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자본주의와 국가를 묻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

김승주 지음 김승주 엮음 2018-05-01 196쪽 9,000원 신국판변형 9788979661354 책갈피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정말로 달라지려면 답해야 할 질문들”

돈벌이를 위해 폐선 직전의 배를 증축해 과적을 일삼다 침몰한 세월호, 그 모든 불법을 눈감아 주거나 부추기고 생명을 구하는 데는 철저히 무능했던 국가, 화물칸에서 발견된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 수백 톤, 세계 곳곳에서 매 순간 또 다른 세월호를 잉태하는 이 위험천만한 세상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자본가 개인의 탐욕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런 탐욕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일까? 그렇다면 신자유주의를 낳은 것은 무엇일까? 한국의 후진성 때문일까? 그렇다면 왜 선진국들에서도 대형 참사가 계속 일어날까?

이 책의 지은이는 대학생 시절, 세월호 유가족 초청 강연회를 열고 서명 캠페인과 대학생 집회를 조직하며 캠퍼스를 뛰어다닌 ‘세월호 세대’다. 지은이는 세월호 참사를 자본주의 체제와 연관 짓고 마르크스주의로 이를 분석한다. 이 참사에서 국가가 보인 철저한 무능과 관료주의도 단지 우연이나 음모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근본적인 계급적 성격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 구입하러 가기>>
알라딘예스24인터넷교보인터파크인터넷영풍문고

본문 중에서

국가: 준비된 무능, 무관심, 무책임

정부는 생명보다 비용을 우선하는 수많은 정책으로 대형 참사를 사실상 ‘준비’해 왔다.

2009년부터 선박 관련 안전 규제는 꾸준히 풀려 왔다. “민간 경제 활성화”, “선진화”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는 2009년 해상운송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존 20년이던 여객선 선령 제한을 최대 30년으로 변경했다. … 그 결과, 선령 20년이 넘은 선박은 2008년에 12척이었는데 5년 만에 67척으로 늘었다. 해운 회사들의 ‘경영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탑승자들의 ‘위험 부담’을 높인 것이다.

2012년에는 ‘수난구호법’을 개정해 해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구난의 많은 부분을 민간에 맡기도록 했다. … 이런 시스템 때문에 해경은 평소 바다에 빠진 사람 건져 내는 것 이외에 훈련을 하질 않았다.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유일한 경비정 123정 대원들은 평소에 빠진 사람 가까이 가서 구명볼을 던져 주고 그것을 잡고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만 배웠다. … 구조의 ‘골든타임’에 구난 명령을 내리고, 인양 전문업체 언딘에 구조를 위탁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

정부는 늘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공 투자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 대부분 안전을 위한 비용이 먼저 삭감된다. 민영화도 한다. 기업에 대한 안전 규제가 약화된다. 그러다가 대형 사고가 난다. 하지만 피해는 대체로 노동계급이나 빈민에게 집중된다.

정부와 해당 기업은 사고 초기에는 “사죄”, “최선” 어쩌고 하지만, 바로 뒤돌아서는 책임 회피와 진실 은폐에 골몰한다. 심지어 사고를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민간 재난 보험 활성화 등). 피해자들은 사고 전보다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심지어 매도까지 당한다. 국가는 위험을 생산하는 자들과 철저하게 한통속이었다. …

따라서 반복되는 대형 참사의 근본적 대안을 찾으려면, 보수 정권 몰아내기에서 나아가 자본주의하에서 국가의 본질적 성격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화물칸에서 나온 제주 해군기지 철근 수백 톤

인양된 세월호의 화물칸에서는 철근이 끊임없이 나왔다. 2017년 8월 6일부터 나오기 시작한 철근은 많게는 하루에 수십 톤씩 발견됐다. 현재까지 발견된 철근은 총 364.3톤이다. …

청해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참사 당일 실린 것들은 100퍼센트 해군기지로 가는 것”이었다고 밝혔다(<미디어오늘> 2016년 6월 16일 자). 승객 5000명 무게에 해당하는 철근의 양은 일반 화물 총량의 3분의 1 이상으로, 세월호에 실린 화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게다가 규정을 어긴 채 대충 고박됐다. …

그런데 참사 당일 무리한 출항이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늦어지고 있던 상황과 연관이 깊다는 의혹도 제기돼 진상 규명의 과제로 떠올랐다. 참사 직후 검찰이 철근의 양을 280여 톤이라고 축소 발표하고,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로 들어간 철근의 조달 경로를 숨긴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 차원의 축소·은폐 의혹이 커졌다. …

이미 강정 마을과 세월호에서 끔찍한 희생을 만들어 낸 제주 해군기지는, 장차 더 큰 위험과 불안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을 내몰 미국 제국주의, 그리고 한미 동맹과 연관돼 있다. …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비춰 볼 때, 제주도는 동·남중국해와 서해, 일본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

지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고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려 하는데 제주 해군기지는 MD의 중요한 일부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성주 주민들을 짓밟고 배치를 강행하는 사드 또한 MD의 핵심 무기다.

