표들이 참석했다. 지식인들 중에는 오직 레닌과 트로츠키만이 봉기를 지지했다. 심지어 군대 대표들조차도 봉기에 반대했다. 투표 결과, 봉기를 감행하자는 주장은 일단 기각됐다!
그때 한 노동자가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떨고 있었다. 그는 거칠게 말했다. “페트로그라드 노동자를 대표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리는 봉기에 찬성합니다. 여러분은 마음대로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소비에트가 파괴되는 것을 보고만 있겠다면, 우리와의 관계는 끝날 것입니다!” 몇몇 병사들이 그에 합세했다.……그래서 투표가 다시 이뤄졌고, 결국 무장 봉기를 감행하자는 주장이 통과됐다.……
랴자노프, 카메네프, 지노비예프를 중심으로 하는 볼셰비키 우파는 봉기 반대 운동을 계속했다. 한편, 10월 19일 아침 <라보치 푸트> 신문에는 세계에서 가장 대담한 정치 선전문으로 꼽히는 레닌의 “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 1회가 실렸는데, 이 글에서 레닌은 봉기에 반대하는 카메네프와 랴자노프의 글을 반박하며 봉기를 진지하게 옹호했다.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참으로 흥미롭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기꺼이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이 모든 언어로 번역돼 수백만 부 이상 팔리기를 기대한다. 독자들은 1917년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서,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개념들은 광범한 논쟁을 불러왔다. 그러나 개념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기에 앞서,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존 리드의 책은 노동자 운동의 근본적 문제인 이 개념들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혀 주고 있다.
- 레닌,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외국인이 쓴 책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곳의 과거와 현재를 더 선명하고 진실하게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내가 태어난 러시아에 대해 그런 귀중한 깨달음의 시간을 선사해 준 책이 바로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다. 스탈린과 그 후계자들의 독재가 왜곡하고 정권 유지의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전용한 1917년 혁명의 진실한 모습을 나는 바로 이 책에서 배웠다. 이 책을 읽으면, 거의 4년간의 무의미한 제1차세계대전의 살육으로 기존의 모든 신앙과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평화가 보장되고 국민 국가를 뛰어넘는 신세계를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혁명 러시아가 거의 하나의 입체적 그림처럼 다가온다. 과거에 대한 절대적 절망과 미래에 대한 절대적 희망의 교차점인 혁명의 순간을, 이 책을 통해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 그 저자가 외국인이라고? 이 책을 읽다 보면 혁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외국인과 내국인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의 저자
존 리드는 행복한 언론인이다.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혁명을 지켜보고 기록했다. 무엇보다 리드는 정직했다. “내 감정은 중립적이지 않았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는 “진실만을 기록하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는 자본가를 편들면서 중립을 가장하는 오늘의 언론인들과 대조적이다. 리드가 기록한 러시아 혁명이 무너진 오늘, 존 리드의 역사적 저널리즘은 오히려 빛을 더하고 있다. 1917년 10월 러시아에서 “어떤 정신이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었으며, 지도자들은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생생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탈린 이후의 러시아를 레닌에서 원인을 찾거나, 혁명이 필연적으로 독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들에 대해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육성’으로 증언하고 있어서다. 그래서다. 이 책의 초판을 추천한 혁명가의 문법을 빌려 쓴다. 이 책을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예비 노동자인 젊은 벗들에게 기꺼이 추천한다.
-손석춘, 언론인
1917년 10월 혁명이 군사 쿠데타에 불과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럼 10월 혁명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어떠한 수준에서든 전 세계로 확장되고 식민지 피억압 민족들이 정치적 자결권을 획득하는 분수령이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혁명의 현장에서 그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존 리드의 걸작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이런 의문을 일격에 분쇄해 버린다. “만일 전 러시아 민중이 봉기를 각오하지 않았다면 볼셰비키는 틀림없이 실패했을 것이다.” 저자는 볼셰비키당 중앙위원회의 결정, 동궁 습격과 혁명 포고령의 반포 등 몇 가지 인상적인 단편적 사실들로만 나열되는 혁명사의 이면에서 그것들을 하나로 잇는 거대한 민중의 움직임을 포착해 내는 데 성공한다. 리드의 기록에서 혁명의 주인공은 철저히 노동자·농민·병사 대중이다. 그들의 거친 물결 속에서는 레닌, 트로츠키 같은 뛰어난 지도자들마저도 왜소해 보인다. 말하자면 이 책은 10월 혁명에 대한 두 가지 신화(우파의 신화와 스탈린주의의 신화) 모두에 대한 결정적 해독제며, ‘세계를 뒤흔들’ 또 다른 시간들에 대한 강력한 호소다.
– 장석준, ≪혁명을 꿈꾼 시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