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의 발언
(1월 7일 ‘세월호 참사 1000일,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본대회 발언 중, 2학년 1반 생존 학생 장애진 님)
저희는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들입니다. 저희가 이곳에 서서 시민 여러분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
사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나라가 감추는 것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진상 규명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참사의 책임자가 누군지 찾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민 여러분 덕에 이렇게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기울고 한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 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많은 친구들이 안에 있다고 구조해 달라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제 친구들과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구하러 온다 해서 구하러 올 줄 알았습니다. …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평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꺼내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저희가 살아 나온 것이 유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죄를 지은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유가족들을 뵙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며 어떤 원망도 다 받아들일 각오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너희는 잘못이 없다, 힘을 내야 한다’며 오히려 응원하고 걱정도 해 주고 챙겨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더 죄송했고, 지금도 너무나 죄송합니다. …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 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북에는 그리워하는 글들이 잔뜩 올라옵니다. 답장이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 있을 걸 알면서도,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전화를 해 봅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며 잠들기도 합니다. …
참사 당일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대통령의 사생활이다, 그것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받고 제대로 지시해 줬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 줬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보고받았는지 의문이 들었고, 그러면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는데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는지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가는 계속해서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국민 모두가 더 이상 속지 않을 텐데, 국민 모두가 이제는 진실을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지난 날들처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 숨어 있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용기를 내 보려 합니다.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 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 다 찾아서 책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와 뜻을 함께해 주시는 많은 시민들, 가족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길 소망합니다.
먼저 간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를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를 잊지 말고, 열여덟 살 그 시절의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 빛나야 할 청춘, 빚 내느라 고달픕니다
(1월 14일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자유 발언 중, 한국외대 중국어과 4학년 박혜신 님)
20대 평균 빚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무려 3000만 원입니다. 빛나야 할 우리 청춘은 빚 내느라 고달픕니다. 우리는 최저임금 받으며 알바 하고, 스펙 경쟁과 학점 경쟁 속에서 최저 인생을 살지만, 정유라는 인생 자체가 ‘특혜 인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특혜 인생’의 든든한 ‘빽’이 삼성이었습니다. 삼성은 파렴치하게도 직업병 피해자들에겐 500만 원을 줬지만 정유라와 장시호 지원엔 아낌없이 돈을 썼습니다. 덕분에 이재용은 고작 상속세 16억 원 내고서 삼성을 집어삼켰습니다. 박근혜가 밀어붙인 의료 민영화, 메르스 참사 은폐 등도 삼성의료원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수십억 원 횡령해 놓고 정부에 더러운 돈 바쳐 석방된 SK 총수, 법원 판결 무시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지 않는 현대, [정부에] 뇌물 바쳐 면세점 따낸 롯데, 모두 더러운 부패 네트워크의 일부입니다.
야당은, [박근혜가] 곧 탄핵되니 우리더러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탄핵을 만든 진짜 힘은 우리 1000만 촛불입니다. 박근혜와 공범들이 감옥에 가고 그들이 저지른 온갖 나쁜 정책들을 청산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 평범한 여성 노동자의 삶에는 관심 없는 여성 대통령은 내려가라!
(3월 5일 ‘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자유 발언 중,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지부 도시가스검침분회 조합원 김명신 님)
파업 32일차를 맞고 있는 가스검침원 김명신이고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한국에서 아이 셋을 키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혼 전에 직장이 있었지만 결혼 후 관뒀고, 아이 셋을 키우는 데 [수입이 더 필요해서] 검침원 일에 나섰습니다. 저희 검침원 대부분 비슷합니다.
가스검침원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중요한 일을 하지만 노동조건은 열악합니다. 1인당 3400가구를 담당하고 밤낮없이 일합니다. 집집마다 다니며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한 달에 120만 원이 고작입니다. 회사에서는 주부 사원이라고 무시하고 개선을 요구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급합니다.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경력 단절 이후 불안정한 일자리로 재취직합니다. 우리의 노동을 반쪽짜리 노동으로 취급합니다. 이런 노동자들의 차별과 어려움을 박근혜가 알기나 할지 궁금합니다. 혹시 그렇게 좋아하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쯤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는 것은 우리 보통 여성들의 삶과 상관이 없습니다. 여성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현실성도 없고, 지켜지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현실을 알리고 바꾸기 위해서 노조에 가입했고 열심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여성들의 노동을 차별하는 현실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와 월급을 받고 싶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요구가 아닙니다. 차별받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도록, 파업 투쟁에서 꼭 이기겠습니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로서 요구합니다. 박근혜는 꼭 그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
• “오늘은 헌재로 갈까, 황교안 보러 갈까?”
