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가을, 갑자기 밀어닥친 석유파동은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오늘에도 그때와 다름없이 넓고 깊이 번져가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 무대에 있어서도 “검은 황금” 석유 자원을 배경으로 한 OPEC(석유수출기구)는 서구 강대국에 버금가는 권력을 구사하고 있고, ‘오일 달러’는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랍 후원하의 ‘제3세계’는 이러한 오일 달러를 배경으로 국제외교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이토록 심각한 세력관계의 원인을 가져온 장본인은 누구이며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앤써니 샘슨입니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7공주’는 우리나라에서 ‘메이저 회사’로 귀에 익은 국제 석유자본 7대석유회사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계 회사인 엑손, 걸프, 텍사코, 모빌, 소칼과 영국, 이란계인 쉘, 영국계의 BP 등을 말합니다. 오늘날 국제정치의 본질과 국제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석유문제에 관한 분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현대의 역사적 사건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석유회사와 연관을 맺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저자의 기자혼은 역사의 공인으로서 록펠러를 비롯해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야마니 석유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을 추적하며 1951년 이란의 소사테크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무력행사를 논의했던 영국 각료의 증언, 1953년 이란 국왕을 추방하기 위한 쿠데타 계획, 1973년 팔레비 국왕이나 야마니 석유상이 마침내 석유가격을 4배로 끌어올리게 된 경위 등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해명하기 위하여 세계의 구석구석에 발이 닿지 않은곳이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발로 쓴 역사서”라고 할만합니다.
그렇기에 비즈니스 위크의 에너지 담당 편집위원 앤써니 패리시는 “에너지 위기에 관해 쓰여진 수많은 서적의 대부분은 차라리 불태워 버리는 편이 좋으리만큼 하찮은 것들이기 때문에 이 책이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인 석탄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다이아몬드와 같은것이며 그 어느 누구도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석유가격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단정한 바 있습니다. “역사는 잉크 대신 석유로 쓰여진다”는 오늘날에 있어 석유가격의 동향이 우리의 일상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하루가 다르게 유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이토록 심각한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은 누구이며 그 치유책은 무엇인가? 이 책은 바로 그 해답을 명쾌히 제공할 것입니다.
1970년대 이후에도 석유를 둘러싼 산유국과 거대 석유기업간의 싸움은 여전합니다.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산유국들이 단결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장기적 수급보다 단기적 수급이 많아지면서 산유국보다는 석유기업이 유리해졌습니다. 그러나 산유국들은 국영기업과 같은 방식을 통해 이미 엄청난 양의 석유 매장량을 확보하고 다국적 석유기업과 맞서고 있습니다. 일곱 자매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1999년 엑손과 모빌이 엑손모빌로 합병했고 석유기업간의 크고 작은 합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972년에는 1위 엑손, 2위 셀을 비롯해 일곱 자매가 모두 세계 12대 기업에 들어있었지만 2000년 초의 순위를 보면 컴퓨터와 정보통신 계통의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합병한 엑손모빌은 5위에 불과합니다. 일곱 자매 중 나머지는 모두 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디지털 경제의 이면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석유의 문제를 점검해 볼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