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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촛불 염원을 저버리다

김문성, 김영익, 김하영, 최일붕 외 지음 2019-05-10 704쪽 22,000원 신국판 9788979661613 책갈피

문재인 정부에게 진보 개혁을 기대했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처하고 적폐 청산, 노동 존중, 페미니스트 대통령, 한반도 평화 등을 내세우며 집권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진보 개혁을 이루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집권 2년이 지나는 지금,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추락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고, 찌그러졌던 우파가 세력을 회복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왜 문재인 정부는 각종 개악을 저지르며 촛불 염원을 저버렸을까? 대중의 지지를 잃었던 우파는 어떻게 박근혜 퇴진 2년 만에 살아나게 됐을까? 우파의 회복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야 할까?

《문재인 정부, 촛불 염원을 저버리다》는 지난 2년간 꾸준히 문재인 정부의 모순과 불충분성을 지적하고 기록한 글들을 모아서 엮은 책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품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역사를 돌아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행보 그 이면에 깔린 동학을 규명하고 진정한 진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대안을 찾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왜 반토막이 났을까?

[2018년 8월] 대통령 국정(직무) 수행평가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평가가 문재인 집권 후 처음으로 60퍼센트 아래로 내려갔다(한국갤럽, 리얼미터 조사).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두 달째 하락 중인 추세가 의미심장하다. 부정적 평가도 30퍼센트대로 늘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구여권 청산 염원 등이 더해져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뒤부터 지지율이 하락해 온 셈이다. [2019년 4월 현재 지지율은 40퍼센트 대다.] …

지지율 하락에는 노동계급과 서민층이 염원한 개혁이 지지부진하거나 후퇴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 특히 노동정책과 친기업 규제 완화 문제에서 우선회가 두드러졌다. 신자유주의 ‘개혁’의 대표 상품인 국민연금 개악을 꺼내 놓은 것도 주목할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되돌렸고, 노동시간 단축을 빌미로 근로기준법을 개악했다. 박근혜 표 노동 개악이었던 성과·직무급도 살짝 바꿔서 추진하려고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변죽만 울리다가 사실상 중단됐다.

사실 집권 1년 반 동안 적폐 청산을 내세웠지만, 박근혜 노동 탄압의 원상 회복, 사법 농단 등 진정한 적폐 청산은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도 도통 진척된 게 없다. 물론 적폐 청산 명목으로 박근혜, 이명박 등을 구속했다. 하지만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 하에서 풀려났고 오히려 국정 동반자 대접을 받고 있다. 정적 제거에 적폐 청산 구호만 이용한 셈이다.

우파 정권 때에도 승승장구한 경제 관료들이나 부패 인사들도 중용됐다.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문화체육부 관리들이나 세월호와 연관된 해양수산부·해경 관리들은 손대지 않았다. 이들의 충성을 유도하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권 초 우파 정부 청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높은 지지율 때문에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예년 같으면 낙하산 인사라고 항의가 나올 법도 하건만, 오히려 박수를 받으며 정부 기관들의 요직을 자신들의 인사로 채웠다. 일부는 오히려 대중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도 이런 기대를 의식해 촛불 정부 이미지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지배계급 다수가 꺼리는 일들은 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국가 운영에 방해가 될 일들도 피했다. 집권 초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촛불의 진보 개혁 염원과 지배계급의 요구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였다. 그런데 2018년 들어서 미약한 약속마저 파기하며 급격히 우선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한반도 평화가 실현될까?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결국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강변했지만,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북한과 추진하기로 한 지금도 사드 기지 시설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해결이 아니라고는 발표했지만, 합의를 파기하거나 무효화하지 않았다. 합의 이행을 적극적으로 하진 않겠으나, 그렇다고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한·미·일 동맹 구축을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에 타협한 결과다. …

분명 2017년 “화염과 분노” 상황에 견줘, 지금 대화 국면으로 상황이 바뀐 것은 맞다. 그러나 앞으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안정적 평화가 성취될 수 있는지는 따로 따져봐야 할 물음이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보면,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의 거의 판박이다. 컴퓨터에서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했나 싶을 정도다. 이런 사실은 남북 관계에서 합의보다 그 이행이 훨씬 더 어렵다는 방증이다.

정상회담 합의의 이행이 가능할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안정적 합의가 향후 남북∙북미 대화에서 도출될지는, 근본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을 핵심 특징으로 하는 국제 정세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제국주의적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미국마저도 근본적으로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따라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를 향한 길은 가늘고 긴, 무엇보다 불확실한 과정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서 취한 태도는 시사적이다. 그는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주한미군은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 사이의 “중재자”로서 한반도에 남아야 한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도, 설사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친제국주의적 태도다.

이런 주장은 문제적이다. 지난해 트럼프가 방한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평택 미군기지로 가서 트럼프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그 기지를 지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평택 미군기지는 중국 수도 베이징에 가장 가까운 해외 미군기지다. 이 기지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커다란 위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평택 미군기지 같은 미국의 대중국 발진 기지와 3만 명에 가까운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평화 체제’ 하에서 진정한 평화가 보장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본색과 노동 배신이 드러나다

세계경제 상황의 악화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8년부터 투자가 급감하고 고용 사정이 나빠졌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하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주로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한국 경제는 미국∙중국 경제의 둔화, 중미 간 무역 갈등의 심화 등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퍼센트 관세 폭탄을 부과하거나, 신흥국들이 더 심각한 연쇄 외환 위기에 빠지거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경우에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은 막대할 것이다.

