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 위기가 끝났다고들 한다. 분명히 외환 금융 위기는 고비를 넘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와 갈등이 내부로 곪아들고 있는 듯하다. 20대 80의 사회라고도 하고, 빈곤층이 1천만 명을 헤아린다고도 한다. 실업률이 낮아졌다지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노숙자들이 거리를 헤맬지 사뭇 걱정스럽기도 하다. 한편에서는 10퍼센트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들먹이며 “경제 위기여 안녕!”을 외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IMF 이전 수준만큼 임금을 회복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섣부른 욕심이라며 이중의 잣대를 들이댄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가 변동에 따라 걸핏하면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는 전세계 주식 시장이 과연 세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인터넷 정보통신 혁명은 정말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제 경기 침체와 공황이라는 유령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것일까?
1930년대 대공황의 전야에도 그런 비슷한 얘기들이 있었다. 당시 갓 등장한 자동차 산업과 그 연관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 호황은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던 전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근거 없는 호언장담으로 판명됐다. 금융 자산 관리로 큰돈을 벌어들인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가 월스트리트의 구두닦이 소년들조차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그 즉시 갖고 있던 유가증권을 모두 현금으로 바꿔버렸는데 머지 않아 뉴욕 주가가 폭락했다는 에피소드도 먼 옛날의 일 같지만은 않다.
도대체 자본주의 경제는 왜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 하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면 계절이 바뀌듯 자본주의 체제의 경기 순환은 결코 변치 않는 자연 법칙과도 같은 것일까? 그래서 자연의 거대한 위력을 보며 그저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하는 종교인들처럼, 자본주의 체제의 파국이 낳은 온갖 폭력과 무질서, 끔찍한 기아와 전쟁의 참화가 어서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묵묵히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에 대답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고도 명쾌하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하기 십상인 경제학의 함정을 피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결코 빠뜨리지 않는다. 저자의 말마따나 ‘학생이든 노동자든 지식인이든 활동가든’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꼭 한 번 읽어 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