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과 자본주의 Race and Class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차승일 옮김 2020-09-08 156쪽 8,000원 문고판 9788979661965 책갈피

책씨앗 - 좋은책고르기 2020년 10월 매체 주목도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운동이 세계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이 책은 인종차별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분석한 현대의 고전이다. 짐바브웨 출신의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 책에서 인종차별의 본질과 기원,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역사, 오늘날에도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해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는다.

특히, 마르크스가 남긴 문헌들을 연구해 인종차별에 대한 마르크스 자신의 유물론적 분석을 복원하고, 백인 노동자가 인종차별로 물질적 이득을 얻는지(흑인 민족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사이의 핵심 논쟁점)를 규명하기 위해 실증적 분석을 내놓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반란을 둘러싼 갖가지 오해(예컨대, 흑인과 한국인의 대립이었나?)를 바로잡는 부분도 우리나라 독자에게 각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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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첫 문장

“숨을 쉴 수 없어요.” 2020년 5월 25일 미국에서 한 흑인 남성이 땅바닥에 엎드려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채로 27번이나 한 말이다.

 

p 38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백인이 우월하다는 이론이 없었다. 고대사회에 피부색을 이유로 한 인종차별이 없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서기 193~211년에 로마 황제를 지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다. 세베루스는 흑인이었음이 거의 확실하다. 로마 사회 통치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 하나는 지방의 유력가들을 제국 지배계급의 문화(그리스 전통과 로마 전통을 융합한 문화)로 통합하려 애썼다는 점이다.

 

p 46~47

아프리카인 노예를 착취하는 일이 생기기 전에 인종차별이 존재했고 이것이 노예 착취를 낳았다는 주장이 흔하다. 그런 주장에 [트리니다드섬 출신의 역사학자] 에릭 윌리엄스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저서[《자본주의와 노예제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인종차별 탓에 노예제도가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노예제도의 결과물로서 인종차별이 태어난 것이다.”

 

p 77

인종차별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그 결과로 약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의 유지에 일조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이간질해서 각개격파한다”는 격언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지배계급의 지혜로, 서기 1세기에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가 한 말이다. 자본가의 지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조직된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것이다.

 

p 85~86

[미국의 사회학자] 앨 시맨스키는 미국 50개 주(州)의 백인 노동자와 흑인 노동자의 처지를 비교했다. 시맨스키가 알아낸 사실은, 첫째 “백인 소득 대비 흑인 소득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백인 소득이 미국의 다른 지역 백인 소득보다 높다”는 것이다. … 둘째 사실은 “제3세계 출신자의 인구 비중이 높은 주일수록 백인들 사이 불평등도 심하다”는 것이다. … 셋째 사실은 다음과 같다. “인종에 따른 차별이 심할수록 백인의 소득이 줄어든다. 노동계급 연대라는 매개변수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해서, 인종차별은 백인 노동자에게 경제적으로 불리하다. 인종차별이 흑인 노동자와 백인 노동자의 단결을 해쳐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p 103~107

로스앤젤레스 반란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하나같이 약탈자들과 한국인 상인들의 대결에 주목했다. … 한인 상인들의 곤경을 다룬 언론 보도 일부는 심각하게 왜곡된 것이었다. 첫째, 한인 상인들과 갈등을 겪은 것은 흑인들이라기보다는 로스앤젤레스의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 한인 상인들은 가난한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 주민의 주된 착취자는 아니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 중남부 북쪽의 라틴아메리카계 밀집 구역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받아 막대한 이윤을 얻는 악덕 집주인은 대부분 백인이다. 그러나 아시아계 상인들은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 대중이 겪는 빈곤과 천대에 책임이 있는 체제의 대변자들로서 유일하게 눈앞에 있고 직접 대거리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 한인 상인과 가난한 흑인/라틴아메리카계의 갈등은 근본적 계급 적대가 문제의 원흉이 아닌 엉뚱한 대상으로 비껴가 일어난 일이었다.

 

p 116~119

일반으로 말해, 계급투쟁의 수위가 높을수록, 노동자의 투쟁성/자신감/조직이 강할수록, 특정 운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층이 다양할수록 인종차별이 노동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약해진다. … 계급투쟁의 수위와 인종차별의 영향력은 반비례 관계다. 이 관계의 근저에 놓인 사활적으로 중요한 요인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이다. 노동계급이 사용자에 맞선 전투를 잘 치르고 있을 때는, 백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방어하는 자주적 조직을 신뢰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이 흑인 형제자매와 같은 계급의 일원이라고 여길 가능성도 커진다. 이와 반대로, 노동자 운동이 수세에 몰리고 사용자들이 자기 의지를 관철하는 데 대체로 성공할 때는 노동자들이 계급을 기반으로 한 집단적 조직과 행동을 문제 해결책으로 볼 가능성이 확 낮아진다. 이런 조건에서는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주의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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