오늘 주최 측이 본무대에서 미리 행진 방향과 각 방송차를 안내하자 사람들이 광장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이동해 따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한 가족은 “헌재로 가야 한다, 아니다 총리 공관으로 가야 한다” 하며 즉석에서 가족회의를 열었다. 운동 참가자들이 이처럼 정치적이다. 참가자들의 정치의식을 낮춰 보고, 정치와 조직의 깃발이 거부당한다는 식의 (도대체 집회에 와 봤는지 모를) 기사들이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이유다.
(“9차 범국민행동의 날, ‘즉각 정권 퇴진, 조기 탄핵’ 크리스마스”에서)
• ‘여성해방’과 ‘노동해방’의 기막힌 만남
오후 1시 30분부터 보신각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2017 페미니스트 광장: 지금, 여기, 우리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 사전 집회가 열렸다. … 행진할 때는 거리에 있던 많은 시민들이 대열을 환영하며 같이 춤추는 모습도 보였다. 행진 도중 언론노조의 사전 집회 근방을 지나면서 멋진 연대의 그림이 펼쳐졌다. 행진 차량에서는 언론노조에 대한 지지의 함성을 호소했고, 대열은 이에 응해 “박근혜를 탄핵하고 공영 방송 쟁취하자” 하고 외쳤다. 이에 사전 집회를 하고 있던 언론노조는 “박근혜를 탄핵하고 여성해방 쟁취하자” 하는 구호로 화답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진짜 민심을 보여 준 105만 촛불”에서)
• 광장과 의회 ─ 경쟁과 협력의 역설적 관계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234표로 가결됐다. …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외쳐 온 민중의 투쟁에 국회가 압박당한 결과다. 지은 죄로 말하자면,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때 이미 두 번 세 번 탄핵됐어야 할 자다. 퇴진 운동은 여기서 멈추거나 조기 대선 준비로 휩쓸리기보다 고삐를 더 당겨야 한다. 지도자의 추락에 전전긍긍한 공범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주류 야당들도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바랐던 것은 아니다. 주류 야당들은 즉각 퇴진이 압도적이던 거리의 운동과 처음에 거리를 뒀다. 박근혜 ‘2선 후퇴’, ‘거국내각 구성’ 따위로 거래하려 하면서 말이다. 그 뒤 운동에 발을 걸치며 박근혜 퇴진 당론을 정하고 탄핵소추 추진을 선언해 놓고도 새누리당 일부와 밀실 거래를 하는 등 기회주의적 처신을 거듭했다. … 강력한 거리 운동이 의회 정치인들로 하여금 자칫하다가는 자신들에게도 분노의 불길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도 성난 여론을 국회 탄핵으로 제도권 안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고 박근혜가 아직 대통령 권좌에 앉아 있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바꾸길 바라는 많은 적폐들이 청산되지 않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압도적으로 가결하게끔 만든 그 힘, 박근혜 즉각 퇴진 대중투쟁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탄핵안 가결은 민중의 투쟁이 낳은 성과 ─ 즉각 퇴진 투쟁은 계속돼야”에서)
• 박근혜 파면 이후,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주들을 위한 고통 전가와 친제국주의 정책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도 계속 좌절될 것이다. 박근혜도 구속을 피하려고 온갖 “염병하네” 할 짓들을 해댈 것이다. 앞으로의 재판에서 이 모든 적폐 인물들의 구속 판결을 받아 내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이 계속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여전히 민중이 거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 우리에겐 희망을 가질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정권 퇴진 운동을 공상이라고 비웃던 반년 전과는 분명히 상황이 다르다. 이제 사람들은 4년 전 박근혜 당선에 좌절하고 한숨 짓던 사람들이 아니다. 대중 스스로의 힘으로 사악한 통치자의 중도 하차를 이뤄 낸 사람들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오래 핏빛 독재를 자행했던 세력을 계승하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정권을 끝장낸 사람들이다. 여세를 몰아 정권의 청산을 위한 투쟁을 이어 가자. 일터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지역사회에서 노동자·민중의 조건 개선과 해방을 위해 싸우자. 교만한 지배자들에게 단결과 연대의 힘을 보여 주자. 권력을 쥔 자들에게 주눅들지 말고 그들에게 우리를 존중하라고 말하자. 박근혜 퇴진은 투쟁하는 민중의 자랑이다.
(“기쁘다! 박근혜 파면 ─ 이제 박근혜의 유산을 청산하자!”에서)