 

미쳐 버린 세계: 반자본주의적 대안이 필요하다

대형 참사나 빈곤으로 수천수만 명이 죽든 말든 사람들은 관심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각종 연구소, 시민단체, 봉사단체, 국제 구호단체에는 이런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가난한 나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시민단체도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끔찍한 재앙은 계속된다.

문제는 무한 이윤 경쟁에 눈먼 경제 권력자들이 국가라는 정치권력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노동과 노동생산물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우선순위를 뒤집어, 보통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상시적으로 재난에 대비하고,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을 먹이고,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자본주의를 끝장내야 한다. 자본주의의 지배계급인 자본가들에게 맞서야 한다. …

마르크스는 그 투쟁에서 노동계급이 발휘할 수 있는 결정적 힘을 《공산당 선언》에서 설명했다. “자본이 발전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 현재 노동계급은 발전한다. … 부르주아지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노동계급)을 생산한다.” 자본가들은 노동계급을 억압할 순 있지만 없애 버릴 순 없다. 노동계급이 없으면 자본주의는 이윤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노동자들의 손에서 사회의 대부분의 것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기 때문에 노동자의 안전은 사회 전체의 안전과도 긴밀하게 결부돼 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노총은 “이윤보다 생명을, 효율보다 안전을 지키는 총파업을 벌이는 것이 노동자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와 자신들의 고유한 문제를 연결해 싸움에 나선 노동자들이 있었다.

언론 노동자들은 세월호 보도에 대한 정권의 외압과 왜곡 보도에 맞서 파업에 나섰다. 건설 노동자들은 현장의 안전사고 문제를 걸고 투쟁에 나섰다. 전교조의 교사 노동자들은 징계 협박 속에서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2014년 7월 의료 민영화 저지 파업에 나서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함께 요구로 걸었다.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은 큰 사회적 지지를 받았다. 하루 만에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에 60만 명이 넘게 동참했다.

이러한 조직 노동계급의 투쟁은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에 힘을 싣는 동시에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고 안전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세월호 운동과 민주당

세월호 운동에서 주요한 구실을 한 NGO 등 온건 개혁주의 리더들은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았다.

문제는 민주당이 운동에 한 발 걸치는 듯하면서 운동의 발목을 잡는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번 결정적 순간에 새누리당과 공조해 뒤통수를 쳤다. 이것은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기업주들에 기반해 국가 운영을 목표로 하므로, 운동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체제나 국가에 도전하도록 발전하는 것을 허용치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집권 후에도 이전 우파 정권이 하던 짓을 그대로 추진하거나 국회에서 구여권 세력과 공조해 여러 악법을 통과시키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기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로부터의 개혁을 중시하는 온건파 리더들이 민주당에 기대려는 태도는 여러모로 문제를 낳았다. … [2014년 여름] 박영선이 세월호 집회 연단에서 (세월호대책회의의 공식 요구였던) 수사권·기소권 있는 특별법을 쟁취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며 기소권을 뺀 안으로 협상하겠다고 했음에도 (당시 사회자를 비롯해 세월호 운동의 온건파 리더들은) 비판을 아예 삼갔다. 명백히 유가족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인데도 그랬다. 이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하자 온건파 리더들은 도리어 유가족들에게 수사권·기소권 포기를 설득했다. 이들은 세월호 운동 3년 내내 이런 관점을 유지해 왔다. …

“촛불 혁명”의 계승자처럼 행동하는 문재인 정부가 … 세월호 쟁점에서 보인 결과는 함량 미달이다. 최근 영흥도 낚싯배 사고 등 해상 사고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처는 전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제 문재인과 민주당은 책임에서 자유로운 야당의 처지가 아니다.

따라서 세월호 운동은 정부와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요구를 삭감하거나 비판을 자제하면 안 된다. 오히려 비판을 삼갈수록 문재인 정부에게 올곧게 촛불의 염원을 이행하라고 하는 압력을 완화해 준다. 또 스스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며 의식을 발전시키는 일을 지체시키며, 이 운동의 지지자들을 수동화시키고 운동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줘서 오히려 필요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

책갈피 뉴스레터 <이달의 갈피>를 구독하세요!
독자들에게 제때 알맞은 책을 소개하는 알찬 정보를 담아 매달 발송됩니다.

댓글은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