이처럼 성장률이 둔화하고 고용 상황이 악화한 데다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자 문재인 정부는 … 기업 투자에 도움을 주려고 친기업 행보를 더 노골화했다. 2018년 9월, 민주당 스스로 박근혜 정부의 적폐이자 ‘대기업 청부 입법’이라 불렀던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켰다. 10월에는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서 기업들에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

“노동 존중” 하겠다며 제시했던 노동정책들은 후퇴했거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실망과 배신감을 줬다. 최저임금과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폐기를 선언하고, 산입 범위 확대 법제화부터 결정 구조 이원화까지 개악을 거듭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전환 제외, 자회사 상용직 전환 방식, 전환자 노동조건 개선 미비 등으로 엄청난 불만과 만만치 않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노동기본권 문제조차 문재인 정부 3분의 1이 지나도록 전혀 진척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그럴듯한 말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 지난 반년 새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드러났다. 최저임금과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실상은 문재인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 줬다. 제조업 구조조정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괜찮은 일자리에서 쫓아내고 있음을 보여 줬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설파했지만, 소비 증가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이론이 틀렸음은 제쳐두고라도(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과소소비 때문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이윤율 하락 경향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전혀 증대시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말이 아니라) 실천은 기업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 문재인은 응답하라”

문재인이 대선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 많은 여성들이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갈수록 실망이 늘어났고 많은 여성들이 문재인에게 분노하고 있다. …

문재인은 “성평등을 적극 실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언과 달리, 지금껏 상징적이거나 미미한 조처만 실행했다. 첫 내각 임명 때 외교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보훈처장 등 주요 보직에 여성을 임명하며 ‘내각의 30퍼센트 여성 할당’ 공약 달성을 공표했지만, 노동계급 여성들을 위한 조처는 미미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약속은 생색내기에 그쳤고 성별 임금격차 해소책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성별 임금격차가 OECD 평균 14.1퍼센트의 2배가 넘는 37퍼센트를 기록하며 OECD 1위를 19년째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

여성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제의 영향을 받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약간 올려 주다가 도로 빼앗는 개악을 자행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적폐로 꼽혔던 시간제 (저질) 일자리 양산 정책을 폐지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다. 노동 유연화 확대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문재인에 대한 여성들의 실망은 2018년 5월에 ‘불법 촬영 편파 수사’에 항의하는 대규모 운동으로 분출했다. 노동정책은 정부 초기부터 노동자들에게 기대와 불만을 동시에 샀다. 최저임금 개악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친자본주의적 본색이 분명히 드러나자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여기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과 함께 파업, 집회 등 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지방선거 직후 열린 민주노총 비정규직 철폐 집회에는 무려 6만~7만 명이 모였는데, 대열의 절반 이상이 학교 비정규직 등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이 든 “사기 치지 마라”는 손 팻말은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선명하게 폭로했다.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없게 만들겠다”더니 …

태안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

김용균 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것은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의 정규직 전환 요구 기자회견에서였다. … 김용균 씨가 든 손 팻말에 적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구호가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의 대표 구호였다. 이를 지지하며 동참한 인증샷이 애석하게도 고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동료의 억울한 죽음 소식을 전하며,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대통령은 올[2018년] 초,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하청 노동자지만, 우리도 국민입니다. 죽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

김용균 씨의 죽음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돼 온 발전소 민영화·외주화 정책과 문재인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 파기에서 비롯한 ‘사회적 타살’이다. 체제의 냉정한 이윤 경쟁 논리와 이를 수호해 온 역대 정부가 합작한 ‘구조적 살인’이다. “대통령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묻습니다. 공기업에서 어떻게 이토록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김용균 씨 어머니)

그런데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외주화 중단, 정규직 전환)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한 일이라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기업주들도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통과시킨 것이 전부다.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알리바이가 됐다. 문재인은 2019년 1월 8일 산안법 개정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법률”이라고 했는데, 가당찮다. 위험 작업의 외주화가 금지되지 않았고, 고故 김용균 씨를 포함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다. 그래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주화 금지와 정규직 전환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크다.” 이 개정안을 어떻게 ‘김용균 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

 

왜 박근혜 퇴진 2년 만에 우파가 회생했는가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자신들을 권좌에 앉힌 대중의 진보 개혁 염원과 반우파 정서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파의 사기가 살아난 것이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의 총애를 받던 황교안이 수월하게 한국당 당대표가 된 것도 이런 추세의 반영이다. 우파는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꼬집으며 정부의 (더 강한) 계급 본색을 요구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며 반우파 공조에만 치중하는 식으로는 우파의 회복을 막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악과 배신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동시에 우파와 싸우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한국당이 5·18 망언으로 역풍을 맞고 지지율이 일시 떨어진 것에서 보듯이, 우파의 회복은 아직 불안정한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 아직 촛불 운동의 여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노동 개악에 저항하는 행동들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도 이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투쟁과 진정한 기층 여론들이 대중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문재인에게서 독립적으로 진보·좌파적 대안이 단호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 퇴진의 견인차였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가장 먼저 행동으로 항의하기 시작한 노동운동이 다시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한다. 투쟁적이면서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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