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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사회민주주의의 배신 1944~1985 Bailing out the system: Reformist Socialism in Western Europe 1944-1985

이언 버철 지음 이수현 옮김 2020-06-29 472쪽 20,000원 신국판 9788979661835 책갈피

책씨앗 - 좋은책고르기 2020년 8월 매체 주목도서

한국도 의회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고, 거대 양당 사이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정의당이 제3당으로 성장했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사회 불평등, 차별과 착취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도 진보 정당이 더 성장하고 집권하기를 바라며 진정한 사회 변화를 모색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 사회에서 이끌어 낼 만한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의 눈으로, 2차세계대전 이후 40년 사회민주주의 절정기의 역사를 추적해 사민당과 공산당이 어떤 궤적을 밟았는지, 어떤 상호작용을 했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한다. 1960년 벨기에 총파업, 1968년 반란, 1974~1975년 포르투갈 혁명 등 전후 엄청난 투쟁이 분출했을 때, 이들은 어떤 구실을 했는가. 유럽의 심장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집권했을 때, 노동자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또 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 등 복지국가 신화의 진정한 교훈은 무엇인가.

서구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공산당의 역사를 돌아보며 교훈을 이끌어 내는 이 책은 진정한 사회 변화를 바라며 현재 우리가 마주한 물음에 답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p 13

이 책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두 가지 주요 주제에 집중하려 했다. 첫째는 사회민주주의 형태의 개혁주의가 아직도 엄연히 살아 있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둘째로 사회민주주의의 지속적 영향력을 인정한다고 해서 좌파가 그것에 굴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p 19

이 책의 목적은 제2차세계대전 후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역사를 추적해서, 그들이 계급투쟁에서 어떤 구실을 했는지를 보여 주고 결국 누구의 이익에 봉사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논쟁, 즉 기존 질서의 틀 안에서 그것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분쇄하고 새로운 질서를 건설할 것인지 하는 논쟁은 사회주의 사상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단지 개혁을 쟁취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발전하는 체제인 자본주의 자체가, 개혁을 위해 투쟁하고 개혁을 쟁취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논쟁의 핵심은 어떻게 해야 사회주의를 성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회주의를 건설하려고 하는지다.

 

p 31~32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바로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그들은 수많은 노동 대중의 지지를 받았고 계속 받고 있다. … 문제는 그런 사회를 어떻게 건설할 수 있는지다. … 사회민주주의자들과 19세기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본질적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주의 변혁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p 214~215

주목할 만한 것은 [영국] 노동당이 이 [파업] 과정을 회피하려 한 방식이다. 노동당과 노조 관료 집단의 유기적 연계 때문에 노동당의 공식 이데올로기는 항상 정치 쟁점과 산업 문제를 엄격하게 분리했다. 대다수 노동당 지도자는 … 파업 물결에서 멀리 떨어진 채 관여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1971년 글래스고에서 노동자들이 어퍼클라이드 조선소를 점거했을 때, [노동당 지도자] 윌슨은 그것이 불법 행동이라는 이유로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 투쟁 물결이 노동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972년과 1973년의 노동당 당대회에서는 급진 좌파적인 다양한 정책이 채택됐는데, 특히 핵무기 기지 폐쇄와 공적 소유의 대폭 확대를 요구하는 정책이 두드러졌다. 심지어 노동당 우파조차 어느 정도 급진적 미사여구를 사용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

 

p 324~328

스웨덴사회민주노동당[이하 사민당]1932년부터 1976년까지 줄곧 집권했다. … 사민당의 목표는 흔히 야당들의 지지를 받아서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1976년부터 1982년까지 집권한 우파 정부는 사민당의 정책들을 뒤집으려는 중요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이 기간에 집권한 이른바부르주아정부가 44년간의 사민당 집권기보다 더 많은 국유화를 단행했다. … 사민당이 통치한 지 20년이 지난 1950년대 중반에도 소득 상위 10퍼센트가 세후 총소득의 27퍼센트를 차지했다. 이것은 당시 보수당이 집권한 영국의 수치 24.5퍼센트와 비슷하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소득 격차는 실제로 커졌다. 1970년대 초에는 정부 보고서조차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저소득과 실업이 모두 만연해 있고, 현재의] 사회정책 아래서 소득재분배 제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재분배 효과밖에 없다.”

 

p 370~373

사회민주주의 정당에는 사회주의적 사회변혁에 완전히 헌신하는 평당원 투사도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안에서든 밖에서든 개혁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좌파와 우파가 벌이는 논쟁은 흔히 극적인 대결 양상을 띤다. 그래서 1950년대에 어나이린 베번은 영국 노동당에서 거의 제명될 뻔했고, 1964년에는 이탈리아사회당에서 좌파가 분열해 나갔으며, 1975년에는 포르투갈에서도 비슷한 분열이 일어났다. … 가끔 좌파가 실제로 이기더라도 그것은 무의미한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예컨대, 1960년 영국 노동당 당대회에서 일방적 핵 폐기를 주장한 좌파가 승리했을 때, [당 대표인] 휴 게이츠컬과 의원단 지도부는 그 결정을 무시했다. 1920년 프랑스 사회당 당대회에서는 코민테른에 가입한다는 방침이 표결 끝에 3 1로 통과됐지만, 우파는 곧바로 탈당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 … 그러나 그런 요란 법석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좌파와 우파의 이해관계가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 440~441

개혁주의는 여러 번 시험대에 올랐다. 윌슨과 몰레, 소아레스와 미테랑의 기억은 여전히 매우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환상이 커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키넉이든 누구든) 차기 지도자는 어쨌든 전과 다를 것이라고 착각하고 싶어서 티끌 만한 미사여구라도 붙잡을 것이다. 그런 환상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깨질 것이다. 그러나 패배와 배신의 경험 자체가 사람들을 혁명가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 개혁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한 구체적, 제한적 개선을 얻어 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좋은 일이다. 우리는 그들의 투쟁에 함께해서, 그들이 얼마나 전진할 태세가 돼 있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혁명가들은 단지 혁명에 대해 말할 뿐 아니라, 실천에서도 자신들이 개혁을 위해 가장 잘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 줘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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